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노트

생명을 돌보는 인간 - 송봉모

smfet 2007. 9. 2. 03:09
* 성서와 인간 3, 바오로딸 펴냄

회사에서는 취미를 공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너무 말들이 많아서...-_-; 십자수 정도라면 괜찮지만, 공연관람이나 등등은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별다른 취미는 없는 척 하고 있다.
단지, 매일 통근 때마다 들고 다니는 책만은 숨길 수가 없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자주 바뀌는 모양이더라. -_-; ) 나는 내가 너무 장르에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얼핏 제목만을 보기에는 그렇지 않는 모양인지, 다양하게 (...잡다하게라고 생각하는 듯)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보통은 "많이 읽네" 라고 이야기하는 정도인데...

얼마 전, 같은 프로젝트에 있는 분이 정말 상상치 못했던 반응을 해 주셨다. -_-;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어느날 나에게,
"자기 책 정말 이것저것 많이 읽네. 신앙 소설도 읽어. 내가 한권 선물해 줄께."
......책 읽는 거에 대해서 이런 저런 왠만한 말은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지만 저건 정말 OTL.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신앙 소설"이랄까 뭐... 엄마가 성당 다니신지도 20년이고, 나도 한때(-_-)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성격 상 그 쪽 책들도 가리지 않고 읽은 편이긴 하다. 내가 사서 읽지는 않지만 엄마가 사니까. (그리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에 있는 책들은 이것저것 다 가져다 읽는 습성이 있었고.) 성바오로출판사 같은 경우는 종교적 색채가 깔린 책들이 물론 메인이지만, 간혹 종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설들도 많이 내 줬고.
내가 신약보다 구약을 더 좋아하는 이유도, 구약이 더 이야기 같아서이고. (애당초 성서를 읽은 것도 신앙을 위해 읽은 게 아니니 -_-; 구약의 하느님은 싫어하지만. ) 아니 사실 이야기만 재밌으면 종교적 색채가 강해도 좋아하는 듯. -_-; 아직까지 기억하는 책 중의 하나는 "높은데서 사슴처럼"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은유도 아니고 대놓고(-_-)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존재가 그분(-_-)을 만나서 "기쁨과 영광"으로 바뀐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하는데도 재밌어서(-_-) 꽤 여러번 읽은 책이기도 하다.

냉담한 지 한참이 되었어도 아직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엄마는, 부활과 성탄 때마다 판공성사표를 받아오시고, 새로 개정된 기도서나 성가책을 보내주시곤 하는데, 이 밤에 읽은 것도 그것 중의 하나.

책을 읽고 싶은 날인지, 저녁 내내 이책 저책 뒤젹이며 읽다가 몇년 전에 (적어도 2년은 된 것 같은데 -_-) 엄마가 보내주신 책이 손에 잡혀서 읽기 시작.

초반부의 "목숨을 돌보는 것과 생명을 돌보는 것은 다르다." 에 마음을 뺏겨서 쭉 읽게 되었다. 이 아저씨 (신부님 같은데; ) 조금 프로이드빠;; 그렇지만 그 "꿈으로 명상"하라는 부분만 자르고 읽으면 나름 괜찮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지겨워, 지겨워" 한 대목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듯, 여기에서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한 뒤 기쁜 마음으로 일터로 나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울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면 그것은 우리가 받은 생명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하는 부분이 나 같아서. 물론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찬미하거나 기도하거나 기쁜 마음이거나 하지도 못하다. -_-;

나는 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신앙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믿는 마음만. 믿으라고 강요하는 마음은 말고-_-) 하느님, 하느님 하고 계속 말하는 책을 읽다 보니 어쩐지 신앙인이 될 것 같은 밤이다...-_-;; 역시 공감은 중요한 법이여.

* 요번 탈레반 인질 사태와 관련하여 눈에 들어오는 구절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시고, 생명을 보존할 의무는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돌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서 죽은 것이다."
이거 아직도 위험지역에 선교해야 한다는 (정부 필요없다고까지 하는-_-) 그 단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