티켓/공연후기

연극, 삽 아니면 도끼

smfet 2006. 8. 17. 00:00
뮤지컬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그나마 작품 선택이 가능한데, 연극은 뭘 봐야 할지 고르기가 어렵다. 시놉만 보고 선택하기도 어렵고~

보통은 평을 보거나, 아님 당일 반액 티켓 중에서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뮤지컬은 대부분 미리 예매하고 봄) 이번엔 괴물에 출연하셨던 분들이 나오는 연극보기!로 선정기준을 정해봤다. 나름대로 이런 짓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언제나처럼 스포일러는 신경 안 쓰고 내 맘대로 후기~)

괴물에서 노숙자 역의 윤제문씨, 그리고 인질간호사 역의 고수희씨가 출연하는 날~

사실 더블이 있는 줄 모르고 그냥 갔었는데 다행히도 원하던 괴물 출연진으로 볼 수 있었다. 7:30 공연이라 저녁밥은 포기하고 배고픈 채로 봤음. -_-;

대학로 극장은 처음가보는데, 예술마당으로 가는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 모퉁이더라. 역에서 꽤 멀었음. 좌석은 비지정석(그냥 긴 의자), 무대는 그냥 바닥. (맨 앞줄에 앉을 때는 확실히 바닥무대가 좋아~) 공연 시간은 90분 정도. (그러고 보니 연극은 대체로 뮤지컬보다 짧네?)

"비가 많이 옵니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죠.
홍수 때는 인간의 중추신경도 습기가 가득차서
머리 속이 엉뚱한 생각들로 뒤죽박죽이 되고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들을 태연하게 하게 되는 거죠"

극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는 게 바로 저 대사. "엉뚱한 생각들" 이다. (물론 알아채는 건 극이 끝나고 나서였지만. ^^; ) 맨발과 아들, 둘만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는 조금 긴장하며 보기 시작했었는데, 가족들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웃음바다~

아들 역의 윤제문씨, 맨발 이승준씨, 아버지 김상규씨~ 고수희씨는 동생 역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고분고분하고 독특한 캐릭터의 동생을 너무 실감나게 연기해 주셨당. 영화의 이미지만으로는 같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런 분위기가 어떻게 금자씨에서의 마녀를 연기한 사람이랑 같은 분인 거지~ 연기자는 너무 신기해~)

프로그램에 대본이 실려 있는데, 공연 후에 읽어보니까 공연 내용이랑 조금 다르더라. 작가와 연출자가 같은 사람인데 자기 대본을 바꾸기도 하네~

완전히 들어낸 씬도 있고..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머릿속에 습기가 차서" 대사를 시작과 끝에 맨발이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실제 공연에서는 끝날 때는 아들이 하는 바람에, 이게 누구 머릿 속 엉뚱한 생각인지 헷갈리고 말았던 것.

다음번엔 유연수씨 나오는 하이라이프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