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노트

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smfet 2007. 9. 19. 00:19
* 김인영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 원제: Flowers for Algenon
* 1960 휴고상(Short Story), 1966 네뷸러상(Novel)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이 끝난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 그 띠지를 둘러서 판매하고 있다. 설마 그 때 만든 띠지를 아직 다 판매하지 못해서? -_-;

드라마를 대충 지나친 내게는 "안녕하세요, 하느님" 보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원작으로 더 익숙하다. 작년에 볼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이 넘겼다가, 올해 원작을 읽어보려고 "알제논, 아르제논" 등등 단어를 다 써가며 검색했으나 실패. 설마 "앨저넌"이라고 표기했을 줄이야... -_-;;

여튼 이렇게 나름대로 삽질하여 찾은 책. ^^

이전 번역 제목인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이 책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요약하여 드러내 주고 있다. "화차"의 예전 제목인 "인생을 훔친 여자"와 비슷한 정도로. 국내 번역되는 책들이 많아지고, 원서 정보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이미 출간되었던 책들도 원서 제목 그대로 다시 손을 봐서 재출간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최근 외화에 우리말 제목이 따로 붙지 않고 원제목을 발음 그대로 기입하는 것처럼.
(그러나 일본에서 베껴 왔다고는 해도, Singing in the Rain보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왠지 더 찡하는 느낌이 있는 것처럼, 가끔은 잘 번역손질된 우리말 제목을 만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글은 찰리의 "경과보고"로 구성된다. 맞춤법도, 문장력도, 표현도 어색한 지능지수 68의 찰리가, 지능지수 170까지 올라가면서 변하는 어투, 그리고 어느새 자만심을 가지게 된 자기를 분석하면서 느끼는 당혹감, 지능이 변하면서 받아들이는 감정까지 달라지는 자신. 그리고 실험의 실패(부작용?)로 인한 급격한 지능의 퇴화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 결국 받아들임.

경과보고에 기록하는 내용을 보면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_-; 여기서도 트집을 잡다니...) 정신지체자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정말로 괜한 트집이고, 찰리의 시선으로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동안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는 앨리스 키니언이다.

굳이 찾아서 읽어보라고 할 정도로 추천작은 아니지만 (취향이 아니어서) 일단 손에 들면 후회되지는 않을 정도의 평점을 매긴다. :)

* vs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읽는 동안 인물의 이미지가 자꾸 뮤지컬에서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그만큼 잘 만든 극이라는 말도 할 수 있겠다)
기본 뼈대를 그대로 가져오고, 원작에서 성적/폭력적인 표현(및 내용)을 제거하고, 신파요소를 살려서 (특히나 어머니) 만들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원작을 아동용이나, 지나치게 한국화 시켰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읽으면서 "정말 잘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무대 공연인만큼 감정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알기 쉽게 전달해 주었다. 책을 읽고 나서 공연을 보았어도 좋았을 뻔. (신파 분위기가 좀 심하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