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노트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 김탁환

smfet 2006. 12. 26. 16:01

 전에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를 읽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가? 김탁환은 참 소재를 잘 잡아낸다고.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재를 잘도 찾아낸다 싶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참 흔한 소재인데 포장을 잘 한 것 같기도 하고? -_-;

 리심도 흥미가 가는 소재라서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3권이 부담되어서 망설이다가... 한참을 머뭇거렸으나 결국은 구입. (오라버니 황진이 공연만 아니었어도 김탁환은 백탑파 시리즈 정도에서 사는 걸 멈췄을 것 같기도 한데-_-; )

 중세국어 전공자라는 김탁환의 단어 선택은, 확실히 근대로 넘어서는 리심 이야기에서는 평범해져 버린다. 나, 황진이만 해도 단어가 참으로 특색있었는데 리심은... 단어도, 표현도, 심지어 주인공 리심조차도 매력이 없다.

 리심의 시점이 주가 되고, 중간중간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끼어드는데 이런 화법이라면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이 훨씬 나아! (...노벨 수상작과 비교하는 게 너무 헛된 짓이기도 하군) 리심도, 빅토르 콜랭도, 홍종우나 명성황후조차도 매력이 없다. 이렇게 캐릭터 매력이 없을 수가. -_-; 하긴 백탑파도 내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매력있는 서생이 없긴 했지. 문제는 캐릭터 매력이 없으면 스토리라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법 해야 하지 않느냐고~

 전작보다 실망. 어쩌면 전작들 때문에 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따로 리심만 떼놓고 보면 그다지 혹평하지 않고 그냥그냥 읽었을지도. 그러나 책 자체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꽤나 관심이 사라지게 되어서, 올해 가장 많이 읽은 작가였던 김탁환은 내년 독서목록에서는 그 이름이 빠지게 될 것 같다.

 ...백탑파가 나오면 또 사주려나?
 아님, 단순한 성격에 또 영화화 되는 작품의 원전이 김탁환이라고 하면 그냥 덜컹 집어들어버릴지도. -_-; (2차 창작물 자체로 즐기면 좋은데 꼭 원전이 궁금해진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