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노트
흑과 다의 환상(상, 하) - 온다 리쿠
smfet
2007. 4. 25. 16:19
*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펴냄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책 속의 책.
...과 같은 제목이고, 그 책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책.
온다 리쿠의 학원물을 줄창 읽어댄 후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어째서 이 작가의 세계에는 이쁘고 훌륭한 애들만 사느냐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흑과 다의 환상"에서는 애들 뿐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는 걸 보여준다. -_-; 일상에서 보는 사람들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얇은 필터로 현실을 한번 걸러서 만든 투명해 보이는 캐릭터들.
그러니까, 온다 리쿠의 세계는 지저분한 먼지와 공해와 쓰레기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 반짝반짝거리며 떠 있는 크리스탈 지구본을 보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서로 패러랠 월드로 만들어 놓고 시시때때로 넘나든다. 그래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각 장에 나오는 책들이 같은 책이 되기도, 다른 책이 되기도 하며, "흑과 다의 환상"에서는 "밤의 피크닉"이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마구 뒤섞인다. 여기의 다카코가 그 다카코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덕분에 "같은 세계잖아?"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세세한 부분이 틀리다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라, 얘는 저기의 걔잖아? 하고 움찔하고 놀라기도 하는 광경이 종종.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소개된 것처럼, 네 친구의 아름다운 수수께끼에 관한 여행이다. 수수께끼는 풀려도 좋고, 풀리지 않아도 좋고... (긴장도 종종 있지만) 편안한 네 친구,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잔잔하면서도 미스테리 요소도 갖추고 있고, 각 4개의 독립된 장이면서도 하나로 잘 맺어지는 이야기의 특성은 온다 리쿠의 장점. 믿을 수 있는 작가는 책을 덮을 때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책 읽는 시간동안 만큼은 충분히 제 값을 해주는 온다 리쿠의 이름이 헛되지 않았다.
* 친구들의 분위기를 종종 묘사하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이렇게 머리를 쓰는 이야기가 얼마만일까." 회사나, 개인 일상사나, 사회나, TV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나.. 그런 이야기들 말고 순수하게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여기서는 아름다운 수수께끼로 표현되는)를 하며 그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그런 분위기가 얼마만일까 하는.
내게 있어, 친구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간혹 침묵이 기준이 되는데, 그러니까 말하지 않고 침묵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도 편안하면 그게 친구.
(회사에서 점심먹을 땐 대화가 끊기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_-;; 특히 수가 적을수록 더더욱)
그리고 그런 친구들과는 정말 쓰잘데없(어보이)는 이야기도 종종하는 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시간을 때우기 위한 대화가 아닌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들. :)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책 속의 책.
...과 같은 제목이고, 그 책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책.
온다 리쿠의 학원물을 줄창 읽어댄 후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어째서 이 작가의 세계에는 이쁘고 훌륭한 애들만 사느냐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흑과 다의 환상"에서는 애들 뿐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는 걸 보여준다. -_-; 일상에서 보는 사람들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얇은 필터로 현실을 한번 걸러서 만든 투명해 보이는 캐릭터들.
그러니까, 온다 리쿠의 세계는 지저분한 먼지와 공해와 쓰레기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 반짝반짝거리며 떠 있는 크리스탈 지구본을 보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서로 패러랠 월드로 만들어 놓고 시시때때로 넘나든다. 그래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각 장에 나오는 책들이 같은 책이 되기도, 다른 책이 되기도 하며, "흑과 다의 환상"에서는 "밤의 피크닉"이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마구 뒤섞인다. 여기의 다카코가 그 다카코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덕분에 "같은 세계잖아?"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세세한 부분이 틀리다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라, 얘는 저기의 걔잖아? 하고 움찔하고 놀라기도 하는 광경이 종종.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소개된 것처럼, 네 친구의 아름다운 수수께끼에 관한 여행이다. 수수께끼는 풀려도 좋고, 풀리지 않아도 좋고... (긴장도 종종 있지만) 편안한 네 친구,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잔잔하면서도 미스테리 요소도 갖추고 있고, 각 4개의 독립된 장이면서도 하나로 잘 맺어지는 이야기의 특성은 온다 리쿠의 장점. 믿을 수 있는 작가는 책을 덮을 때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책 읽는 시간동안 만큼은 충분히 제 값을 해주는 온다 리쿠의 이름이 헛되지 않았다.
* 친구들의 분위기를 종종 묘사하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이렇게 머리를 쓰는 이야기가 얼마만일까." 회사나, 개인 일상사나, 사회나, TV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나.. 그런 이야기들 말고 순수하게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여기서는 아름다운 수수께끼로 표현되는)를 하며 그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그런 분위기가 얼마만일까 하는.
내게 있어, 친구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간혹 침묵이 기준이 되는데, 그러니까 말하지 않고 침묵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도 편안하면 그게 친구.
(회사에서 점심먹을 땐 대화가 끊기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_-;; 특히 수가 적을수록 더더욱)
그리고 그런 친구들과는 정말 쓰잘데없(어보이)는 이야기도 종종하는 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시간을 때우기 위한 대화가 아닌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