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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2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 모리 에토
2007. 11. 22. 22:25
* 김난주 옮김, 시공사 펴냄
*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
* 수록작 : 그릇을 찾아서, 강아지의 산책, 수호신, 종소리, X세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나오키상 수상작에 혹해서 고른 책.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응원가" 라는 광고문구가 붙어있다. 마음에 안 들 뿐더러 뒤표지의 요약문구도 거슬린다. 없는 편이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런 겉모습에서의 불만을 지우면...

책은 꽤 좋다.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편안한 느낌.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인 연문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연문은 기본적으로 연애소설이라는 느낌도 강하긴 했지만. ^^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이 편안함이 비슷하다.)

단편들의 배열도 꽤 잘 되어 있어서,
조금 느슨하게 마음을 놓았다가, 다음엔 긴장했다가, 가벼운 소품으로 마음을 풀고서는, 다시 조금 생각해야 하는 주제로 돌아가는 등, 한번에 쭉 이어 읽기에 무리가 없다.
각 단편들을 덮을 때에도 편안하게 입가 한구석에 미소가 걸리고, 쭉 이어 읽을 때도 마음이 평화롭다.

최근 요코야마 히데오를 읽으면서 "너무 따뜻하잖아~" 하고 기가 질리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강조하는 작품에는 매력은 커녕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분명히 따뜻한데 그 따뜻함이 거슬리지 않는다. (심지어 표제작은 너무너무너무 인류애를 대놓고 떠들어대기도 하는데 말이다.)

간만에 편안하게 읽은 작품.
미스터리도 판타지도 사랑하지만, 가끔은 그런 긴장을 지우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좋다.

* 아무래도 마음에 거슬리는 문장
: 25년 만에 처음 입에 담은 회환의 그 바닥없는 깊이를 그저 응시하며 기요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p200)
무어라? 회환? -_-;
회한의 오타겠거니...하고 넘어갈만한 문장이지만, 다른 부분에서 교정 실수가 거의 없었고, 그리고 워낙 유명한 번역자이다 보니 혹시 내가 문장을 잘못 이해한 걸까, 정말로 회환이 맞는 걸까 하고 사전까지 찾아봤다. -_-;
그치만 아무리 봐도 회한;; 결국 편집부에 전화까지 걸어서 문의하다. -_-;
문의 받으신 분도 회한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교정자와 번역자와 연락해 보겠다고.. 5쇄던데 아무도 태클 건 사람이 그동안 없었댄다. -_-;  혹시 수정되면 다음쇄에 교정된다고. 어딘가 공지라도 하느냐고 했더니 그런 경우는 없단다. 그럼 내가 잘못 이해했는지 교정이 잘못됐는지 서점에 가서 매번 다음쇄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이냐...OTL
 
* 표지일러스트가 익숙하다 했더니 역시 권신아씨. 종종 문학작품의 표지에서 만날때마다 괜히 반갑기도 하다. 약간 몽환적이고 비쩍마른 그림체를 만화잡지에서 봤을때는 더 낯설었는데, 오히려 이런 글과 어우러질때 더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소감~)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