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상

새벽에 잠을 깨다

smfet 2007. 9. 26. 06:43

불면증이라고 생각했다.
두세시간마다 잠을 깨어 계속 뒤척이는 것, 이른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
이름을 붙이니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어, 더 자야 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낮에 힘든데...하며 이불 속에서 계속 뒤척여 보기도 했다. 수면에 효과가 있다는 허브를 머리맡에 두어 보기도 하고, 수면용 안대를 사용해 보기도 하고, 종류를 바꿔가며 음악을 틀어놓고 자장가 삼아 노력해 보기도 하고...

요즘에는 잠에서 깨도, 다시 잠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낮에 조금 틈을 내어 잘 수 있겠지, 아니면 날이 완전히 밝기 전에 한시간 쯤은 더 잘 수 있겠지 하고 마음을 편안히 먹기로 했다. 그래서, 자다 깨면 그냥 불을 켜고 책을 읽는다.

오늘도 잠이 깼다.
3, 4시쯤 되었을까. 분명히 시계를 확인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

화장실에 들렀다가, 거실에서 어젯밤 읽다 만 책이랑 탁자 위에 쌓여 있는 "안읽은 책들" 중 한권을 집어들고, 방의 불을 켜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휴일 전날 밤은, 잠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좋다. 한참 읽다가 창밖을 보니, 날이 밝아오는지 짙푸른 색의 하늘이 되어 있었다. 아직 햇살이 비치지 않고, 어둠이 걷히는 잠시의 색이 너무 예뻐 보여서 거실로 나왔는데 해가 완전히 뜨고 나니 하늘이 오히려 칙칙해 보인다.

어렸을 때는 밤을 새워 책읽는 게 나름 로망이었는데 말이지. 혼자 방을 쓸 때에도, 부모님이 화장실 가느라, 혹은 그냥 잘 자는지 확인하느라 한밤중에도 가끔 방문을 열어보시곤 했다. "아직 안자니? 어서 자라."

지금은 밤새워 무언가를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스스로 다음날이 부담되어 이제 자야지~를 되뇌이며 적당한 시간에 알아서 자리에 눕는다. 마지막으로 밤을 새워 무언가 좋아하는 일을 해본지가 언제였더라?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심술이 났다. 밤을 새야지~ 작정하고 깨어 있는 게 아닌, 어느새 날이 밝아 있더라~를 만나고 싶다.

* 최근 독서량이 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새벽 독서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