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 6. 17:03
오근영 옮김, 노블마인 펴냄

온다 리쿠의 등장인물들은 매력적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심지어 재능까지!
여자애들은 모두 미인이며, 남자들도 미소년. 공부를 잘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인물들이 책마다 한두명도 아니고 여러명씩 우르르 등장하는 걸 보니 이건 좀 심하잖아? 싶을 정도. 여자애에 대한 묘사도 참으로 소녀적이어서, 누구는 진주 펄, 누구는 분홍색 사탕과자, ...하는 식으로 예쁜 여자애들의 느낌을 알려준다. 그러나 설마 실제로 저렇게 이쁜 애들만 존재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다른 인물들의 매력을 부러워하는 주인공(...주인공 맞겠지; 어쨌든 얘로 인해서 사건이 움직이게 되니까)조차도 매력적이다. (단지 본인만 깨닫고 있지 못할 뿐...;; 뭐냐 이거, 진짜 소녀만화잖아)

밤의 피크닉과 비슷한 시기에 쓴 책이고,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라는데 글쎄... 개인적으로는 꽤 실망스러웠다. 마무리도 맘에 안들고.

차라리 평범한 일상을 그렸을 때는 질질 끌지 않는 깔끔한 완결이라고 생각했는데 (밤의 피크닉이 그렇다. 일상에서 찾아내는 섬세한 감정들과 오버하지 않는 단정한 맺음)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도 그걸 일상처럼 끝맺어 버린다. 제대로 된 해결도, 갈등 해소도 주지 않고.

온다 리쿠의 아이들은 너무 훌륭해서 그런 정도는 다들 알아서 극복해 나가니까? (비밀을 가지고도 훌륭하게 성장한 네버랜드의 아이들처럼?)

분명히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투로 이야기하고 있기는 한데, 나는 온다 리쿠의 닫힌 세계가 이제는 지겹다. 이제 온다 리쿠의 학원물은 그만 읽어야지. -_-;; 삼월 시리즈는 미스테리 성격이 더 강하다니까 괜찮겠지. 온다 리쿠는 드물게도, 같은 작가의 작품 내에서도 성향에 따라 독자층이 많이 갈리는 타입인 듯 하다. 빛의 제국과 같은 판타지/ 삼월 류의 미스테리/ 그리고 최근 내가 연달아 읽은 학원물들.

* 미미여사의 책을 연달아 읽을 때는 괜찮았는데, 온다 리쿠를 연달아 읽으니까 조금 지친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다들 너무나 비슷하게 훌륭해서? 삼월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멈추고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 마침 3월이 시작될 무렵 주문한 책들도 도착했고~ :)

* 작가 후기를 읽다 보니까 온다 리쿠의 책이 일본에서 백여권 나왔단다. 헉...-_-; 이작가 왜 이리 다작이야?

* 퇴근때 책을 읽고 나니 30페이지 정도 남아서, 또 들고 나오기가 뭐해서 집에서 마저 읽으려는 참에 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22시 30분 쯤)
"뭐하니?" 라길래 "책읽어" 라고 했더니,
"이 시간에 전화해서 책읽는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다. 그렇게 드물까?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