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노트'에 해당되는 글 112건

  1. 2009.09.29 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2. 2009.08.19 득템하다
  3. 2009.08.10 파일로 밴스의 정의 - S.S. 밴 다인
  4. 2009.06.30 간만에 독서노트 -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5. 2008.10.12 거울 - 이디스 워튼
  6. 2008.09.10 부부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3
  7. 2008.06.27 퍼언 연대기 - 앤 맥카프리 3
  8. 2008.06.17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야베 미유키
  9. 2008.06.13 암흑동화 - 오츠 이치
  10. 2008.06.10 초콜릿 코스모스 - 온다 리쿠 4
  11. 2008.06.10 GOTH - 오츠 이치 2
  12. 2008.05.20 메이즈 - 온다 리쿠 2
  13. 2008.03.23 암흑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2
  14. 2008.03.19 이와 손톱 - 빌 S. 밸린저
  15. 2008.02.23 어둠의 속도 - 엘리자베스 문
  16. 2008.01.22 가라, 아이야, 가라 - 데니스 루헤인 2
  17. 2008.01.18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 제프리 디버
  18. 2008.01.10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2
  19. 2008.01.10 스타더스트 - 닐 게이먼
  20. 2008.01.04 테메레르 - 나오미 노빅 2
  21. 2007.12.17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 제프 린제이 1
  22. 2007.12.10 꿈을 주다 - 와타야 리사
  23. 2007.12.02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이사카 고타로
  24. 2007.11.22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 모리 에토
  25. 2007.11.16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26. 2007.11.04 외딴집 - 미야베 미유키 1
  27. 2007.10.30 11문자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28. 2007.10.29 아임 소리 마마 - 기리노 나쓰오
  29. 2007.10.28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 온다 리쿠
  30. 2007.10.17 데이워치 -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2009. 9. 29. 17:47

* 이현진 옮김, 마음산책 펴냄

부제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이 마음에 안들어서, 대체 무슨 이야길 하려는 거야? 싶어서 한동안 미뤄뒀다가, 잠깐 가벼운 책으로 휴식이나~ 하는 기분으로 집어들었다.

그런데... 기대보다 재밌고 정말로 유쾌하다! :D

(나도 아는) 책에 등장하는 재료(혹은 음식), 실수담, 추억, 가끔은 유래나 레시피까지 등장하는 이런저런 음식과 에피소드들이 너무 즐거웠다.
 
그러고 보면 오래전부터의 내 "동경의 음식"은 '진저에일(<여름으로 가는 문>)'과 '레몬을 넣은 흰 빵(<테르미도르>)'이었다.  이렇게 요네하라 마리는 "책속의 동경의 음식"을 키워드로 내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도 하이디의 염소젖 (사실 염소젖보다 폭신한 햇짚으로 만든 침대가 내 관심을 더 끌긴 했지만) 맛이 어찌나 궁금했던지~! (어른이 된 이후 방문한 알바이신 메뉴에서 염소젖을 찾았지만 비리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시도는 못해봤다 -_-; 자라면서 겁만 많아진 듯)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을 읽으면서,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던 독일에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쑥쑥 생겨나 당혹스러웠는데, <미식견문록>에서는 고베에 가서 만두와 튀김을 먹고 이진칸을 구경하고 싶어졌다 ㅠ.ㅠ 고베라고는 고베 대지진밖에 모르는 내가 고베에 가고 싶어질 줄이야;; 물론 전문 작가의 글이니만큼 문장은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보다 훨씬 매끄럽다. ^^

간만에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읽다. 작가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 색인의 첫항목이 음식명 ^^
* 개인적으로 부제와 광고문구는 좀 에러;

Posted by smfet
2009. 8. 19. 21:48
주문한 기억이 없는 얄팍한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이게 뭥미? 하고 열어보니...


"퍼펙트 블루 이벤트 당첨" 으로 퍼펙트 블루를...

사실 책을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가 산건지 빌려읽은 건지 기억이 안나서 W오빠한테 "오빠가 사신거 맞죠?"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24 주문 목록을 뒤지기도 했다는 -_-;
근데 퍼펙트 블루를 구입했는데 이벤트가 퍼펙트 블루라니 -_-;;; 아무리 사인본이라도 이 센스는 정말 별로라규~!


어쨌든 득템하신 미미여사 사인본!
사인과 낙관이 함께~
여사님 사인하실 때 겉표지를 꾹꾹 눌러서 펴셨는지, 이미 읽는 책보다 겉표지에 펼친 자국이 뚜렷하다~ ^^


내가 있는데 책에 관심을 보인단 말이냐~
관심을 빼앗긴것에 심통난 듯한 두유.


너무나 강렬한 작가별 책모으기의 유혹이여~!
새로 정리한(드디어! 일부만이지만 ;; ) 책꽂이의 히가시노 게이고 섹션과 미미여사 섹션.
없는 책들은 대여중이거나 기증된 책들. 국내 번역된 책 대부분이 있지 말입니다;;

* 정말로 히가시노 두어권 빼고 다 모았을 듯-_-;
백야행, 붉은 손가락은 대여중인게 확실하고,..
브루투스의 심장, 11문자 살인사건, 레몬,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기증...인가? 대여인가? 기억이 가물-_-;

미미여사는... 아마 한권도 안빼고 다 모았을 듯 -_-; 안보이는건 대여중 -_-;

(히가시노 게이고 책 대부분은 W오빠가 구매해서 빌려주신 것-_-; )

* 오늘 업무시간까지 투자하며 다 읽은 메롱이 미미여사 섹션에 추가! 메롱이 막 도착했을 때는 볼륨에 헉 했지만... 두꺼운 볼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스피드로 읽힌다. 완전 좋아~! 그만 읽고 일해야 하는데 이야기가 끊기는 부분이 안나와서 손에서 떼지 못하고 계속계속 읽어버렸다능; 일은 책읽던 짬짬이 하고;;  너무 착한 결말에 잠시 손발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너무너무 잘 읽었다! 완전 강추!

만만찮은 권수를 자랑하는 온다 리쿠도 있지만 그쪽은 대여중이 너무 많아서 저만큼의 볼륨이 안나오니 일단 두 작가만;;


평소엔 닫아두던 서재가 열리니 신기한지 냉큼 책 사이로 낑겨 들어가려고 노력해 보는 두유
그러나 왠지 좁아보일 뿐이고 --;;

"뭥미? 나같이 늘씬하고 자그마한 냥이가 왜 못들어간 거임?"

편안하게 들어앉을 수 없다는게 이해되지 않는 두유;;





Posted by smfet
2009. 8. 10. 15:10

*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펴냄
* 수록작: 스카라베 살인사건, 겨울 살인사건


잘난체 탐정의 대명사 파일로 밴스를 예쁘게 장정된 새 편집으로 만나다.

대표작들이 국내에 이미 소개되었으나, 처음 출간되는 작품이 섞여있어서 "다시"라고 말하기는 좀... ^^;

DMB에서 처음 만난 파일로 밴스. 그때는 어린 맘에 이런 잘난체쟁이는 뭐냐! 하고 재수없어 했었는데...

모든 비교는 상대적이라서, 이제는 꽤나 관대해졌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현학적이네, 잘난체는 좀 하지만 실제로 잘났으니까...... 등등을 중얼거리다 보니  이 정도면 충분히 친절하네~! 싶기까지.
"정말로 잘났으니까" 봐주지 뭐,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드는 건 상당부분 나이 탓인 듯도. ^^
(파일로 밴스의 배경 및 외모/취미 설명을 들으면 너무 부러워서 질투나기까지 한다. ㅠ.ㅠ )

밴 다인 답게 착실한 고전 추리소설로, 추리를 쫓아가는 데에도 무리가 없고 결말도 깔끔하다.
(파일로 밴스 식의 범인의 최후는 내 취향과는 다르지만 어찌하리오 ^^ 개인적으로는 히스에게 동조하게 된다. ;;
천재는 나랑 거리가 멀어~~ )

스카라베 살인사건은 이집트 학자의 개인박물관이라는 사건의 무대가 스산하고, 겨울 살인사건은 배경이 겨울이라 더운 여름 끈적이지 않은 추리 분위기를 즐기기에도 좋을 듯.

* 제목의 의미

  인문대생과 공대생 구별법 중 이런 질문이 있다.
  "<정의>를 영어로 뭐라고 하지?"
  여기에 "Justice"라고 대답하면 인문대생, "Definition" 이라고 대답하면 공대생이라고.
  (물론 내 주변의 대부분이 즉각 definition 이라고 대답한다. -_-; )

 
"법률따위!" 평소의 그답지 않은 격정적인 말투였다. "그리고 바로 그런 법률이 일반 대중을 위해 전시되는 장소를 우리는 정의의 재판정이라고 부르지. 정의라니 - 고모님 맙소사! 서뭄 저스, 서멈 인주리아. 남의 말을 무조건 반복하는 행위의 어디에 정의가, 지성 따위가 있단 말인가?"
- 스카라베 살인사건 본문 중에서

  "파일로 밴스의 정의(Justice)"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겠지만,
  시리즈(!!) 첫 권에 붙는 제목으로 "파일로 밴스라는 탐정에 대한 정의(Definition)"라고 읽는 것도 그럴듯하다. ^^
 
  (반가워요, 밴스 씨! ^^)

* 작중 화자(이면서 실제 작가인) 밴 다인은 왓슨, 헤이스팅스를 수다쟁이로 만든다. 과묵할 뿐더러 투명인간의 존재감까지! (티 안나게 상황에 끼어드는 법을 알고 싶으면 밴 다인에게 배우자! -_-)



* 출퇴근 이틀 동안 가방에 넣고 다녔더니 벌써 책등 모퉁이가 조금 해졌다.
  하지만 나는 무심한 듯 시크한 도시의 커리어우먼이니까 (-_-;) 그런 사소한 것에 섭섭해하지 말아야지~


저 동서문화사의 책, 무려 권당 8800원이라능! (출판일은 2003년)
양장본 가격이 결코 비싼게 아니라능! 장편 두권이라고 생각하면 끄덕끄덕.
(고급스런 책 겉모양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 나란히 여러권 꽂아두면 더더욱 포스를 발휘할 뽀대!)

- 왼쪽: 스카라베 살인사건(북스피어), 오른쪽: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 같은 책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찾을 수 있는 밴스가 그린과 비숍 뿐이라서... ^^;;
   (다른 책들은 사라진건지 y양에게 돌려보낸건지 기억도 안난다. -_-; )
   표기 이외에도 히스 "경감"과 히스 "(형사)부장"이 눈에 띈다.

- 왼쪽: 스카라베 살인사건(북스피어), 오른쪽: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 동서와 해문의 미스터리들은 최악의 가독성을 자랑한다. -_-;
  엉망인 번역과 더불어서 읽기 힘든 편집. 가벼운 스토리이면 그나마 덜한데, 밴스처럼 말 많은 (잘난체) 탐정의 경우에는 정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든다.

* 전집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브라운신부 전집도,


한권씩 모으고 있는 크리스티 전집도 보고 있으면 뿌듯뿌듯.

(꽂아놓았을 때 뽀대도 소중하지만, 고유명사의 표기나 번역체 등의 통일감을 위해서도 시리즈 원츄!
 간혹 작가이름마저 서로 다른 발음으로 적어놓은 책들을 발견하면 정말... 때려주고 싶을 뿐이고! -_- )

파일로 밴스의 전집 무사히 완결되길!!






Posted by smfet
2009. 6. 30. 18:31
-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2007 제 4회 서점대상, 제 2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

 이만큼 확실한 1인칭 소설은 정말 오랫만인듯. 단순한 주인공 성격이 드러나는 짧은 문장, 확실한 1인칭 시점의 화자가 일기쓰듯이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서점대상이라는 카피에도 불구, 3권으로 나온 게 좀... -_-; (서점대상은 챙겨 읽어야지~ 생각하던 나도 안 샀음-_-; 달리기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사용한 것은 둘째치고, 세권짜리를 덥석 집어들기엔 좀... 게다가 처음보는 작가. 왠만큼 관심있지 않으면 힘들지 않을까.)

 고등학생 단거리, 그 중에서도 400m 계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터하이 등에 대한 일본 고교생들의 열정이나, 운동부의 서클 활동 양(...과 정도)을 보면 질릴 정도. 어떻게 저런걸 하지.

 등장인물들의 성장에 그야말로 착실하게 촛점을 맞춘 작품.
 주인공도, 동료도, 라이벌도, 후배도 성장해 나간다. 몸과 마음이 함께.

 너무나 건전해서 과연 서점대상.. 끄덕끄덕 하는 기분이 되었달까. :)

 읽을만 하지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나 흡입력은 조금 약한 편. 솔직히 3권 중 중간에 끊었어도 그닥 아쉽지 않을 뻔했다.

 매력이 부족한 이유는, 3권 내내 빡시게 운동하고 달리는데 어쩜 이리 땀냄새가 안나는지!에 문제가 있는 듯. -_-; 이건 너무 상콤!하잖아~! (땀냄새 이야기 하니까 몇년 전에 얼음과 불의 노래를 읽다가 그 진한 땀냄새에 괴로워했던 기억이 스물스물)

* 성장하는 운동 청소년

- 나인볼 황제 용소야(-_-;) 시절부터 좋아했던 성장하는 열혈 운동 청소년!
  생각나는게 죄다 만화네. 플라이 하이, 저스트 고고.
- 학교다닐때 읽었던 만화 중 역전 마라톤이 소재인 만화가 있었는데.. (기억을 더듬더듬 찾아보니 아마도 "스타트"인 듯)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갖가지 소재의 스포츠 만화를 읽었구나 -_-;
  당구, 체조, 농구, 야구, 축구, 테니스, 경륜에 경정까지... -_-;;
  내가 알고있는 운동경기의 룰은 다 만화에서 배웠지 말입니다;
- 주인공의 성격이나 배경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저스트 고고의 이데 노부히사와 겹치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스트 고고 쪽이 더 좋다. (루이루이 때문인지도; 빠심은 언제나 승리한다규!)

* 서점대상

200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2005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2006 도쿄 타워 - 릴리 프랭키
2007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 사토 다카코
2008 골든 슬럼버 - 이사카 고타로

- 서점대상을 쭉 읽어왔었는데, 역시 3권짜리는 사기 부담되어서 미뤄두었다가... 18개월 지난 기념으로 W오빠가 구입해서 빌려주신 책. 그러고 보면 2007년까지는 뭔가 비슷한 분위기인데 골든슬럼버에서는 갑자기 스릴러로 바뀌었네. :)

Posted by smfet
2008. 10. 12. 22:33
* 김이선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 기담문학 고딕총서 11
* 수록작: 케르폴, 홀리다, 벨소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미스 메리 파스크, 미스터 존스, 거울, 모든 영혼의 날


호러는 무섭다. (쓰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기담 고딕총서 레이블이 어느새 11권이나 나왔는데 호러 이미지에 겁을 먹어서, 정작 읽은 건 거울이 처음. (이것도 이벤트 덕분)

오프라인에서 본 적이 없어서 책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는데, 네모낳게 각이 진 양장과 화려한 패턴의 책등이 너무 마음에 든다. 중간중간의 도판도 예쁘고~ 고딕 레이블이 붙은 만큼 화려하고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책이라, 읽기 전 겉표지를 감상하면서도 만족.

(양장임에도 불구하고 책끈이 없는 건 아쉽지만.)

작가의 이름인 이디스 마저도 책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첫인상과 분위기는 올해 읽은 책 중 단연 상위권.

여성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 아련한 공포를 만들어 낸다.
유령인지, 환상인지, 착각인지, 꿈인지 명확히 집어내기 어렵고 두꺼운 안개처럼 스물스물하고 서늘한 공포.
끈적거리는 찜찜함과 비명 대신 차가운 돌벽과 습기, 원망과 원한 대신 마음 속의 허전한 구멍이 보이는 느낌.

이러한 분위기는 겨울에 더 잘 어울릴 듯.

* 수록작 중 마음에 드는 작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미스터 존스

* 표제작인 거울의 원제가 Mirror인 줄 알았더니, The Looking Glass라고 되어 있네. 


Posted by smfet
2008. 9. 10. 09:25
* 이기원 옮김, 해문출판사 펴냄

예전엔 미스 마플을 수다스러운 할머니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이 들수록 마플양이 좋아진다. 많이 그리워서 y양을 졸라대어 책을 받았는데... 무려 20년 전의 책! 그 시절에 읽었던 것과 똑같은 책을 다시 읽게 된 셈이다. 여전히 번역은 엉망이지만 (사실 정당한 저작권으로 출판되었다고 생각되어지지도 않지만 -_-) 다시 읽어도 즐겁다.

덕분에 크리스티 전집을 구매할까 심각하게 고민중...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오는 판본이 64권까지 나왔던데... -_-;;

마플 외에 더 만나고 싶은 작품이 없냐길래, 크리스티 작품중에서 가장 밝은 커플이 아닐까 싶은 토미와 터펜스 부부를 부탁했더니 부부탐정/운명의 문을 함께 보내주었다. 덕분에 정말 오랫만에 다시 만난 토미와 터펜스.

부부탐정은 발랄하고 유쾌하고 젊은 탐정 커플 토미와 터펜스가 나오는 단편집이다. 그들의 데뷔작인 비밀결사는... 분명히 제목하고, 처음에 둘이 만나는 장면은 기억나는데 그 이후가 기억이 안난다. -_-; (역시 크리스티 전집을 사서 읽어야 하려나? 하고 계속 지름신 합리화시키는 중)

토미와 터펜스가 모종의 임무로 탐정사무소를 맡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단편집인데, 연작 단편들 전체를 이어주는 큰 줄기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매 단편, 토미와 터펜스의 탐정 코스프레 (혹은 탐정 페르소나 뒤집어쓰기)가 유쾌했다. :)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구석의 노인, 브라운 신부, 에르큘 포와로, 셜록 홈즈 등 갖가지 탐정인 체 하는 토미와, 그에 걸맞은 조수(여기자 부터 왓슨, 헤이스팅스 대령까지. 그리고 때로는 탐정역까지)로 맞장구쳐 주는 터펜스. 이전부터 알고 있던 탐정들이라, 굉장히 즐거웠다.

맡는 사건들도 가볍고 유쾌한 게 많고, 해결방식도 매우 활동적이라 즐겁게 읽은 책.

크리스티 여사님 최고~!

* 독자로서의 작가가 드러나는 다른 이야기들
- 십각관의 살인(아야츠지 유키토) : 아무리 봐도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 떠오른다.
- 월광게임(아리스가와 아리스) : 부제인 "Y의 비극 88" 에서도 알 수 있듯이 퀸 빠돌이;
- 하드보일드 에그(이사카 코타로) : 필립 말로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양쪽 모두에게 유쾌함을 전달해 주는 이야기

* 황금가지 판이 해문 판 크리스티 전집보다 책 질이나 번역이 확실히 나을 거는 같은데...
  에르큘 "푸아르"란다. 실제 발음이 어떻게 되건 내겐 "포와로"여서 , 꽤나 신경쓰인다. -_-;
Posted by smfet
2008. 6. 27. 18:15
* 용기사 3부작: 드래곤의 비상, 드래곤의 탐색, 백색 드래곤
* 드래곤의 비상 중 1장 "용의 간택": 휴고상 최우수 중편상 (1968) 수상작, 2장 : 네뷸러상 수상(1968)

용과 기사와의 유대, 테메레르가 바로 떠오른다.
그러나 유대 정도를 비교하자면... 퍼언의 용들이 기사와 더 강하게 맺어져 있다. 그야말로 소울메이트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도 텔레파시가 통하는데 달리 어찌 표현하리오)

테메레르는 2, 3권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전체 6권 예정인 시리즈인데 4권을 읽고 싶은 의욕이 안생겨서 아직까지 방치 상태니... (읽은 분의 의견에 따르면 4권은 읽을만 하다더라) 그래서 상대적으로 퍼언에 더 후하게 점수를 줬는지도 모르겠다. 양쪽 다 3권씩 읽은 현재로서는 퍼언에 점수를.

하드 SF를 주로 읽는 독자들 중에서 퍼언을 마구 씹는 의견도 많던데 (특히 타임 패러독스 부분)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나름 읽을만 하다. 각 장별로 따로 발표된 중단편들이 섞여 있기도 해서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고,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는 생뚱맞은 사건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

나야, 잘 몰라서 그런지 어쨌든 재밌었다. ^^

테메레르 대비, 스케일이 매우 크다. 테메레르가 로렌스의 중대 단위로 이루어지는 모험인 반면에 퍼언은 행성 전체의 운명이 달린 사건이 일어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평면적이지 않나? 생각되지만 수가 많다보니 어느 정도 커버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런 복선 없이 이런저런 등장인물들이 필요에 따라 불쑥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_-; 그래도 나름대로 스페이스 오페라 읽는 기분으로 재밌게 읽힌다.

무엇보다 용기사 3부작이 퍼언 연대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연대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더 뒷이야기가 있는게 확실해서, 3부작 마지막이 "잘 먹고 잘 살았대요 ever after" 하는게 아니라 "다음 시간에 계속" 이라는 점이 아쉽다. 완결을 보고 싶다구~! (시즌제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 캐릭터가 그렇게나 많이 등장하는데 어째 맘에 드는 애가 없냐...-_-; (역시 성격들이 너무 평면적이라?)
* 책 예쁘고, 두껍다! 산지 반년이 다 되도록 못읽은 이유가 그 두께 때문이었는데... (가방에 안 들어간다. -_-; ) 모종의 이벤트 참가용으로 출퇴근시간에 들고다니느라 힘들었다. -_-;
* 앤 맥카프리는 최초의 여성 휴고상 수상자이고, 사이언스 판타지 장르를 개척했다고 한다. (이것보다 퍼언 연대기로 돈 벌어서 성 샀다는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긴 하지만. -_-) 1부에서의 엉성한 중세처럼 보이는 세계는, 3부까지 진행되면서 개연성을 얻고, 확실한 세계관을 정립해 나간다. (솔직히 3부 뒷부분은 너무 막나가는거 아냐? 싶은 생각도 조금은 들었지만. -_-;; ) 개인적으로는 테메레르보다 퍼언 연대기쪽을 추천. (단, 테메레르도 1권만 읽을거면 추천. -_-)

Posted by smfet
2008. 6. 17. 10:27
*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펴냄
*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1991)

조금 늦게 읽게된 미야베월드 2막.

혼조 후카가와의 일곱가지 불가사의를 모티브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에도 시대 상인과 고용살이인들의 사는 이야기이다. 모시치 대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들이지만, 역시 "삶"의 이야기다.

외딴집보다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이야기가 밝아서가 아니다. 짧은 연작 단편들이지만 살인에 배신, 원한과 질투가 서린 사건들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해결해 주는 모시치 대장이 있고, 등장인물들에게는 미래가 있다.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안심이 되고, 모시치 대장의 인품에 감동하여 이야기의 마지막은 항상 따뜻해진다.

더 읽고 싶은데 짧아서 아쉬움이 남는 책.

* 일곱번째 불가사의, "꺼지지 않는 사방등"에 나오는 처자가 참 마음에 든다. ^^
  이런 성격의 처자는 어디 가도 잘 살 거야! 홧팅!

* 에도시대의 작은 가게 상인들 이야기나 고용살이가 많이 나와서, 샤바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번역자도 같은 분이다. ^^) 아무래도 가게의 규모가 있어서 샤바케는 서민적인 분위기는 아니지~ ^^;
   
* 책을 정리하려고 작가별로 모아봤더니 다 한두권씩 빠져 있더라. -_-;
  요 1~2년간 빌려준 책이 많다 보니...
  온다 리쿠와 미야베 미유키 같은 경우는 책이 워낙 많다 보니 목록과 대조해 보지 않으면 뭐가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누구한테 빌려줬는지도... -_-; (y양 아니면 w오빠겠지만.)
  책은 빌려주면 다시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 물질에 대한 미련이 많은가 보다.
  다 맞춰세워서 뿌듯해 하고 싶다니, 펴보지도 않는 장식용 하드커버로 책꽂이를 채우는 사람들과 다를게 없잖아. -_-;
  (심지어 이미 산 책을 누군가에게 줬다가, 나중에 그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을 경우... 다시 사 모으기도 한다. -_-)
  조금 반성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으고 싶다. -_-;;
 
Posted by smfet
2008. 6. 13. 14:51
* 김수현 옮김, 황매 펴냄

'알고보면 잔혹한 그림동화' 스타일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
암흑이라는 수식어도, 동화라고 주장하는 것도 모두 끄덕거려지기는 하지만...
동화라면... 딴 건 몰라도 부패는 안나온다고요. ㅠ.ㅠ
(썩어 문드러진 눈알이라든가, 쥐가 파먹은 심장이라든가... -_-; )

'이식받은 장기를 통해 이전 소유자의 기억/능력을 본다'는 여러 장르에서 종종 사용되는 소재이다. 그러나 암흑동화에서 이식받은 눈이 보여주는 기억은 그 자체가 공포는 아니다.

오싹해지고, 불쾌해지는 건 눈이 보여주는 기억이 아니라 인물들이다. 고통과 생리적인 기본 욕구가 제거되었을 때, 내게는 비참하게만 보이는 당사자들의 묘한 현실적응력이 견딜 수 없게 불편했다.

* 지하실 인물들의 기괴함은 란포의 "우울한 짐승"을 떠올리게 한다. 읽는 동안의 찜찜함도 비슷... 덮고 나서는 그래도 오츠 이치 쪽이 더 나은 듯.
* 두 번 속았다. 해볼만 한걸? 하고 중간에 잠시 기세등등했으나, 되려 당했다. 이런.

* 아무래도 아침에 읽기 좋은 책은 아니었다. 끈덕거림이 종일 남다.
*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워졌다구. 여름이라고 해도 냉방 때문에 충분히 서늘하다. 마음속까지 오싹하게 해주지 않아도...
Posted by smfet
2008. 6. 10. 21:14
*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펴냄

"온다 리쿠 판 유리가면"

책 소개, 줄거리 요약, 그리고 엔딩까지
...모든걸 요약해 주는 한마디.

* 유리가면을 좋아하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 내일의 왕님을 좋아해도 마찬가지...;;

시선이 분산되고, 세련된 등장인물들이라 유리가면보다 열혈은 떨어지지만, 책은 재미있다.
퇴근길에 시작해서 밥먹을 때도 못 내려놓다가 책장을 방금 덮었다. -_-;;

Posted by smfet
2008. 6. 10. 11:15
* 권일영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 제 3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긴 검은 머리에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모리노와 "나"는 보통사람들과 조금 다른 감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책 제목의 GOTH가 말하는 이미지처럼.
GOTH는 이 주인공 콤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엮은 연작 단편집이다.

암흑계 Goth, 리스트 컷 사건 Wristcut, 개 Dog, 기억 Twins, 흙 Grave, 목소리 Voice

각각의 소제목이 달린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http://labluegirl.egloos.com/3761488 에서 참고한 바에 따르면, 문고판은 순서가 다르다고 한다.

 문고판은
 요루의 장 - 암흑계, 개, 기억 (요루는 여 주인공 모리노의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夜-밤 야-입니다. 그래서 밤의 장이 아니라 요루의 장)
 나의 장 - 리스트 컷 사건, 땅, 목소리
 이런 순입니다.


일단 순서를 따질 필요도 없이 책 자체의 충격이 컸다. 표지와 제목에서 호러를 예감하고, 그래, 오츠 이치를 두권 연달아 읽는 건 정신건강에 안좋을지도 몰라~ 생각하고서는 출근용으로 GOTH, 퇴근용으로는 온다 리쿠의 초콜릿 코스모스를 들고 왔는데...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심지어 횡단보도만 빼고 길을 걸을 때도 손에 들고 읽다가 출근한 후에도 주위에 사람 없을 때 슬금슬금 눈치봐가며 끝까지 읽었다. 후기까지 꼼꼼히...

그리고는 역시 읽길 잘했어!

분위기 자체는 ZOO와 비슷하지만, 관찰하는 장면이 많아서일까, ZOO보다는 감정의 균형이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간중간 오싹하고 등줄기를 스물스물 기어가는 호러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각 장이 끝날때마다 조금씩 안정이 된다.

그렇지만 책을 덮은 지금도 턱 내려앉았던 가슴이 아직 완전히 진정되지는 않은 책.

쓸쓸함의 주파수, 너밖에 들리지 않아, ZOO,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GOTH 순으로 읽어 왔다.
(암흑동화는 집에 있다. 다음에 읽을 책. -_-; )

쓸쓸함의 주파수를 읽었을 때에는 영상적이고 감각적인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 뿐, 차기작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E양의 calling 이야기를 보고 너밖에 들리지 않아도 구입. 여전히 가련하고 (애절하다라고 GOTH의  작가 후기에는 되어 있다.) 부드러워서 남성 작가라는 게 더욱 놀라웠던 작품.

그리고 후기를 보고 구입한 ZOO에서, 오츠 이치는 당장 완소작가로 등극. 권두의 seven rooms 느낌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가슴을 찔렀댈까. 동년배(오츠 이치는 1978년생)에 대한 엄청난 질투심도 함께 생겨났다. ㅠ.ㅠ

그리고 GOTH.
"꽃의 노래"에서 태연하게 서술트릭(...인정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랬다.)을 사용할 때도 속아넘어갔지만, GOTH에도 중간중간 서술트릭이 섞여있다. 첫페이지로 다시 넘어가서 확인하고 읽고 싶은 충동이 이는 작품이 몇 개 있다. 의도가 느껴져서, 단편집 뒤쪽으로 갈수록 이게 트릭이구나! 눈치채게 되기는 하지만, 트릭이 드러나거나 범인이 밝혀졌다고 해서 작품의 재미가 손상되지는 않는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나"는 나하고는 겹쳐질 수가 없다. "나"의 감성은, "seven rooms"에서 사람을 무감각하게 썰어 조각내던, 그 살인마의 시선과 닮았다. ("나"가 그보다 똑똑-이라기보다는 현명?-했다는 게 다행이다)

* "성격이상자를 불러들이는 페로몬"을 분비하는 모리노가 사건의 시작점이 되었던 GOTH. 혹시나 속편을 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운명이 있는" 여동생이 중심이 되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제발 써 줬으면~!
(천재는 내키면 쓰면 되지만 평범한 독자는 이렇게 비굴하다. 제발 써주세요~ 엉엉)

* 학산에서 오츠 이치의 책들을 3권 더 계약한 모양. 올해도 꾸준히 지르겠고나~

Posted by smfet
2008. 5. 20. 17:47
* 박수지 옮김, 노블마인 펴냄
* 간바라 메구미의 첫번째 모험

작년까지 활발히 쏟아져 나오던 온다 리쿠의 책들도 올해는 뜸하다. 왠만한 건 다 냈다는 걸까.

봄이 되어 밝고 팔랑팔랑한 걸 읽고 싶어~ 하는 기분에, 온다 리쿠는 저 쪽으로 한참을 미뤄뒀었다. 간만에 집어든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언덕위의 하얀 상자"라는 이미지는 지극히 온다 리쿠 스럽다고 생각했으나, 읽고 난 후에는 오히려 "마스터 키튼"스럽다는 느낌을 받다.
그렇지만 주인공 간바라 메구미의 매력은 키튼만 못하다. 오히려 친구 미쓰루가 더 마음에 들다. (하지만 미쓰루는 리쿠걸 타입이 아니다. )

미쓰루의 이야기 쪽은 나름 흥미가 있었지만... 주인공인 간바라 메구미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 시리즈 중심인물로서는 부족한 편이 아닐까?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는 온다 리쿠 스럽지 않다. 작가 이름만 보고 집어들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대신에 나름 미스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신선함은 좀 부족하지만.

순전히 미쓰루 덕분에 점수를 준 메이즈. 시리즈 두번째 권인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서 점수가 야박하다.

* 양장본으로 책을 내면서 책끈을 빼먹는 거 너무 싫다. 대체 노블마인은... 시리즈 첫 권은 책끈을 끼워놓고 두번째 권은 책끈을 넣지 않다니. 이 무슨 황당한 센스?

Posted by smfet
2008. 3. 23. 09:48
* 권일영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1500여 페이지의 책을 하루에 다 읽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쉬지 못하고 읽어버렸다기 보다는,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읽었다는 편이 더 옳을지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읽은 후에 남는 찜찜함이 꽤 크다.
십각관은 나름 본격인데다가, "어머, 크리스티 빠인가봐~" 하며 나름 즐겁게 읽었지만, 시계관에서는 그 비뚤어진 감성이 심히 거슬려서 찜찜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었다.
(월관은 사사키 노리코의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사키 노리코의 만화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으므로 일단 제외)
그리고 이번, 관 시리즈 2기를 여는 (무려 3권짜리) 암흑관.

시계관에 실망한데다 3권이나 되는 바람에 별로 읽고 싶지 않아 미뤄뒀었는데, 판타스틱의 작년 장르 결산에 암흑관이 미스터리 부분 2위를 차지. 관 시리즈의 2기를 성공적으로 열었다고도 하고... 그래서 결국 구입. 두께에 질려서 평일엔 엄두를 못내다가 주말을 기회로 드디어 읽었다.

책 표지를 들추자 마자 4쪽에 걸쳐져 있는 방대한 저택 도면에 일단 깜짝.
시계관도 크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정말... 스케일이 방대하다. 배경과 저택을 설명하는데만도 1권 분량이 모두 소모된 듯.

신본격의 작가지만, 이번 암흑관에서는 주요 소재 덕분에 본격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지 호러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잠을 설쳤다. ㅠ.ㅠ 겁이 많은데 왜 이런걸 읽는지 나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 -_-; 중간에 그만두면 더 찜찜할까봐 무리해서 끝까지 읽은 것도 있다.)

트릭은 의외로 단순하며, 무엇보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관계한 건축물이므로(-_-) 실질적인 밀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로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중간중간의 간주곡 부분에서는 그 "시점"이 하나의 인격체처럼 여기저기로 이동한다. 이 시점의 자의식이 본문에도 불쑥불쑥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문체는 난해한 편. 교고쿠도 읽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여-_-; 라고 초반에 생각했다. -_-;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시리즈를 여는 (집필 순서로는 일곱번째지만) 관으로서의 의미가 높게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번 관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감상을 되풀이 해야겠다. "시리즈 나오면 궁금하긴 할 것 같은데, 또 읽어야 할까? -_- )

* 2ch에서의 유머가 생각난다. (...리라하우스에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못 찾겠네? -_-)
무슨 관이라는 저택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나카무라 뭐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RE: 이름이 "가와미나미"가 아니라면 가지마.
(김전일에서 김전일과 미유키만 살아남는 상황들과 비슷-_-)

* 새로 익힌 단어: 혜존(
存) -  [명사]‘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 따위를 남에게 드릴 때에 상대편의 이름 아래에 쓰는 말.
Posted by smfet
2008. 3. 19. 14:53
* 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펴냄
* 초판 한정 결말 봉인본 (이미 잘라냈으니 아무 의미 없이 되었지만... ^^)

"여기엔 반전이 있다!"라는 말 자체가 이미 미리니름이 되는 바람에 오히려 반전의 효과가 약해지기도 한다. 반전에 너무나 자신이 있는 작품들은 이게 과장 광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특별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반전부분을 다른 색 종이로 넣고 절대 보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살육에 이르는 병), 이 책처럼 결말 부분을 봉인(다른 종이로 둘러싸서 감추는)하기도 한다.

원작이 처음 발간되었을때 후반부를 봉인하여 출판했다고 하니, 책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원작에 대한 존경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스피어의 이와 손톱. 꼭 한정판에 미련이 있어서만이 아니라 출판사에 대한 신뢰 덕분에 읽게 되었다. :)

이로서 북스피어의 책들은 아발론 연대기, 용의 이, 원더월드만 빼고 다 가지고 있던 셈인데... (두개골의 서는 누군가 빌려준 것 같은데 기억 안남, 아발론 연대기 1권도 누군가에게 줬음, -_-; 미야베월드 중에서는 얻거나 선물받은 책들이 있고.. 대부분은 다 구매한 책.). 사 놓은 책들 중에서도 나무바다 건너기와 퍼언연대기는 아직 못 읽은 상태. 대체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낮은 출판사라고 생각한다. ^^

고전 미스터리 작가의 걸작을 읽을 때에는 "당시"에 획기적인 트릭이라고 해도 현재에 보면 식상하거나, 배경이 너무 올드해서 집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번역이 개판일수록 집중도가 잘 흐트러진다. (DMB가 대표적-_-; )
그리고 이와 손톱은, 읽다가 copyright를 다시 한번 확인할 만큼, 50여년이 된 글인데도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다. :) (과학의 발달에 따른 사소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 )
법정과 실제 사건이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양쪽 모두 흥미진진하다.

그동안 세월이 무색할 만한 멋진 이야기.
(반전 부분은... 그동안 하고많은 미스터리에 닳고 닳았는지 대충 짐작 가능했다는 ^^;
50년 전이라면 충격적이었을지도?)

* 아는 사람은 알, 스트레스성 가득한 일 때문에 한동안 책을 제대로 못 읽었는데, 미미여사의 쓸쓸한 사냥꾼과, 이 책을 시작으로 다시 달릴 마음의 준비 완료~! 쓸쓸한 사냥꾼도 무지무지 좋았음! ^^

* 올리고 나서 보니 100번째 독서노트! ^^


Posted by smfet
2008. 2. 23. 22:35
* 정소연 옮김, 북스피어 펴냄
* 2004 네뷸러 상 최우수 장편상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집어드는 건, 때로 실망스러울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quality가 보장되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내가 원하는 주기에 맞춰서 책을 내 주지는 않는 법, 무언가 읽고 싶은데 작가로만은 찾을 수 없을 경우, 때로 서평을 이용한다.

서평만으로 책을 골랐을 경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오랫동안 꾸준히 그 사람의 서평을 읽으면서, 이 사람, 나랑 이런 코드가 비슷한 분이구나~ 라고 생각한 사람이 추천한 책은 물론 안전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나 자기계발서가 아닌 분야에서, 그러니까 나름대로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장르에서 책을 고를 때는 "모두의 호평"이 내게도 좋은 경우가 종종 있다.

작년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을 때 그랬다. 정말로, "모두가 좋다고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하는, 너무나 당연한 깨달음이랄까. 그런 까닭에 특정 문학상 수상작만 찾아 읽기도 하지만. ^^;

"어둠의 속도"도 그 분류에 슬쩍 밀어넣는다.
학술적인 냄새를 풍기는 제목에 움찔 하고 미뤄놓고 있다가, 판타스틱 정기구독을 시작하면서 이벤트 상품으로 받아놓고 (다른 이벤트 상품 책들은 이미 사전에 다 샀다. -_-;) 다른 책들이 쌓여 있어 몇달만에 집어들었는데, 기대 이상이라 하루저녁에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자폐인인 루의 시점과, 3인칭 전지적 작가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낯선 감각으로 시작하는 루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는데, 점차 루의 시선을 쫓아갈 수 있게 되었을때는 오히려 다른 "정상인"의 시선이 어색했다.

차근차근 감각과 생각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글 속에서의 루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튀어나온 루를 이해할 수 있을 자신은 없다. 그렇기에, 루에게 동화하면서도, "그렇지만 넌 그런 것치고는 행복하잖아" 하고 우울한 질투를 품는 나도 함께 존재한다. 잘못임을 알고 있기에 이것은 고통스럽다.

근미래이지만 몇가지 생물학(의학)적인 변화를 제외하면 현재와 거의 같은 생활 패턴이기에, 더욱 더 와닿는지는 모르겠다.

주말 저녁을 투자하여 읽어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책. :)

* 작가 인터뷰 중에서,
: 어느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묻더군요. "빛의 속도가 일 초에 삼십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예요?" 제가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하고 일상적인 답을 했더니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이처럼 여기에서의 어둠의 속도는 물리적이고 수학적인 이미지라기보다는, 철학적인 명제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빛의 속도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정상인"으로서 "자폐"를 보는 시선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나도 정말로, 자폐아는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보면서도. 그 아이가 이런 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면... 나는 편협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나아지도록 노력할 수 있을까.

* 자폐아의 시선에서 쓰인 다른 글들: 앨저넌에게 꽃을,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
: 내겐, 한밤중 개에게~가 가장 발랄하고, (... 발랄하다고 표현하려니 좀 어색하긴 한데, 다른 책들과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발랄하게 느껴진다.) 앨저넌이 엔딩만큼 슬프고, 어둠의 속도가 가장 많은 문제를 던져준다. 제목인 "어둠의 속도" 하나만으로도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된다.

* 너무 간만에 독서노트를 쓰려고 했더니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역시나 글은 꾸준히 써 보고 꾸준히 연습해야 해~
Posted by smfet
2008. 1. 22. 20:54
*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클럽 046~047
*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 (4번째)

정말 하드한 하드보일드, 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하지만 그런 느낌.
켄지와 제나로는 필립 말로 정도의 직접적인 거부감이 들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커플이어서? -_-; 밤거리를 남자 혼자 다니는 걸 보면 커플이 다니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거랑 같은 기분인 듯.) 이거야말로 하드보일드!를 온몸(과 말)으로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들임에는 분명하다.  

소재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기대만큼, 아니 기대보다 더 힘들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성애/모성애가 부정당하기 때문에 더더욱.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또는 납득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처벌을 허용해야 할까?

허용하라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모든 범죄자가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 만큼이나 모든 처형자가 도덕적/양심적/논리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힘들게 시작해서, 끝까지 힘든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는 글.
하드보일드 탐정이 갈겨대는 총질의 결과가, 언제나 시원한 것 만은 아니다.

* "켄지 군아, 제나로 양아" 하는 번역이 처음엔 좀 거슬렸는데 나름대로 읽다 보니 적응이 되더군. 저런 식으로 부르는 게 플레 캐릭터 성격을 더 잘 보여주기도 하고... 근데 실제로 저런 식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 영화에서 보면 다방 종업원한테 "김양아~" 하고 부르는 것 같기는 하지;; 생각해 보니 경리아가씨도 그렇게 불리는 드라마가 있었던 듯.

* 작품은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이 음울하고 힘든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나려나? ...살아난다 해도 너무 힘든 소재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야.

* 밀리언셀러 클럽이 종종 그런 짓을 하기는 하지만... 시리즈 후반부만 번역하는 짓은 너무 가혹하다. -_-; 패트릭과 앤지의 관계는 읽어나가면서 대충 추측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가 왜 "팻"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던데. -_-;;
명판관 디 공 시리즈를 읽을 때도 시리즈 뒷권부터 번역되는 바람에, 나중에 나온 책에서 전에 죽었던 사람이 말짱히 살아나 돌아다니는 걸 보고 이건 아닌데~~ 생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 아동 유괴 관련 글들:
잔학기(피해자의 입장에서?), 아동수집가(범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소설은 아니지만 "프로파일링"에 나오는 연쇄살인(유괴)범들이 떠오른다.
옆집 아저씨에게 강간당하고 죽은 어린 소녀의 유령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글도 있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 감정적으로 힘든 소재인데다가, 취향과도 약간 어긋한 강한 하드보일드를 읽었더니 꽤 피곤해졌다. 다음번엔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골라볼까나.

Posted by smfet
2008. 1. 18. 10:57
* 강호걸 옮김, 해문출판사 펴냄
* 세계추리걸작선 15

완전범죄.

잡히지 않는 것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도 완전범죄의 중요한 요건이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완전범죄는 "범죄를 저지른 사실 자체를 들키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혼이 담긴 구라'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예술을 감상하는 것처럼 즐겁다.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면.^^ 아니 내가 피해자라고 해도, 당했다는 걸 모르면 여전히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나)

미국인 대학교수 스티븐, 영국인 외과의사 로빈, 프랑스인 화상 장-피에르, 그리고 영국귀족 제임스 vs 폴란드계 미국인 하베이 매트카프의 속고 속이는 사기극.
치밀한 계획으로 주식 사기극을 펼치는 하베이,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사기에는 아마추어인 넷이서 손을 잡고 펼치는 작은 사기극들.

크고작은 규모의 (주역이 매번 바뀌는) 사기극을 보는 것도, 멋지게 속아넘어가는 희생자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무대가 영국이라선지, "우아하기까지 한 유쾌함"이라는 소개문구도 참 잘 어울린다.

사기극이라고는 해도, 다들 당장 거리로 내몰릴 만큼 완전히 털린 게 아니라서 읽을 때도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하고 말이지. :)
(절박한 상황에서만 느낄수 있는 긴장감도 있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여유있게 읽고 싶을 때고 있다. ^^)

제목 그대로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꼭 그만큼만이 목적이라는 것이 더더욱 유쾌하다. 그리하여 마지막 문장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

* 작가의 약력이 재미있다. 하원의원 출신으로,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선가자금 벌려고 글 썼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그 뒤 선거에는 안나오고(-_-) 계속 글을 쓰고 있다나~

* 새삼스럽지만 번역과 편집 유감
: 동서미스터리북스와 함께 가독성 낮은 편집과 엉망인 번역이 인상적인 해문 추리걸작선 시리즈.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내주는 게 어디야~"로 참고는 있지만. ㅠ.ㅠ

* y양이 자꾸 뭔가 써달라고 하길래... 9시간동안 스트레이트로 리뷰회의를 하면서 (피자 시켜 먹어가며-_-) 뒤쪽에서 꼬물꼬물 정리한 내용을 옮기다. 놀고 있는 p양한테 읽을 거리 달라구 해랏~!!

Posted by smfet
2008. 1. 10. 19:23
* 김관오 옮김, 아르테 펴냄

'프랑스 소설 같다'는 말은 언제부턴가 내게, '뭔 말인지 모를 철학적인 단어가 잔뜩 사용된 데다가 스토리도 공감이 안된다'와 동의어가 되었다. 어쩌다 이리 되어버렸을까? -_-;

책을 빌려주신 w씨는 '광고에 낚였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과연. ^^ 마케팅 담당자 상 받아야 해~!

그러나 덕분에 워낙 기대를 버리고 읽어서인지,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동양(일본) 문화에 대한 지나친 동경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르네의 이야기는 나름 좋았고.

팔로마의 이야기 쪽은... '난 특별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너희들은 다 바보야' 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특유의 잘난체가 영 거슬렸다. (일기 형식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만.) 어릴땐 그런걸 참아줬었는데, 요즘은 애가 그러는 걸 참아주기 힘들더라구. (대표적인 그런 공주 망상병 타입 꼬마 중의 하나는 역시 세라 크루!)

문장마다 넘쳐나는 현학적인 대사들에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 르네와는 친해질 수 있을 듯.

그러나 결말까지 읽고 책을 덮으면서는, "역시 프랑스 소설이군."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

* 번역유감: 솔루쥬/솔로즈 등 한 권 내에서 고유명사를 다르게 표기하지는 말아달란 말이지. -_-; 그리고 주어 없는 문장이 왜이리 많아? (영어나 프랑스어에서 주어 없는 문장이 가능했던 거야? ; ) 번역자 경력을 보니 주로 전공 인문서쪽을 작업했던데... 번역자랑 교정자 좀 와라. 좀 맞자. -_-;;

* 프랑스 소설이 아니어도 "프랑스 소설 같은" 책도 물론 있다.
  : 약지의 표본 - 오가와 요코
* 프랑스 소설이지만 "프랑스 소설 맞아?" 도 물론 있지.
  :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 기욤 뮈소 (미국애가 썼거나, 미국으로 이민간 애가 쓴 줄 알았다. -_-;; )


Posted by smfet
2008. 1. 10. 19:14
* 나중길 옮김, 노블마인 펴냄 (Fanta Vilage)

판타지로 시작한 새해 분위기를 쭉 이어서~~

연쇄밀실살인의 대가 긴다이치(악마의 공놀이 노래), 테메레르에 이은 판타지(스타더스트), 아니면 신년부터 가뿐하게 사기꾼?(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들을 늘어놓고 고민하다가 스타더스트를 선택.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부터 "난 밝고 동화적인 이야기예요 우훗~" 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어린이들용 다듬어진 그림동화가 아닌, 원전에 가까운 그림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빤하다 싶을 정도지만, 각 에피소드들이 잘 꾸며져 있어 지루하지 않다.

각 장르를 한 단어로 정의하다면 무협은 복수! 판타지는 우정! 로맨스는 사랑! 이라던데, 트리스트란의 판타지 세계 동료가 별'아가씨'인 덕분에 우정 대신 사랑이 메인 테마가 되었다. (영화에서는 셰익스피어 호 덕분에 우정도 찾을 수 있다!)
사실 사랑이 메인 테마라고는 해도 트리스트란의 사랑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모두들 "남들이야 어떻든지간에 난 내 길을 가련다!"라는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지. ^^ (특히 레이디 유나! 님이 짱먹으삼!)

난롯가에서 매일 조금씩 듣는 옛날이야기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군데군데 대결 장면의 묘사나, 피튀기는(-_-) 묘사가 의외로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어른을 위한 이야기로 즐겨야 할 듯.

* vs 영화 "스타더스트"
책이 따뜻한 집안에서 듣는 옛날이야기같은 기분이라면, 영화는 훨씬 화려하고 싸움도 많고, 그리고 개그도 늘어났다. 각자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같은 이야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는데 둘 다 나쁘지 않더라. 같은 이야기의 다른 변주라고 생각하고 즐기기 좋다. 영화에서는 원작에 없었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더 많이 등장해 주시기도 하고, 스톰홀드 81대 왕의 왕자들의 암투(?)도 영화쪽이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  책은 좀 조근조근한 느낌이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고. ^^

* 별이 나오는 이야기가 또 뭐가 있을까? 어린왕자 정도밖에 생각이 안나네. 박무직의 단편집 '하늘 속 파람 그리고 별'에 나오는 별을 따서 파는 소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거 제목이 뭐였더라~?
Posted by smfet
2008. 1. 4. 13:10
* 공보경 옮김, 노블마인 펴냄 (Fanta Village)
* 테메레르 6권 시리즈 중 1 - 왕의 용, 2 - 군주의 자리 (2007년 9월에 미국에서 시리즈 4권 발매)
* 작가 홈페이지  http://www.temeraire.org

y양도 지적했듯이, 어쩐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와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와 헷갈리는 이름.
혹시 영단어 뜻이 있나 하고 네이버 사전을 뒤져봤는데 안나오네...^^;;

용이 신화속의 존재가 아니고 실제 현실에 존재하며, 나폴레옹 시절, 용으로 이루어진 공군이 있었다는 가정 하에 펼쳐지는 대체역사소설.

Dragon과 龍에 대한 개념이 혼합되어 탄생한 테메레르의 용은, 그동안 만났던 어떤 용들과도 다르다.
테메레르의 외양 묘사가 내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1권말의 실루엣 그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여의주를 물고 다니는 동양용의 머리에, 네 다리와 날개가 있는 서양용의 몸체를 합체시켜 놓은 듯한 인상. 용의 성격이나 지능, 능력에 대한 묘사도 동서양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신의 바람(가미가제냐; )을 뿜는 용부터 고전 서양의 나쁜 용처럼 독이나 산, 불을 뿜는 용까지 다양하다.

책 소개에서 용과 비행사간의 유대를 무진장 강조하길래 1:1로만 오붓하게 노는 줄 알았더니, 대형 용의 등에는 몇십명까지 달하는 승무원을 태우고 날아서 깜짝. 말을 할 수 있고 지능도 있는 용이지만 공군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현대의 전투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유럽에서. ^^

정도만을 걸으며 지낼 것 같은 로렌스의 성격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테메레르의 활발하고 독특하고, 그러면서도 섬세한 성격이 글에 활기를 더해준다. 로렌스의 올곧음도 테메레르와 같이 있으면 입체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1권에서는 각 나라별, 용의 종족별 특징 및 각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므로 다소의 혼란스러움도 있지만, 중간중간 속도감 있는 전투상황을 배치하여 긴장을 유지한다. 물론 용과 사람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세계를 처음 만나는 흥분이 가장 크다. ^^

2권에서는 1권만큼 전투의 긴박감은 부족하지만 테메레르에 훨씬 더 집중한다. 테메레르와 다른 용들이 처한 상황, 대우, 충성의 문제, 자유, 주위시선... 등등. 테메레르는 빠르고 잘 날고 전략을 짜는 전투용에서, 사회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사회/경제학자 용으로(표현이 좀 이상하다...? -_-) 진화했다. 다음 권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려주려나~?

권말에 실린 에드워드 하우 경의 논문도 재미를 플러스 해주는 서비스!

너무나 멋진 새로운 19세기와, 서양에서 태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멋진 용들을 잔뜩 만나는 데메테르.
읽는 동안 즐거웠고, 다음권이 기대된다. ^^

* 올해의 첫 책으로 집어들고 느긋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출근길에 벌써 마음을 빼앗겨 버려서... 결국 쭉 이어 2권까지 다 읽고 나서야 잠들었다. 피곤하고 졸려. ㅠ.ㅠ 평일에 책읽다가 잠 못자는 바보짓을 하다니.

* 판타스틱의 소개글 중에는, 모 동인 사이트에 "종족을 초월한 그와 그의 사랑"으로 소개되었다는 말도 있던데.
  굳이 강력한 필터를 끼우지 않고 살짝만 얇은 필터를 적용해도 충분히 그리 보일 수 있겠더라. 흐흐흐흐...
  (설마 내가 이미 많이 오염되어서? -_-)
 
* 과연, 이래서 피터 잭슨이 영화화 한다고 했군! 영화화도 기대되는 작품~

* 테메레르가 영국공군 소속이고, 공중전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해전을 지원하는 공중전이므로, 19세기 영-프 해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 듯. 실존하는 역사의 해전에 용들의 공중전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더한다. 주인공(...이 테메레르야 로렌스야? ; ) 로렌스도 해군에 몸담은 경력이 있기도 하고. ^^

* 작가의 전직은 무려 프로그래머! 오오 전산쟁이도 저렇게 다른 길로 갈 수 있는거야? @.@ 희망을...가져봐??

* 이어읽을 책: SF에 등장하는 용은 어떤 모습이려나? 퍼언 연대기
Posted by smfet
2007. 12. 17. 00:12
* 최필원 옮김, 비채 펴냄
* 모중석 스릴러클럽 004

스릴러 같은거,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 쪽은 좋아하는 편인 듯 하지만. (예전에 로빈 쿡 유행했을 땐 메디컬 스릴러 어쩌구 하는 거 다 읽어댔던 것 같기도 하군 -_-; 그러고 보면 어릴 때는 꽤 단순하게 유행을 따라간 면도 있었단 말야?)

덱스터는 y양의 블로그에서 먼저 보고, 독특한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 보내온 책들 중에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난 전편은 이미 봤으니까" 하고서는 2편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만 보내온 이 이가씨. -_-; 저걸 어쩌나 싶었는데 마침 W씨가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가 있다 하셔서 책을 또 사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 (근데 y양 블로그에서 본 것도 책 리뷰라고 생각했지만 뒤져보니 드라마 리뷰로군. 기억의 왜곡은 이런 쓸데없는 부분에서도 일어난다)

(얼마 전 우리집을 방문한 분은 내가 "서재는 정리 잘 되어 있단 말이야!"라고 우겼더니 이렇게 대꾸하더라. "저게 서재야? 창고지! " -_-; 분명히 내가 다른 사람 주는 책도 많고, 처분한 책도 많은데 어째서 서재는 항상 저 꼴이란 말이냐 -_-;; )

덱스터는 일반적인 주인공들과 다르긴 다르다. 정의의 편에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악의 편인 것도 아니고.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구분하는 단순한 주인공은 이미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게 된지 오래지만, 이 정도로 고민하지도 않으면 뭐... -_-; 못지 않게 단순한 신경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가 남지 않았을 때, 책만 놓고 봤을 때는 글쎄... 이게 왜 스릴러야?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한동안 일본소설을 읽는 데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초반에는 아예 글이 안 읽혀서 당혹스러웠다. 어색한 쉼표, "필요가 부른다" 등의 낯선 글투. 이거 번역자가 누구야? 짜증을 내 봤으나... 영미소설쪽 번역자는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기억을 못하겠어. -_-; 특별히 잘 한 번역이 아니면 아예 기억에 안남으니 원.

겨우 익숙해지고 나니, "그냥 전부 dark Dextor의 감으로 해결하는 거야? 같은 연쇄살인마끼리 통하는 감?" 하는 감상밖에 남은게...... 이게 뭐... -_-;

일상생활 쪽의 덱스터는 나름대로 "적응하려고 애쓰는 - 혹은 적응하는 표현을 하려고 애쓰는- 외계인"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지만 이것도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 Dark 덱스터와 평소 덱스터의 차이가 극명하거나, 자의로 컨트롤 한다든가, 뭔가 고민이 있다든가, 심리적으로 긴박감이 있다든가... 이런게 없이 다 우연이고 직감이다. -_-;

신선한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나름대로 있음. 그러나 글로서의 재미는 별로 없음. 특히 추리나 심리스릴러, 긴박감을 노리고 보기에는 완전 낭패. 드라마 쪽은 안봐서 잘 모르겠으나 y양의 평에 따르면 괜찮았던 모양. 캐릭터 매력에만 의존해서 끌고가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는 보임. 그러나 역시 글로는 그다지 점수를 못 주겠다.

* 시리즈 읽기: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클럽 009)
- 전편과 마찬가지. 피해자만 잔인하게 희생시킨다고 해서 흥미가 더해지는 건 아니다. (시각 효과가 더해지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 피해자 처리에 4~6주 걸렸네 어쩌네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럼 그동안 대소변 처리도 해가면서 (살려두려면 먹이기도 해야 하고 먹으면 배설을 해야 할 테니까) 간병도 했단 말야? -_- 라고 어이없어 한 나하고는 특히나 안 맞는 소설인 듯. -_-;

Posted by smfet
2007. 12. 10. 12:04
* 양억관 옮김, 중앙 Books 펴냄

 주요 단어들: 연예계, 아이돌, 일, 사랑, 상처

 파국의 분위기를 풍기는 프롤로그에서 갑자기 따뜻하고 행복한 유코에게로 포커스가 바뀌면서 글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읽고 있는게 와타야 리사가 맞나? 하는 낯설음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전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놀라움을 줄 정도로 글이 많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열여덟이 될 때까지 유코를 따라가는 구성이다. 유코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 딸내미" 정도 될까. (TV에 비친) 유코의 성장을 바라보며 귀여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유코는 "꿈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의 "주다"에 위화감을 느낄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살짝 비치고 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서 행복하다, 어쩌다를 판단하기도 전부터 주위에 휩쓸려서 걸어만 왔던 유코. 그러기에 스스로가 선택한 일탈이 더욱 달콤했겠지만 읽는 내내 어찌나 안타깝던지. 왜 그리 어리숙하게 구는 거니?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게 행복일 리 없잖아. 하고 야단쳐서 되돌려 놓고 싶었다. 정말로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사람을 강하게 붙들어매고 놓아주지 않는 매력이 있는 책. 성장소설인데, 안타깝고 가엾다.

 서평을 찾다 보니 전작에 비해 실망했다는 글들도 꽤 있던데... 난 이정도면 좋다고 생각. 앞으로도 와타야 리사를 계속 읽을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너무나 빠져 읽는 바람에 지하철 역을 지나칠 뻔했다. -_-; 짧은 거리도 아니고 한시간여를 타고 가면서. 보통 서울역/사당/서울대공원 정도에는 정신이 드는 타이밍인데 전혀 몰랐다 ㅠ.ㅠ )

* 와타야 리사 작가 인터뷰: http://blog.naver.com/dreamrisa/110023008600

* 전작과 비교하다: 아쿠타가와 수상작,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유명세를 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섬세한 묘사이긴 하지만 무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느낌 말이야"하고 이야기하면, "그래 그거!" 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뭐라고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는 그거. "발로 차주고 싶은"이 어떤 느낌인 줄도 알고, 어떨 때 그 느낌이 드는지도 알고 있지만 설명해내기는 힘든 그런 느낌. 책 전체적으로도 왠지 잡을 수 없는, 감정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꿈을 주다"에서는 친절해졌잖아? 하고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로 이야기나 감정의 "전달"에 더 익숙해진 듯한 글체가 되었다. 발로 차주고~가 혼자 이야기하는 걸 듣는 기분이라면 꿈을~은 들려줄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면서 쓴 듯한. 덕분에 흡입력이 강하고 감정이입도 쉬운 글이 되었다.
 
* 연예계 이야기를 떠올리다: 연예계 아이돌의 일과 꿈과 사랑과 상처 (만화밖에 생각안나네)
  -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나오는 "페이퍼문 안녕 - 가와하라 유미코" :나이는 비슷하다 해도 유코보다 몇십배는 더 소녀적.
  - 일과 (사랑은 없지만) 상처라면 "캣 스트리트 - 카미오 요코" : 아직 진행중인 작품이지만 ^^

* 글구 연예계 배경인 건 일단 암만 유치해도 재밌게 보는 특성상 -_-; 덕분에 남들보다 후하게 봤을지도??
Posted by smfet
2007. 12. 2. 21:26
* 오유리 옮김, 은행나무 펴냄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


(그런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매년 10권 이상씩 선정하는 것 같던데. -_-; 이걸 수상작이라고 해야 하나...)

개성있는 능력의 4인조 은행 강도들의 이야기.

덴도 신의 "대유괴"에서는 유괴라는 범죄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유괴란 범죄는 본질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어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1. 인질을 유괴하는 일 자체의 어려움
2. 인질 신병을 극비리에 확보하는 장소와 방법의 어려움
3. 몸값을 받는 방법(가족에 연락하는 방법 포함)의 어려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3항인 몸값을 밥는 방법으로 1과 2는 마지막 3을 완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또한 이 3항의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1. 인질을 풀어준 뒤의 안전 확보
2. 팀 분열의 방지
3. 몸값의 사용 방법

이 세 항목도 중요한 문제로, 이들 6개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유괴는 완전범죄가 될 수 있다.
은행강도인 명랑한 갱들도, 은행을 터는 데 대한 원칙이 있다.
"은행 강도의 성공률은 낮다."
이것은 은행을 털자고 제안했을 때부터  나루세가 주장한 말이다.
"100% 검거된다." 나루세의 입을 통해 그 말이 나와 오히려 우스웠다.
"그 일은 절대 실패로 끝나. 해봤자 헛수고야."
"누구나 은행에는 돈이 모여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써 오래 전부터 나름의 대책들은 세워두고 있을 것이다. 단, 심플하게만 하면 돈은 챙길 수 있자."
그때 나루세는 자기들이 말려든 강도 사건을 분석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심플하다는 건 어떤 건데?"
"경보장치가 울리지 않도록 한다, 돈을 담는다, 도망친다. 그게 다다. 그러면 은행도 이 근처 술집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큰 돈을 꼼쳐두고 있는 술집 말이다."

실상은 제목에서처럼 4명 모두가 명랑한 갱인 것은 아니고, ^^; 교노와 구온이 명랑하고, (교노의 아내 쇼코도) 나루세와 유키코는 지나칠만큼 침착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

말투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나름 매끄러운 번역도 합격점.

이사카 고타로는 사신 치바를 읽으면서 그다지였기 때문에 다시 들여다볼 생각을 안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무엇보다 개성있는 주연들이 마음에 드네.
(영화화 되었다고 띠지에 적혀있던데. 국내에도 들어오려나~)

* 4인조 능력이라고 하니, 강풀의 타이밍이 떠올랐다. (여기서 나름 시간능력자는 한 명 뿐이지만. ^^)

* 시리즈 읽기: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시리즈 첫작품인 지구를 돌린다에서는 아무래도 각각의 멤버와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 일상과 습격에서는 친숙한 그들이 다시 나오므로, 주인공들의 친구가 된 기분으로 (제목처럼) 일상을 들여다 보고, 마지막에 큰 사건 하나 해결해 주시고... 스케일도 커졌다. ^^ 그러므로 나중 시리즈를 먼저 읽고 처음 시리즈를 읽으면 조금 지루할 수도.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고등학생 명랑한 무리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가네시로 가즈키의 더 좀비스 시리즈. 하나로는 별 도움 안되는 다양한 능력들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강풀의 타이밍(시간 능력자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 다양한 시간능력들을 볼 수 있음). 나름대로 범죄의 원칙대로 행동하려는 무리들(그러나 명랑한 갱들과는 달리 너무 벅찬 상대를 만나버리는 ^^)을 보고 싶다면 덴도 신의 대유괴.



Posted by smfet
2007. 11. 22. 22:25
* 김난주 옮김, 시공사 펴냄
*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
* 수록작 : 그릇을 찾아서, 강아지의 산책, 수호신, 종소리, X세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나오키상 수상작에 혹해서 고른 책.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응원가" 라는 광고문구가 붙어있다. 마음에 안 들 뿐더러 뒤표지의 요약문구도 거슬린다. 없는 편이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런 겉모습에서의 불만을 지우면...

책은 꽤 좋다.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편안한 느낌.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인 연문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연문은 기본적으로 연애소설이라는 느낌도 강하긴 했지만. ^^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이 편안함이 비슷하다.)

단편들의 배열도 꽤 잘 되어 있어서,
조금 느슨하게 마음을 놓았다가, 다음엔 긴장했다가, 가벼운 소품으로 마음을 풀고서는, 다시 조금 생각해야 하는 주제로 돌아가는 등, 한번에 쭉 이어 읽기에 무리가 없다.
각 단편들을 덮을 때에도 편안하게 입가 한구석에 미소가 걸리고, 쭉 이어 읽을 때도 마음이 평화롭다.

최근 요코야마 히데오를 읽으면서 "너무 따뜻하잖아~" 하고 기가 질리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강조하는 작품에는 매력은 커녕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분명히 따뜻한데 그 따뜻함이 거슬리지 않는다. (심지어 표제작은 너무너무너무 인류애를 대놓고 떠들어대기도 하는데 말이다.)

간만에 편안하게 읽은 작품.
미스터리도 판타지도 사랑하지만, 가끔은 그런 긴장을 지우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좋다.

* 아무래도 마음에 거슬리는 문장
: 25년 만에 처음 입에 담은 회환의 그 바닥없는 깊이를 그저 응시하며 기요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p200)
무어라? 회환? -_-;
회한의 오타겠거니...하고 넘어갈만한 문장이지만, 다른 부분에서 교정 실수가 거의 없었고, 그리고 워낙 유명한 번역자이다 보니 혹시 내가 문장을 잘못 이해한 걸까, 정말로 회환이 맞는 걸까 하고 사전까지 찾아봤다. -_-;
그치만 아무리 봐도 회한;; 결국 편집부에 전화까지 걸어서 문의하다. -_-;
문의 받으신 분도 회한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교정자와 번역자와 연락해 보겠다고.. 5쇄던데 아무도 태클 건 사람이 그동안 없었댄다. -_-;  혹시 수정되면 다음쇄에 교정된다고. 어딘가 공지라도 하느냐고 했더니 그런 경우는 없단다. 그럼 내가 잘못 이해했는지 교정이 잘못됐는지 서점에 가서 매번 다음쇄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이냐...OTL
 
* 표지일러스트가 익숙하다 했더니 역시 권신아씨. 종종 문학작품의 표지에서 만날때마다 괜히 반갑기도 하다. 약간 몽환적이고 비쩍마른 그림체를 만화잡지에서 봤을때는 더 낯설었는데, 오히려 이런 글과 어우러질때 더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소감~)

Posted by smfet
2007. 11. 16. 15:59
* 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 이즈미 교카 문학상 수상작

악의, 불신, 의혹, 거짓말, 망상, 불안, 타락, 밑바닥...

600페이지가 넘는 책에 꽉꽉 눌러담아진 저런 감정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나'의 회고, 유리코의 일기, 가즈에의 수기, 그리고 미쓰루의 이야기. 이렇게 네 여자가 중심이 되며, 유리코와 가즈에의 사건과 관련하여 중국인 밀입국자 장의 이야기가 포함된다.

회고, 일기, 수기의 성격 상 각 장이 일인칭 화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는데, 그래서 더더욱 힘들다.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성의 여지를 주지 않는데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서로의 관계가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어느게 진실이고 어느게 악의로 포장된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고 만다.

대기업 여사원이 매춘을 하다 살해되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왜, 어떻게, 누구에게 살해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녀들의 삶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만도 힘이 들어 중간중간 책을 내려놓고 쉬어주어야 한다. (의혹과 거짓말과 불행이 넘친다는 점에서는 장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_-  단지 주 화자가 여성이므로, 장의 시선보다는 차라리 장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동생 메이준을 따라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이야기의 불행한 여자는 5명으로 늘어나게 되는군. 메이준은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게 없기는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에 혹해서 고른 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졌다.

숨 쉴 곳이 보이지 않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바둥거리면서 숨쉬면서도 옆 사람을 찍어누르려고 안달하는 모습이 너무나 처절하고 힘들다. 가엾거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 모습이 두려워서 피하고 싶다. 기리노 나쓰오의 주인공들에게는 동정이 가지 않는다. 그녀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안기 전에 이미 두려워서 피하고, 힘들게 될 뿐이다.

꾹꾹 뭉쳐서 농축시킨 악의가 문장 하나하나마다 흘러넘치는 그로테스크.
바탕으로 했다던 실제 사건도, 표지의 기묘한 가면 같은 그림도, 그녀들의 마지막 모습도 모두 그로테스크하지만, 가장 그로테스크한 것은 그녀들의 마음이다.

* 가즈에가 가장 힘들었다. 우습다 못해 처절하고 두렵기까지한 망상에 잡아먹히는 그녀. 사원증을 내보이며 거리에 서 있는 그녀 부분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 네 명의 여자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는 점에서 OUT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일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그로테스크가 훨씬 더 무겁고 읽기 힘들다. 다른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 힘들었다면 이 책에서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듯.

* 외딴집을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다른 책 읽기를 며칠 쉬었었는데, 그로테스크를 읽고서는 힘들었던 마음을 추스리느라 꼬박 하루 동안 다른 책을 집어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 책을 집어드는 건 절대 피할 것.

*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책들이 밀리언셀러클럽에서 많이 나왔길래 전체 판권을 샀나, 했더니만 이 책은 문학사상사 판이어서 낯설었다. 편집도 좁고 빽빽하게 되어, 글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힘든 감정을 더 배가시킨다.

Posted by smfet
2007. 11. 4. 13:25
* 권일영 옮김, 북스피어 펴냄
* 미야베월드 제 2막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 배경 소설.
북스피어의 서평응모단 당첨되어 쓴 글. 의무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어떻게 쓰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

일단 블로그에. 이 글은 예스에 올라감-.-

에도막부라는, 익숙하지 않은 시대의 소설이지만 오직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 이름만 믿고 기대했던 책이다. 초반부 200여페이지는 에도에 익숙해지기 위해 조금 당혹했지만, 글의 "끓는점"을 넘기면서는 너무나 몰입해서 읽고 말았다.

작가의 전작들을 좋아했고, 그래서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시키지 않는 이야기라서, 읽고 나서도 참 좋았다.

원하지 않는 아이로 태어나, 바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온 아이 호가 주위에 떠밀려 마루미번에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낯선 에도 시대에 당황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호가 익숙해지고 일이 손에 익으면서 독자도 함께 그 시대의 생활에 익숙해지게 된다.

위정자들의 대의를 위하여 숨겨지고 왜곡되고 부풀려지는 진실들, 그리고 거기에 휘둘리는 백성들을 보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그것이 사는 방식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번을 지킨다"는 커다란 목적 앞에서는 누이동생이나 친우의 죽음도 진상을 덮어둬야 하는 것이다. 분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위정자 집단을 단순히 미워만 할 수는 없는 것든, 백성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들도 그 희생자들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낯선 마루미에 몸을 의탁하는 호도, 유배지에 연금되는 가가님도, 바닷가 어부 마을을 떠나 히키테 견습을 하는 우사도, 모두 마루미의 외부인인 셈이지만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루미 내부의 사람들이 있다. 호와 가가님, 호와 우사의 인연도 소중하고 소중하며, 번 내부에서 맞아주는 사람들인 이노우에 가 사람들, 에이신 스님, 와타베, 그리고 이시노님들과의 인연도 아름답고 따뜻하다.

수많은 등장인물 모두가 살아 움직인다. 꼬맹이 호부터 "무시무시한" 가가님, 이름만 등장하는 측은공부터 염색집 뒤칸에서 앓고 있는 어린애 하치타로까지 모두 친근하다. 심지어 나쁜 짓을 한 인물들에게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정의의 응징이 있는 속시원한 해결은 아니지만, 따뜻하게 감싸안는 마무리를 보면서 마음에 온기가 퍼지는 걸 느낀다. 권선징악/해피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는 해결에 박수는 쳐주지 못하겠지만 응원은 하늘만큼 땅만큼 전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 함께 읽기에 좋은 책
- 고용살이의 서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시대는 다르지만 "오싱"
- 에도시대는 어렵고 힘든 삶만 있나 의심이 든다면: 쾌활하고 유머스러운 "샤바케"
- 글만으로는 분위기를 잘 느낄수 없으니 그림도 보고 싶다면: 만화 오오쿠, 무한의 주인, 바람의 빛

* 권말의 편집자 노트를 보고, 미야베 미유키의 도리모초노(에도 시대 작은 관리의 사건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이라고 하네)를 보고 떠오른 소설
- 지방 관리의 분주하고 성실한 일상을 보여 주는 "쇠못살인자", "쇠종살인자"의 판관 디런지에공.

* 북스피어의 이스터에그
- 이번에도 어찌나 귀여운지. 웃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
Posted by smfet
2007. 10. 30. 16:02
애너그램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라서, 읽는 동안 내내 찾았는데 애너그램이 아니었다. 그러면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거야~! 그게 조금 아쉽고... (대체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제목 센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_-; )

초기작 답게 고전적인 트릭, 조금은 크리스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고립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과 복수. 물론 사랑과 우정도 들어있다. ^^;

괴소/독소/흑소 소설과, 브루투스의 심장, 그리고 데뷔작 방과 후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이래서 일본의 국민 작가라는 소리를 듣는군"

게임의 이름은 유괴, 레몬, 붉은 손가락 등을 읽을 때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 그러나 이렇게까지 인기 있을 이유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초기작들은 확실히 좋다.

붉은 손가락에서 노골적으로 교훈을 주려 해서 짜증이 났던 모습이 초기작에서는 그닥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미스테리의 재미에 치중한 만큼, 더 편안하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최근작을 보고 다시 초기작으로 되돌아갔을 경우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는 "과연 잘 나갈 만 하군!"하고 감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11문자 살인사건의 동기가 되는 과거의 일이 조금 신파(혹은 3류 만화) 답다는 것만 무시하자면, 흥미진진하고 추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그러면서도 골치아프게 머리 굴릴 필요는 없는) 재밌는 이야기이다. 장르에 충실한 만큼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해 주고 있다.

* 함께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 브루투스의 심장: 도서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겠다"보다는 진짜 범인과 목적은? 하며 형사와 이중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러고 보면 교차 방식이 가위남과 비슷한가?) 11문자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도입부의 흥미진진함도 훌륭.

- 괴소/독소/흑소 소설: 사회풍자가 섞인 블랙유머 단편집. 흑소소설에서의 문학상 이야기는 본인이야기가 들어간 것 같아 더 웃음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통쾌한 웃음은 아니다. ^^ )

- 방과 후: 데뷔작이며 란포상 수상작. 란포상 수상작은 기본적인 신뢰는 주는 듯 하다. ^^
Posted by smfet
2007. 10. 29. 13:16
* 이은주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 클럽 044

암울한 시선으로, 읽고 나면 우울해진다는 기리노 나쓰오.
이번달엔 이 작가의 책을 3권 연이어 읽었다.

"I'm Sorry, Mama"는 이번에 집어든 책 중 가장 쉽게 읽힌 책.
(글 자체의 완성도로는 아웃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악의로만 똘똘뭉친 주인공과, 이렇다 할 죄도, 반응도, 원망도 없이 당하는 주인공의 주변인물들.
피해자에게 동정이 가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에게조차도 공감할 수 없는 어둡고 칙칙한 사회.

책에 등장하는 현실은 어둡고 우울하며, 인물들도 겉과 속이 다르고, 자기 궁리만 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도 없고, 서로를 비난하고 질투한다.

여기 섞여 들어가, 세상과 다른사람들에 대한 악의를 내뿜고, 눈에 거슬리면 그저 생각없이 없애면서 (불에 태우든, 목을 조르든...) 지내는 주인공 아이코.
그녀의 몇 개월(...몇년도 아닌데 죽은 사람이 대체 몇이야-_-)을 따라가며 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두가 어둡고 음울하고 습하게 느껴진다. 아이코와 마마(실제든 마마와 동일시하는 물건이든)와의 대화조차 애틋하지 않다.

그저 우울한 이야기.
감정이입은 되지 않기 때문에 후유증이 크지는 않다. 게다가 난 읽으면서 쭉, 주인공 아이코는 어느정도 지능이 떨어져서 이리 행동하는거야? 하는 생각이 크게 차지했던 터라. -_-;
생각해 보면, 그만큼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아이코가 지금껏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도 의외이긴 한데. 여기서 범인이 누구냐, 혹은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 "악의로만 뭉친 주인공이 이렇게 있다" 일 뿐이다.

아이코는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부분만 빼면 아이코 같은 사람은 주위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듯.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이름없는 독 - 미야베 미유키
  세상(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악의로만 구성되어 있는 듯한 두 인물이 있다.
  아임 소리 마마의 아이코(愛子 를 쓰는 걸까? 번역본에는 한문이 나와있지 않네.), 그리고 이름없는 독의 겐다 이즈미.
  (공교롭게도 둘 다 여성작가가 쓴 여성이다.)
  겐다 이즈미는 악의를 말로 표현하고, 아이코는 방화 등 행동으로 옮기는 범죄를 저지르는 게 차이지만, 둘 다 죄책감 없이 타인에 대한 악의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작가의 시선 차이인지, 겐다 이즈미에게는 일련의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아이코에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네. 아이코의 시선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책을 읽다: 암보스 문도스, 아웃

암보스 문도스는 단편집이다. 대체로 평이하지만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가 괜찮았음. 어린 여자아이들의 악의, 그리고 나중에 성장해서는 그걸 까맣게 잊을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악의와 단순함.

아웃은 인물들의 내면심리에 더 집중해서 그려져 있다. 결말까지 치닫는 과정은 역시나 암울하지만, 급박한 전개와 인물들의 심리변화 과정은 매우 훌륭함. 나도 함께 쫓아가게 된다. (결말은 말고. -_-; ) 아웃을 읽고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지만, 만약  아임소리 마마나 암보스 문도스를 더 먼저 읽었더라면 그렇게 큰 관심은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잔학기도 궁금하긴 한데 어느 정도 수준일라나... 아웃 정도라면 또 사서 읽어줄 마음이 충분히 있는데 말야.
Posted by smfet
2007. 10. 28. 08:40
* 박정임 옮김, 사람과 책 펴냄
* 마스터피스 시리즈 001

사람과 책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예정) 라인업을 보니 SF 쪽을 중심으로 기획한 듯 하다.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가 포함되어 있네.

그러나,
무슨 생각으로 첫 작품을 이걸로 고른 거지?
온다 리쿠 열풍에 동참하기 위하여?

* 한줄 감상 : 일본의, 일본인의 (쇼와시대) 향수를 위한 책, 그 시절 일본에 대한 오마주.

너무나 일본스러운 감성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내가 느끼는 온다 리쿠의 노스탤지어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이었지만, [로미오...]에서는 그 경험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리움의 나열이다.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서브컬쳐(정확한 의미는 책을 덮고 난 지금도 확실히 실감나지 않지만)를 경험한 쇼와시대(1929~1989)의 각종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나열한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일본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노스탤지어를 주지 못한다. 기본 줄거리는 단순, 그 수많은 말장난의 의미들을 이해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는 책이 아닐까.
책의 뒤쪽에는 무려 25페이지에 달하는 "20세기 서브컬쳐 용어 대사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걸 주석없이 읽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진장 재미있는 책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번역자도 거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 OTL 문체 자체는 매끄럽게 번역되었으나, 작품내 각종 소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덕분에 낄낄대고 웃을 수 있는 책이 일견 지나치게 심각하게 포장된 듯한 기분도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만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스스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 특촬물-특히 괴수물-은 물론, 각종 시대의 유행 영화와 유행어, 유행가, 만화, 격투기 등 스포츠...등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경험의 향유-가 밑받침되어야 하더라.
게다가 하기오 모토를 하기오 마토라고 번역해 놓는 번역자는 대체 -_-;;
아니 닥터 스쿠르를 동물의 의사선생님도 아닌 "수의사 선생님"이라고 할 때도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_-;;;
이 정도 글이면 쇼와시대 일본문화 오타쿠한테 번역을 맡기던가~!!
그랬으면 적어도 두배는 재밌었을 텐데 아쉽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자면, "초코파이 정"이라고 하면 모두가 별 설명 없어도 이해하는,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놓고 쓴 글인 셈이지 않을까.

띠지 광고에는 "20세기 서브컬처에 대한 오마주, 잔혹한 노스탤지어에 대한 향연"이라고 되어있지만, "일본의"라는 수식어가 더 따라붙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탈주"라는 소재 자체가 긴박감 있고 끊임없이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기 때문에 글 자체는 수월하게 잘 읽히지만, 애정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알지도 못할) 향수가 생길 리가 없잖아.

* 사람과 책의 이 기획 시리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싸고 좋은 종이를 내지로 쓰는 바람에, 간만에 느껴지는 손끝의 매끌매끌함에도 깜짝 놀랐고, 덕분에 잔뜩 무거워진 책에도 조금 불만.
들고 다니다가 팔에 근육통이 생긴 듯 하다. -_-;




Posted by smfet
2007. 10. 17. 16:28
* 이수연 옮김, 황금가지 펴냄
*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 055~056 (상, 하)
* 나이트워치 - 데이워치 - 더스크워치 - 파이널워치

y양으로부터 책을 전해받은 건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전편인 나이트워치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계속 미뤄두고 있다가, 최근 "눈앞에 놓이면 무엇이든 읽을테다!" 모드로 돌변하고 나서 집어든 책.

전편을 읽지 않아서 과연 이해가 되려나 싶었는데 전작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게 아닌데다 에피소드식 구성이라 쉽게 세계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대보다 재미있었거든. ^^
단지 마지막 세번째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나이트워치! 나이트워치도 사야하잖아? 흑. 뒷권만 보낸 y양 미워요 엉엉" 이 되었다. 이게 앞권과 연결되는 이야기라...-_-;; 운명의 분필 사건, 간략한 전개는 추론할 수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잖아. 흑.

러시아 소설은 닥터지바고나 아님 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 같은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내 경험이 부족했던 게지. 아주 훌륭한 오락 소설! 자연스레 섞여 사는 (심지어 가족도 이루는) 다른 존재들이라니. (게다가 유전된다고 장담할수도 없는 능력! 일족~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여기에는 없다.)

교훈: 재미없게 생긴 표지라고 무시하지 말자! (표지는 정말 재미없게 생겼다. -_-;; )

* Day Watch라서 Day편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했으나, Day측에 맞서서 Day를 경비하기 때문에 Day Watch(주간경비대). 마찬가지로 밤은 어둠의 편이므로, 밤을 경비하는 Night Watch(야간경비대)는 빛의 편. 아하~ ^^

* 읽고 나서 내 머릿속에 남은건 "체코 생맥주, 체코 생맥주 마셔보고 싶어 엉엉" 뿐. y양은 "시카고 불스"란다. :)

* 러시아에서 영화화되었다는 영화정보 설명중: 공포,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아니 잠깐, 공포? -_-;; 내가 잘못 읽은거야? 개그가 아니라 공포? -_-;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