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18. 10:57
* 강호걸 옮김, 해문출판사 펴냄
* 세계추리걸작선 15

완전범죄.

잡히지 않는 것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도 완전범죄의 중요한 요건이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완전범죄는 "범죄를 저지른 사실 자체를 들키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혼이 담긴 구라'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예술을 감상하는 것처럼 즐겁다.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면.^^ 아니 내가 피해자라고 해도, 당했다는 걸 모르면 여전히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나)

미국인 대학교수 스티븐, 영국인 외과의사 로빈, 프랑스인 화상 장-피에르, 그리고 영국귀족 제임스 vs 폴란드계 미국인 하베이 매트카프의 속고 속이는 사기극.
치밀한 계획으로 주식 사기극을 펼치는 하베이,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사기에는 아마추어인 넷이서 손을 잡고 펼치는 작은 사기극들.

크고작은 규모의 (주역이 매번 바뀌는) 사기극을 보는 것도, 멋지게 속아넘어가는 희생자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무대가 영국이라선지, "우아하기까지 한 유쾌함"이라는 소개문구도 참 잘 어울린다.

사기극이라고는 해도, 다들 당장 거리로 내몰릴 만큼 완전히 털린 게 아니라서 읽을 때도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하고 말이지. :)
(절박한 상황에서만 느낄수 있는 긴장감도 있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여유있게 읽고 싶을 때고 있다. ^^)

제목 그대로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꼭 그만큼만이 목적이라는 것이 더더욱 유쾌하다. 그리하여 마지막 문장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

* 작가의 약력이 재미있다. 하원의원 출신으로,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선가자금 벌려고 글 썼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그 뒤 선거에는 안나오고(-_-) 계속 글을 쓰고 있다나~

* 새삼스럽지만 번역과 편집 유감
: 동서미스터리북스와 함께 가독성 낮은 편집과 엉망인 번역이 인상적인 해문 추리걸작선 시리즈.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내주는 게 어디야~"로 참고는 있지만. ㅠ.ㅠ

* y양이 자꾸 뭔가 써달라고 하길래... 9시간동안 스트레이트로 리뷰회의를 하면서 (피자 시켜 먹어가며-_-) 뒤쪽에서 꼬물꼬물 정리한 내용을 옮기다. 놀고 있는 p양한테 읽을 거리 달라구 해랏~!!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