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17. 21:17
권일영 옮김, 북스피어 펴냄
2003 작
미야베월드 2

번역자 권일영씨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번역했더라. 노블하우스에서 나온. 정말 아는 이름과 자주 마주치게 되는군. -_-;

작가의 말에 보면 "행복한 탐정"이 없어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젠장, 이자식 정말 너무 행복하잖아. -_-; 게다가 엄청 평범한 성격. 그리고 사람 좋다는 말 들으며 살아가고, 이쁜 딸과 아내가 있고, 처가가 빠방한 집안. 그렇다고 데릴사위는 아니고, 처가의 권력이나 재력에 조금 주눅은 들지만 그걸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뭐 이런 탐정이; 정말로 미스테리의 해결이나 그런게 아니라 순수하게 도와주려고 일하는 느낌;

뭐, 그리고 우연도 꽤 많긴 하지. ^^; 근데 탐정이 저래서 그런지 그냥 편안하게 기대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긴장하고 추리하거나 살인트릭을 고민하거나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러나 보니 치밀한 조사와 추리에 의해 해결된 미스테리라고 보기엔 좀 거시기한 부분이 있기도...^^; 그래서 지금껏 읽은 미미여사의 책 중에서 가장 평범하게 읽은 책이 된 듯 하다.

* 이 작품의 속편이 있다는데... 같은 탐정의 다른 사건 이야기겠지? 기대가 되는군. -_-; 이야기의 재미는 다른 작품에 비해서 높게 쳐주고 싶지 않지만, 저 탐정(?)은 구경해 보고 싶다. -_-;;

Posted by smfet
2007. 1. 17. 21:15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1991
미야베월드 3
수록작 : 대답은 필요 없어, 말없이 있어 줘 , 나는 운이 없어, 들리세요, 배신하지 마,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

사실은 이 책이 미야베월드 두번째인 줄 알고 먼저 집었는데 누군가가 두번째더군.-_-; 뭐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숫자대로 읽는게 기분이 좋잖아. (이럼 또 p양이나 y양이 성격 이상하다고 할지도-_-)

 "화차"의 원형이 된 작품이 들어있다고 띠지에서부터 광고를.
 번역자인 한희선씨는 니키 에츠코의 "고양이는 알고 있다"를 번역했더군. "살진"으로 쓰는 부분이 참 거슬렸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 살지다: 1. 살이 많고 튼실하다./ 2. 땅이 기름지다.
- 살찌다: 1. 몸에 살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다. /2. (비유적으로) 힘이 강하게 되거나 생활이 풍요로워지다

라고 나오네. 뉘앙스로 봐서는 살찐으로 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단편들은 대체로 가볍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내용들.
화차의 원형이 되었다는 작품은 "배신하지마" 인 듯.
"들리세요"는 소년소녀대상 잡지에 실릴만한 가벼운 추리단편.
표제작인 "대답은 필요없어"도 꽤 좋았고, 마지막에 실린 "돌시네아에 어서 오세요"도 괜찮았다.
("대답은 필요없어"에서는 엉뚱하게도,

"저 펜스를 넘어서 온 거야? 그런 치마를 입고.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불쌍하구나, 하겠지만, 젊은 아가씨가 팬티까지 내보이며 펜스를 넘는 장면도 함께 상상하게 된다고, 사람들은"

하는 부인의 이야기가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여워서. ^^ - 정확한 문장은 지금 옆에 책이 없어 쓰지 못하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역시나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아직까지는 미미여사의 단편이나 옴니버스보다는 장편쪽의 손을 더 들어주고 싶다. 요즘 미미여사의 책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던데... 사면 분명히 다 읽을 것 같기는 한데 말야..-_-;

* 이번 북스피어의 이스터에그, "미야베월드"에 어서오세요 는 너무 귀여웠다. 일부러 찾을 때는 눈에 안들어오더니 사심을 비우고 읽을 때는 한눈에 들어올 줄이야. ^^ 하긴 거기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으니까~
Posted by smfet
2007. 1. 16. 23:14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1989년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
미야베 월드 1

 소재가 곧 트릭(?)의 해결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가 참 힘드네.

 용은 잠들다에서 등장했던 초능력은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내버려둔다쳐도 여기서는... 그래서 일단 가림. -_-; 어쨌든 이것도 껍데기는 추리소설이니까.

 일본소설 번역자는 아직 많지 않은 모양인지, 아니면 장르쪽의 번역자가 한정되어 있는지...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번역자의 이름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영미소설은 이렇지 않았는데. 혹시 아직까지 번역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럴지도. -_-; 로맨스 소설 번역자 정도는 관심을 가지긴 했었지만.

 여튼 첫번째 미야베월드 번역자인 김소연씨는 손안의 책에서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들을 번역한 분이더군.
-책의 내용과 트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아래 부분은 가림-


 미야베 미유키답게 사회적 이슈가 중요소재로 사용된다. 데이트클럽. 인물 캐릭터들이 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잘 읽히는 책. (사이토 미나코의 "취미는 독서"에서는 미미여사의 독자 수준을 중학생 정도로 보던데. -_-;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잘 팔리며, 실제로 그런 어린 학생들 팬들도 많다고 하면서.)

* 북스피어의 미야베월드 특집 이스터에그(라고 편집자가 표현하니까)도 상당히 귀엽다. 단지, 솔직히 말하자면 마술의 이스터에그는 이미 알고 있었고, 대답은 필요없어쪽이 훨씬 귀엽기는 했지만. ^^
* 근데 미야베월드중에 왜 이 책만 겉표지를 쓰고 있냔 말이다... 통일감이 흐트러지잖아~!!
Posted by smfet
2007. 1. 15. 23:05
권일영 역, 랜덤하우스
1992년 일본추리작가협회 상

미야베 미유키가 ICO를 쓴 건 알고 있었다. 이유, 모방범, 화차를 읽으면서, 어라 이런 본격 사회파 작가가 그런 판타지를? 하고 의아해했다. (책을 읽어볼 생각이 안 들었던 건, 게임 ICO가... 남들은 다들 쉽다는데도 불구하고 난 인트로도 벗어나지 못해서 안좋은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_-; )

북스피어의 미야베 월드 프로젝트에 맞춰서, 다른데서 출간된 미미여사의 책들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판타지는 제외하고... -_-;

이유, 화차, 모방범(1~3), 스텝파더 스텝, 용은 잠들다, 그리고 미야베 월드를 달고 나온 마술은 속삭인다, 대답은 필요없어, 누군가. 낱권으로 10권, 책 제목으로는 8권. 많기도 해라;

사회파 추리소설로만 알고 있었지만 용은 잠들다의 주요소재는 초능력. 그중에서도 사이코메트리와 텔레파시, 텔레포테이션. (텔레포트는 만화에서도 잘 안 쓰이는 소재가 아닌가. -_-;)

초기작인 만큼, 교훈투의 가르치려는 어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초능력이 소재인데도 SF보다는 사회 소설 같은지... -_-; 대단한 작가다.

그래도 아마, 미미여사의 꼬리표를 떼고 읽었다면 그냥 재밌는 글이네, 하고 말았겠지만 역시 후광은 무시할 수가 없어서, 글 자체에 대한 감동보다는 작가에 대한 감탄만 커지고 말았다.
Posted by smfet
2007. 1. 11. 10:31

* 최선임 옮김, 작품
* 132회 나오키상 수상

가쿠타 미츠요는 과연 상받을 만큼 여자 심리묘사가 뛰어나네. 그런데 비해 남자의 비중은 아주 작거나, 심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의도적인 걸까, 아니면 실제로 잘 모르는 걸까?

사요코, 아오이(난 지금껏 아오이 이름이 靑에서 나온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욱꽃이라고 하대.), 그리고 과거에서만 존재하는 나나코의 이야기.
사요코가 때로 보여주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소심함이 리얼하다.

* 그런데 난 순소설과 대중소설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어째서 이건 대중문학으로 나오키상을 받았고,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순소설로 아쿠타카와상을 받은 걸까? 둘 다 성장소설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의 성향 차이로 구분하는 걸까?
* 일본어 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대안의 그녀". 대안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피안과 비슷한 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강기슭, 건너"라는 뜻이란다. 닿지 않는 곳을 뜻하려는 거였을까? 그렇게 생각해 봐도 제목이 너무 어렵다.
* 이번 책엔 역자후기가 붙어있었는데... 그냥 빼지, 싶은 생각도. -_-; 이 역자가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 자꾸 "니혼슈"라고 언급하는 부분. 그냥 일본주라고 하면 안돼? 니혼슈가 뭐야, 니혼슈가-_-;

Posted by smfet
2007. 1. 9. 17:24

* 최선임 옮김, 작품

지금까지 만난 최악의 여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야마다 데루코. -_-;

띠지에는 짝사랑 소설이라고 되어 있지만 저걸 짝사랑이라고 봐야 하나... 작중 데루코의 말처럼, 무해한 스토킹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과연 무해한 스토킹이라는 게 존재할까?)

y양과 "내 이름은 빨강"의 세큐레가 짜증난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데루코를 보다 보면 차라리 세큐레가 낫지,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하다. (세큐레는 그래도 자기 중심적이잖아. 데루코의 자신은 마모가 있어야만 존재한다.) 땅파거나 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애가 옆에 있다면 절대 상종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

원제도 "사랑(愛)이 뭘까" (요즘은 번역서도 원서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듯)
데루코도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저러는 걸까?
난 그 멍청한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 스미레에 대한 감정은 차라리 끄덕거리게 되었지만...

* 작가의 말도, 역자의 말도 없다. 첫 페이지의 서지 정보 다음에 바로 차례, 그리고 본문. 본문이 끝나면 책도 끝나고... 조금 서운하기도?
* 책을 읽고 짧게나마 감상을 남겨보자! ...라고 결심했으나, 과연 얼마나 갈까?
Posted by smfet
2007. 1. 9. 11:32

* 21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분석하다!
* 김성민 옮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책에 관한 책"은 처음부터 일정한 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소수라서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관한 책도 놓치려고 하지 않잖아. 혹시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데 내 주변이 그래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_-;

최근에는 readordie.net과 http://blog.naver.com/jedai3000의 글을 rss로 구독하면서 다음에 살 책을 고르곤 한다. 그러다가 본 책 제목, "취미는 독서". 아니 제목부터 이렇게 뻔뻔할 수가! 아무리 봐도 한 번 이상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인데, 재밌어 보인다. 두어주 망설이다가 그냥 사보기로 했다. 뭐, 어때. 책에 이정도 투자는 괜찮겠지. (책말고 다른 취미가 없다면 더 써도 괜찮겠지만. -_-; )

리뷰목록 중 국내에 출간된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소리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라든가 연예인 사생활 고백서 같은걸 우리나라에서 낼리가 없지 -_-)과 국내 출간목록 중에서도 내가 읽은 책이 많지 않은 게 흠..이 아니라 장점일지도?

어차피 "대신 읽어주마!"를 표방하고 있기도 한 데다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책을 이따위로! 하는 반응이 나오는 말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은 착한 독자다" 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난 사이토 미나코의 독자분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아. -_-; 편식 쪽에 가깝긴 한데 장르 전체적인...도 편식이라고 하나? 베스트셀러따위, 라기보다는 재미가 없어 보이는 애들만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보기 싫어지던걸. -_-; 그리고 자기계발서같은 것도 싫단 말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때부터 싫었다. -_-; )

그리고 이런 책을 집어든 당신 자체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라고. -_-; 생각외로 책 읽는 인구가 적은 건 일본도 마찬가지인듯.

처음 리뷰를 보고 생각했던 대로 (그런데 리뷰를 리뷰하다니..^^; ) 재미삼아 한번 읽어보는 게 다인 책. :)

그런데 이 책도 번역이 꽤나 거슬렸는데...
"소리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의 경우 진짜 일본어 음을 한글로 써놨다. 해석도 없이. 일본어 원문만 표기하고. 이건 아니잖아~! -_-;;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심히 무성의. 그리고 또 하나, "말도 잘 같다 붙인다"라는데... 저기의 저 "같다" , 분명히 "가져다"라고 쓰려고 한 거 맞지? 그럼 "갖다"가 되어야 하잖아! 번역자는 출판마케팅연구소의 연구원이라는데, 적어도 출판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면 맞춤법 정도는 배우고 오는게 어때? -_-+


Posted by smfet
2007. 1. 8. 14:54

* 완역판 (1~3)
* 배인섭 옮김, 오즈북스

셀마 라게를뢰프는 190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류작가이며, 닐스의 신기한 모험은 1908년, 아이들 교육교재(-_-)용으로 부탁을 받고 스웨덴의 지리와 풍속, 전설 등에 관한 이야기를 쓴 책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짧은 이야기로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남아있는 건 "닐스, 그 건방지고 재수없던 자식" 정도의 이미지밖에...-_-; 어릴때 읽었던 책들이 "완역본" 딱지를 붙이고 나오면 왠지 그 시절 놓쳤던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서, 아아 읽고 싶어~의 기분이 되는 듯 하다. 닐스도 그런 향수를 끌고 왔다.

그러나 책 첫머리에 있는 번역자의 말에 기분이 상해 버렸다. "일주일이면 번역할 수 있을 줄 알았다"라니... 결국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번역의뢰를 받아들였다는 거잖아. 게다가 독일어 중역. 스웨덴어랑 독일어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터키어조차 직역이 되는 요즘 세상에 중역은 좀-_-;; 스웨덴어 전공자가 그렇게 없나?

이처럼 번역자에 대한 꼬인 마음을 가지고 시작해서인지, 중간중간 어색한 번역, 특히나 왔다갔다 하는 종결어미가 거슬렸다. 같은 사람의 말에서 문어체와 구어체도 마구 섞이는 데다가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고.

간략한 스웨덴 지리 및 민담집을 한 권 읽은 느낌. (그런것 치고는 책 자체의 분량이 많기는 했다만)

선녀와 나뭇꾼 류의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 날개옷 대신 물개옷은 신기한 아이템이었지만. ^^;

그런데 근 백년전의 책에서 벌써 환경과 새들이 살 곳을 걱정하다니. 진짜로 놀랐다. 1909년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삼일운동이 일어난 해던가? -_-;

그리고... 닐스는 나이들어 읽었어도 여전히 재수없다. -_-;

* 번역자들이 출판사의 의뢰를 받고 하는 경우, 혹은 책이 너무 좋아서 전부터 번역소개하고 싶어서 출판사까지 알아보는 경우...후자의 경우 역자후기에 절절함과 원작에 대한 애정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오는 후기는 많이 봤지만, 대놓고 이런 식으로 맘 상하게 하는 역자 후기는 이 책이 최고였지 싶다. -_-; 어쩜 이렇게 잘난체와 맘상하게 하는 내용이 잘 들어가 있는지. 원작에 대한 감상보다 번역자에 대한 원망이 더 크게 남은 책.
* 오즈북스는 클래식라이브러리 시리즈라고 붙인 걸로 봐서 이런 류의 책을 더 낼 생각인가 본데, 그러면 책 디자인과 삽화에도 신경을 써야 할듯. 닐스의 이동경로가 그려진 스웨덴 지도를 책 내지에 그려주는 건 좋았으나, 앞뒤에 똑같은 지도를 넣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오히려 무성의해 보였다.

Posted by smfet
2006. 12. 28. 11:03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p양에게서 빌린 책인데, 이 아가씨 왜 책을 사놓고 안 읽어...-_-;
책끈도 동그랗게 말린 상태 그대로고, 펼친 흔적도 없어. -_-;;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당황스럽게도 이순신이 아니라 유리핀 멤피스였다. -_-;

특히나 백의종군하면서 임금은 가엾고 무섭다, 하는 부분은 정말 유리핀 복권 당시랑 비슷한 느낌. 물론 이순신은 육군에서 수군으로 부임할때 이미 청년이 아니었고 유리핀은 청년 장교로 해군부터 시작했지만, 그리고 특히나 여성관 및 아랫사람을 다루는 태도도 다르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늘어서있는 그 수식어들로 치장된 백의종군 군인의 감성이, 이건 유리핀이잖아! 하고 소리치게 만들더라... -_-;

추리/미스테리 쪽이 주로 읽는 장르다 보니 화려한 수식어들보다는 간결하고 장식없는 건조한 문체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이 당혹감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겠지.

여튼 유리핀...-_-;;;
이순신을 유리핀과 겹쳐보게 될 줄이야. -_-;

그리하여,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이순신의 전술이 궁금해졌고,
그리고 북해의 별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_-;
해가 바뀌는 주말엔 유리핀님이나 만나야 할까?
Posted by smfet
2006. 12. 26. 16:01

 전에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를 읽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가? 김탁환은 참 소재를 잘 잡아낸다고.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재를 잘도 찾아낸다 싶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참 흔한 소재인데 포장을 잘 한 것 같기도 하고? -_-;

 리심도 흥미가 가는 소재라서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3권이 부담되어서 망설이다가... 한참을 머뭇거렸으나 결국은 구입. (오라버니 황진이 공연만 아니었어도 김탁환은 백탑파 시리즈 정도에서 사는 걸 멈췄을 것 같기도 한데-_-; )

 중세국어 전공자라는 김탁환의 단어 선택은, 확실히 근대로 넘어서는 리심 이야기에서는 평범해져 버린다. 나, 황진이만 해도 단어가 참으로 특색있었는데 리심은... 단어도, 표현도, 심지어 주인공 리심조차도 매력이 없다.

 리심의 시점이 주가 되고, 중간중간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끼어드는데 이런 화법이라면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이 훨씬 나아! (...노벨 수상작과 비교하는 게 너무 헛된 짓이기도 하군) 리심도, 빅토르 콜랭도, 홍종우나 명성황후조차도 매력이 없다. 이렇게 캐릭터 매력이 없을 수가. -_-; 하긴 백탑파도 내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매력있는 서생이 없긴 했지. 문제는 캐릭터 매력이 없으면 스토리라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법 해야 하지 않느냐고~

 전작보다 실망. 어쩌면 전작들 때문에 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따로 리심만 떼놓고 보면 그다지 혹평하지 않고 그냥그냥 읽었을지도. 그러나 책 자체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꽤나 관심이 사라지게 되어서, 올해 가장 많이 읽은 작가였던 김탁환은 내년 독서목록에서는 그 이름이 빠지게 될 것 같다.

 ...백탑파가 나오면 또 사주려나?
 아님, 단순한 성격에 또 영화화 되는 작품의 원전이 김탁환이라고 하면 그냥 덜컹 집어들어버릴지도. -_-; (2차 창작물 자체로 즐기면 좋은데 꼭 원전이 궁금해진단 말야~)
Posted by smfet
2006. 11. 27. 00:00
내 독서취향은 원래 편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읽는 책의 분량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장르소설 쪽에 다분히 치우쳐 있고, 인문 도서는 거의 읽지 않기도 하고.

그래도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이 밑바탕이 되어 다음 읽기에 도움을 준다.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은 만화와 소설에서 배웠다?)

" 내 이름은 빨강"은 "나는 죽어있다"로 시작하는 첫문장이 인상적이라고, 진즉부터 서평을 읽고 있었는데 올해 노벨상 수상작이라는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머나, 장르문학, 그러니까 추리소설에게 노벨문학상을? 그것도 제 3세계인 터키 작가에게?

문학상 수상작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적어도 나랑은 안 맞았다라거나-_-) 사서 읽은 적이 거의 없는데, 그래도 추리소설이라니까 궁금해져서 사봤다. 그런데...

첫장부터 난감함이. -_-;

영미쪽 이야기는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도 익숙하니까 읽기가 편하다. 낯설어서 움찔 하는 경우도 드물고, 소재가 특이하다고 해도 이야기를 읽는 동안 쉽게 납득이 된다. 그러나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세 밀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이슬람 방식의 화풍과 베네치아 화풍의 차이가 이해가 되겠느냐고. ㅠ.ㅠ 네이버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세밀화가 대체 뭔지 찾아봤으나 내가 원하는 정도의 설명은 안 나와 있고. 세밀화가들이 나와서 화풍과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대체 "쉬린이 휘스레브의 그림을 보고 반하는 장면"이 어떤 그림인지, "쉬린이 목욕하는 것을 휘스레브가 훔쳐보는 장면"이 어떤 건지, 오스만 화풍의 전쟁 그림은 대체 어떻게 보여지는 건지... 그런 그림들이 상상조차 안되다 보니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왜 베네치아풍의 원근법이 죄가 되는 건지도 책을 중반 이상 읽고 나서야 깨닫고... -_-; (그러나 아직도 "신의 시야"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단지 인간이 보고 느끼는 대로 그리는 것은 신의 섭리를 기만하는 거라는 정도밖에... -_-; )

이슬람에서는 성전에 그림이나 조각을 금지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반 책의 삽화까지 그리는 법이 있고, 그것도 책의 "장식"으로 인정되고서야 발달되었던 것이지 실제 그림 자체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았다 등도 모두 전혀 알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이어서, 반쯤은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게 된 듯 하다.

그리고 책의 화자가 다양해서, (각 장 마다 화자가 바뀌는데 이야기꾼을 한명의 화자로 생각한다면 9명 정도가 등장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다양하니 10명 이상의 화자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끄는 셈이네) 시선을 바꿔가며 사건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초기 적응도 힘들다.

사실 샤, 술탄이 나오면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 이상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말야.

지난 주말까지 해서 읽었는데, 조금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아무래도 한번에 이해하는 건 무리야.

- 그리고 나서 일본책인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와 샤바케를 연속해 읽고 있는데... 이번엔 이런 일본요괴 이야기들이 너무나 친숙하게 나타나서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로 시작했던 일본요괴들은, 이제 거의 이미지화되어 소설속에서 날아다닐 수도 있게 되었다. 김탁환의 지괴소설을 읽을 때 오히려 우리의... 음... 요괴? 요물? 도깨비? 요정? 여튼-_-; 그것들이 낯설게 느껴졌던 걸 되새겨 보면, 꼭 좋지만도 않은 기분?
Posted by smfet
2006. 11. 23. 00:00

예전에 열혈만화를 볼 때는, 현실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스포츠도, 연기도. 그런데... 스포츠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관심이 없으니) ...

유리가면(배우), 내일의 왕님(극작/연출) 밖에 생각이 안나네. -_-;

PA (배우), 프라이드(노래-오페라), 골때리는 연극부(연극부), 또 하나의 그림자(연출?), 캣스트릿(배우) 등에서 소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연극 자체가 메인으로 부각되었던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만화를 볼 때 꽤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의 하나가 연극이나 영화라서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올리려니 그렇게 많지는 않군. 그러고 보면 팜의 All star project도? -_-;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

나는 이러한 만화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스포츠는 싫어하고 중계도 안보지만 스포츠 만화만은 좋아한다.플라이 하이(기계체조), 브레이크샷(나인볼), 저스트 고고(테니스), 에이스를 노려라(테니스) 등. 역전마라톤이나 경정, 경륜도...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_-;

유 리가면을 보다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다니, 과연 만화?" 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홍역에 걸린 베스를 표현하겠다고 밤새 비를 맞는 멍청한 마야라든가, 물의 깨달음을 얻겠다고 세탁기에 손을 집어넣는 정신나간 아유미라든가, 겨울의 혹풍을 느껴보라고 냉동창고에 처넣는 쯔키가케의 미친짓이라든가... -_-;;

팬질을 하면서 느끼는 건, 그래도 니네들은 편한거야! 배역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되잖아!
사실 팬질이 무대만 보는 팬질이 아니라, 캐스팅, 페이-_-, 연습, 주변 사람들 이야기까지 듣다 보니 배역에 대한 고민보다 그 외적인 것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실감하게 된다.

마 야가 아무리 배역에 대해 고민한다 해도, 공연 일주일 전까지 완성되지 않은 대본, 한달 전에 바뀌는 연출(연출의 방향성이 바뀌는 게 아니라 연출자가 아예 갈리는-_-), 페이를 안줘서 그만둔다고 하는 스탭들...은 없었잖아! -_-;

내일의 왕님에 나오는 사사야 유우가 아무리 고민해서 극을 쓰고 연출한다 해도, 일단 타고난 글쓰는 재능이 있었고, 믿어주는 이름있는 작/연출이 뒷배경에 있었으며, "연출이 안와요~" 라고 하소연하게 되는 배우라든가, 작가 의견과는 별개로 연출이 꼭 모래를 써야겠다고 한다든가, 연륜있는 배우가 작가의 극을 몽땅 바꿔놓는다든가, 하는 건 아니잖아~ (TV 드라마 부분에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해도, 그래도 결국은 유우를 인정해주는 결말이었고)

작은 극단이라고 해도 항상 공연장은 꽉 찼고, (오픈런하는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열명 가량 앉아있는 그 썰렁함이란-_-;) 아님 평이라도 좋았잖니;;;

얼마 전이었던가?
오빠랑 연기 이야기 하다가... "뭐, 유리가면에 나오는 것처럼?" 하면서 웃었었는데
(그 말 꽤나 많이 들어봤던 것 같더라. -_-;;)
난 진심으로, "유리가면보다 현실이 더 만화같아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구. -_-;

무 대를 하나도 모르고 읽었을 때의 내일의 왕님과, 연출과 배우에 따라서 무대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를 보고 나서 읽은 내일의 왕님은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이거 너무 편하게 잘 풀리는 거 아냐~! 하고 절규하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평일임에도 끝까지 읽어버렸다.

...그리고 연극 만화를 더 찾아보고 있다. "꽃보다도 꽃처럼"은 반년동안 고민하던 건데 다음 주문에 추가하게 될 듯. -_- (일본정통연극 노 이야기)
Posted by smfet
2006. 10. 18. 00:00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읽은 건 "이유". 실은 "화차(인생을 훔친 여자)"의 평이 좋았었는데 국내에서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어서, 꿩대신 닭이라고 집어들었던 거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도 잘 읽히는 걸 보면 정말 필력이 있는 작가구나, 싶기는 했는데, 이유에서는 특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보이지 않아서 기억에서 쉽게 희미해지더라. 글은 잘 쓰지만 캐릭터에 매력을 더하는 힘이 부족한건가? 생각했는데...

모방범을 읽고 나니 그게 아냐;
너무나 악인스러운 범인과 너무나 착한 친구는 매력이 없었지만, 피해자의 유족(할아버지 멋져요!)과 현장 담당도 아닌 데스크 담당 형사가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일요일에 잠이 안 와 1권을 읽고,
월요일에 2권을 들고 출근해서, 화요일 여전히 2권을 읽으며 퇴근했는데 남은 분량이 애매해서... 다음날 왕복하면서 읽기엔 너무 적게 남았더라. 그래서 이것만 읽구 자야지~ 하면서 마저 읽다가... 3권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휴일도 아니고, 15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사흘에 읽는 건 좀 너무했잖아~ ㅠ.ㅠ

정말로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계속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서, "이런게 필력이군!" 하다 보니 조금 억울해졌다. 왜 무대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거야~! 나도 기타지마 마야나 히메가와 아유미를 만나고 싶다고! -_-;
Posted by smfet
2006. 9. 16. 00:00
20여년 전 읽은 추리소설도 해문출판사였지. -_-;
얘네는 어쩜 20년을 지나도 질이 나아지질 않니...-_-;

동서문화사가 예전 판본을 촌스러운 표지상태 그대로 다시 찍어내는 데 몰두하고 있는 반면에, 해문은 겉보기 등급은 확실히 올라간 것 같다. 콜린 덱스터 시리즈도 그렇고, 조앤 플루크의 시리즈도 하드커버에 예쁜 표지, 깔끔한 편집으로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들어서, 출판사 이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그런데...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서너 페이지 읽다가 번역이 짜증나서 덮어 버렸다. 모스 경감 시리즈도 잘 된 번역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시점 자체가 50이나 된 모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데다가 배경이 영국이라서인지(-_-;) 딱딱한 번역체도 그리 거슬리지 않고 읽을 수 있긴 했는데...

초콜릿칩은 주변 사소한 잡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번역투가 너무 눈에 띄게 드러나. OTL 어려운 이야기들도 아닌데 어째서!

이번 주말에 몸이 안 좋아서 집중하기 힘든 탓도 있었겠지만 여튼 그 글투 덕분에 책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시간이 지난 후 결국 다시 읽기는 하겠지만) 얘네는 어쩜 번역 수준이 발전이 없냐-_-;;
Posted by smfet
2006. 8. 24. 00:00
글, 책, 특히나 소설읽기에는 꽤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를 읽으면서는 여러번 당혹감을 느꼈다.

엔데의 네버엔딩스토리를 읽을 때, 첫 줄에 있는 거울글씨(유리창에 적혀있던, 좌우가 뒤집힌 서점이름)랑 녹색/검정색의 2색 인쇄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이랑 비슷했다.

칼 라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그림이 그림으로만 있는 게 아니고 글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그림을 함께 보지 않으면 읽을 수가 없다). 쭉~ 한 줄로 읽는 게 아니라 글자들이 밑으로 뚝 떨어지기도 하고, 산 모양을 이루거나 동글뱅이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어라 어라 이거 정말 신기한 편집이네.

김탁환 소설을 읽고 나서 개운한 기분이 든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매번 다음 주문 목록에 새 책을 끼워넣게 된다. 확실히 매력은 있단 말야...
Posted by smfet
2006. 7. 26. 00:00
"시간여행자의 아내"라는 제목만 보고는, 소프트 SF를 가장한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했다. SF도 로맨스도 적당히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평이 좋고, 제목도 흥미를 끌길래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카트에 넣어 뒀더니, 동생이 "그 책, 영어 원서로 집에 있어. 왠만하면 그냥 읽지 그래?"란다.

작년에 학교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영어 전담 교사 할 때) 아마존에서 마구마구 주문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샀던 책들 중에 섞여 있단다. 책값에 돈을 너무 많이 들이고 있기도 해서, 그냥 영어로 읽지 뭐~ 하고 집어들었는데 별로 안 두꺼워 보였던 책이 묵직하다. -_-;

500p가 넘는데다가, 일반적인 페이퍼백보다 월등히 좋은 종이! 보들보들해서 자꾸 책장을 쓸어보고 싶더라. -_-; 책이 이쁘면 읽을 맛도 더 나는 법! 몇달 만에 읽는 원서라 조금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500페이지짜리 책의 경우, 보통 150페이지는 넘어가야 재미를 느끼는데, 30페이지정도 읽는데 재밌더라. -_-; 그래서 한글번역본을 살까 갈등하던 마음을 접고 계속 읽기 시작.

원서로 읽은 건 주로 아이들이 주 독자이거나, 아니면 리전시 로맨스-_-였기 때문에 이번같은 분위기는 처음인데, 재밌기는 재밌는데 읽기는 정말 힘들더라. 단어도 어렵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여주인공이 남주한테 "fuck me" 하는 장면은 (그것도 변태적인 게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우리, 지금 하자~" 정도의 분위기였는데 ㅠ.ㅠ) 정말 쇼크. 저런 단어를 일상어로 쓰기도 한단 말야? 싶어서 움찔했었다.

아 무리 어릴 때부터 시간을 엇갈려서 나타나는 남자를 만났다고 해도, 18살짜리가 40살과 섹스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가 안됐고. 그리고... 명색이 로맨스인데 여주인공에게 시련이 너무 많다. 단순히 "나는 그를 기다린다"정도가 아니라... "그가 없으니까 그의 일부는 옆에 두고 싶어"라고 아이를 원하는데 Henry의 시간여행은 genetic problem이기 때문에 아이 갖기도 힘들고... Clare는 유산을 6번이나 경험한다. 이게 로맨스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책은 좋았지만.

어른 대상의 원서를 읽은 건 간만이라서 정말 힘들게 읽었지만 (근 한달이나 걸쳐서) 읽을 만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yes24에서 번역본의 일부 발췌를 읽었을 때는...

원서로 읽길 잘했다 싶더라. -_-;
느낌이 아예 다르더군. -_-; (내용이 다른 건 아닌 걸로 봐서 제대로 이해는 했던 것 같다-_-)
Posted by smfet
2006. 6. 11. 00:00
공연을 보러 외출하지 않는 주말이 얼마만인지.
간만에 책을 읽어제꼈다.

* 집착 - 아니 에르노
: 전 애인에게 생긴 새 여자친구를 알아내야겠다는 집착. 스토킹? 하는 여자.
작가의 수기처럼 구성되어 있는데, 모티브는 잘 잡았고, 끄덕거리게 되는 소재였건만 재미는 없더라. 난 프랑스 소설은 익숙하지 않은가봐...라고 하려고 했는데, 쥐스킨트랑 에메는 좋아하잖아? -_-;;

* 스피드 - 가네시로 가즈키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작가다, 했더니 "플라이 대디"의 작가더군. (이준기가 영화 찍는다고 요즘 많이 언급되던...) "더 좀비스" 시리즈 중 하나. 나머지 더 좀비스 시리즈에도 흥미가 생겼다.

* 연애시대(1, 2) - 노자와 히사시
: 하도 평이 좋기도 하고, TV 드라마의 몇 장면들이 인상적이어서 책을 구입해 봤다. 여자(하루)와 남자(리이치로)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되는데 (냉정과 열정사이 처럼) 1인칭인 화자가 바뀔 때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불리던 이름과는 딴판인 일본 이름도 어색하고... (요 몇달 줄기차게 일본소설을 읽어대놓고선 아직도 어색함을 느끼다니)
: 마구 읽어제끼던 중에 걸려서 감정을 제대로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역시 그냥 보는 드라마가 편하지.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시리즈를 읽을 때 예전만큼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이 영화의 틀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었다는 불평글을 본 적이 있는데, 띄엄띄엄 본 드라마라도 시각적 효과는 대단한 법이라, 나도 거기에 말려든 듯 하다) 그래서 현재 평점은 드라마보다 약간 낮은 정도. 후에 시간을 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 이렇게 해서 이번 주말에 1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소설을 가뿐히 읽어치웠다. 6월에 읽으려고 주문했던 책들을 모두 읽어버려서 어쩐다지...-_-;;

- 간만에 로버트 사부다의 앨리스 책을 꺼냈더니... 그렇게 조심스럽게 봤(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켓 장면의 앨리스가 조금 찢어졌다. 흑흑. 저게 얼마짜린데~
Posted by smfet
2006. 4. 3. 00:00
대단한걸.

음산한 표지(조각조각 분해된 구체관절인형같은)와 10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질려서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y양이 보내주시지 않았다면 내손으로 사서 읽을 일은 없었을 듯) 요즘 책이 무진장 잘 읽히는 기간이라,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했다.

교고쿠는 문체 자체가 부담이라고 생각했었다. (나혁진씨 블로그, 일본미스테리 작가 문체비교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랬는지도?) 그런데 의외로 읽기 불편한 번역은 아니더군. 100페이지 정도 넘어가니 꽤 수월히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후는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잘 읽히더라.

우부메의 여름을 읽지 않아서 세키구치, 교고쿠, 에노키즈의 관계가 조금 어렵기는 했는데... (다다미방 탐정이라고는 해도 교고쿠도 세키구치도 마음에 안드는 타입. 에노키즈가 메인인 게 있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군)

과연 대단하다.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

(그런데 역시 이해가 안되는건...)

me: 망량의 상자 말야.
아메미야는 어떻게 가나코를 안 썩게 말릴수 있었던거야?
y: 그.글쎄
me: 궁금했거든-_-
그것도 한달새 까맣게 쪼그라들정도로 말렸다면..
방습제로 둘러싸도 그렇게 되기 힘들텐데
y: 그래.. 사랑의 힘으로
me: -_-
말이 돼? -_-;
y: 안될까?
Posted by smfet
2006. 3. 26. 00:00

미야베 미유키가 원래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쓰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말 장난이 아니네. 거의 "그것이 알고 싶다"라든가 "PD수첩"을 보는 기분이다. 촛점이 여러군데로 분산되어 있어서 초반에는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읽다 보니 속력이 붙는다. (후반부에 인터뷰어로서의 화자의 개입이 뚜렷하게 보일 때는 여성잡지의 "본지 독점취재! 단독 심경고백!"을 보는 듯한 느낌도 가끔 든다. ^^; )

(일본법이니 우리나라법이랑 100% 똑같지는 않겠지만 유사한점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법원 경매제도 및 임차인/매수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법률 관련 사이트를 뒤져보는 것보다 흥미도 있고-_-; 사례를 통한 풍부한 설명이 있으니 관심있으면 보는 것도 추천... (화차는 개인신용불량자에 대한 이야기라든데 그것도 사볼까...-_-)

700페이지 가량에 정가 12.5천원인데, 책의 두께에 질려서 쉽게 손이 잘 안가고, 책 내의 글자가 조금 큰 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글자 크기를 줄이고 페이지도 줄이고, 종이도 조금 좋은 걸 써서 더 얇게 500페이지 정도로 만들어줬으면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지 질이 외서 하드커버 수준으로 나빴음. -_-; 우리나라 책이 워낙 종이질이 좋게 나오기 땜에 더 그리 느끼는지도.)
Posted by smfet
2006. 3. 25. 00:00
오늘은 이동한 거리가 길어서, 이동 시간에만 책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꺼워서 좀체 읽기 싫었던 이유를 들고 가도 됐을걸...(망량의 상자도 아직이지만, 하드커버 들고 다닐 정도의 체력은 안되어서 말이지)

연문은 단편집의 제목이며, 수록된 다섯편 중 첫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하다. 단편 제목은 "러브레터"라고 해 놓았으면서, 책은 원제를 한문 그대로 옮겨 놓았는데 탁음이 없는 발음 때문인지 더 아련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식으로 하면 연문이 아니라 연서라 해야겠지? 낯선 단어라서 더 특별한 느낌이 드는지도.

다섯 편 모두 일인칭 시점으로, 화자인 "나"가 등장하는데 너무나 담담하게 풀어나가서 위화감을 느낄 지경이다. 이 전에 읽은 책들이 격하게 감정을 표현한 것들이라 상대적인 비교라는 생각도 들지만. (판타지-더 로그-와 로맨스-화홍-이니 어련하겠어.-_-)

이야기는 무지 좋았고, 단편 하나하나가 당장 화면이나 무대로 나타나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뚜렷한 이미지였는데, 왜 읽고 나니 이리 쓸쓸해지느냔 말이지.

(분류는 분명히 "연애소설"이라는데...)
Posted by smfet
2006. 3. 5. 00:00
좋은 로맨스 소설은, 읽고 나서 연애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책은 걸까. 남주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여주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연애하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니 연애하고 싶어지지 않아도 열심히 읽은 책들도 있긴 하군... 가스라기 가 그랬고,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좋아하는 오디션도 그렇고. 이건 책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작가의 필력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 듯 싶다.)

현실로 되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연애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곤한 경험이었던 것 같은데도 환상은 어찌 이리 이뻐 보이는 걸까.
이런 기분에 로맨스를 읽는구나 싶다. 오랫만에 느껴보네.

최근 몇 권의 로맨스를 읽으면서, BL은 먼 데 구경하는 것처럼 웃고 넘길 수 있지만 로맨스는 감정이입이 되어 짜증이 난다라고 투덜거렸었는데,

설정이 어떻든, 등장인물들이 어떻든, 여주의 감정선에 집중이 되니 읽기가 좋다. '사랑밖에 난 몰라' 타입이 아닌 부분이 특히나.

나는 이런 감정이 좀 메마른 듯, 그런 느낌을 잘 알 수가 없어서 말이다..
Posted by smfet
2006. 1. 1. 00:00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예약주문 후 반년을 기다려서 받은 책을, 또 반년이나 걸려서 완독하다.
사실 책 받을 때는 제안서 쓰는 중이어서 시간도 없었고, 잠시 비는 기간에는 완전히 지쳐 있었으니까, 책을 받아놓고서도 펼쳐보지도 못했다. 차례만 대충 훑어보고 말았지.

그러다가 한달쯤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전권에서도 그랬듯이) Hogwart가 개학하기 전까지는 계속 집중을 못하고 띄엄띄엄 읽다가 (y, p양의 다른 읽을거리 협조도 큰 역할을 수행했었지 -_- ) Dumbledore의 pensieve 여행이 나오면서부터(전체 650p 중 200p 정도) 속도가 붙어서 결국 오늘 새벽에 다 읽어 버렸다. Goblet of Fire 읽을때 2달, Order of the Phoenix 읽을 때 4달 이상이 걸렸던 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빨리 읽은 편.

초반부는 지루함도 있었지만, 대체 등장인물이 누가 누군지 기억이 안나서 그거 짜맞추느라고 더 오래 걸렸다. 그치만 그걸 알기 위해 5권을 다시 읽을 엄두는 안나는군... 읽기 너무 힘들었고, Harry가 엄청 짜증났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_-;

- 시작부분에 왜 얘가 Bill과 결혼하게 되는 건지, 도저히 이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나를 괴롭히는데 일조했던 Fleur는, 엔딩 부근에서 매우 감동적인 대사를 한다. "What do I care how he looks? I am good-looking enough for both of us, I Theenk!" (그래 너 미인이다;; )

- Half-Blood Prince는 이중의 의미였는데. 번역할 때 잘 되었으려나? 그러니까 서양애들은 왜 이리 이상한 성을 많이 쓰는 거야? -_-;

- Snape는 Potion에 그렇게 멋진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Defense Against the Dark Arts에 집착하는(했던) 걸까? 그리고, 왜 portion 책에 Sectumsempra 같은 걸 써놓구 그랬던 건지.

- Voldmort의 외모는 Horcruxes의 부작용인가...; 점점 핸섬해지는 Tom Riddle의 묘사가 좋았건만.

- 교장실에 자동으로 초상화가 등록되고 나서, 초상화 속의 Dumbledore는 왜 아무말도 하지 않는 거지? 초상화속에서 살아 움직이려면 어느정도 조건이 필요하나? (사실 그 순간까지 진짜로 죽는건 아니겠지 했다. -_-; Malfoy가 Sectumsempra에 당할 때가 더 충격적이긴 했지만.) 아니 애시당초 왜 Harry를 데리고 가? 다른 어른 wizard/witch 데리구 가면 될걸 괜히-_-;

- Harry가 점점 싸가지 없어지면서부터(-_-) Malfoy가 불쌍해지기 시작하더니만 역시나. Moaning Myrtle랑 친구할 정도라니, 안됐다;;

- 결국 Snape가 정말로 악이든, 아니면 사실은 착한 사람이었지만 어쩔수 없었다구!가 되든... 둘중의 하나겠지 뭐. -_-; 다만, Dumbledore가 그처럼 Snape를 믿을 수 있었던 증거는 궁금하다. Tom Riddle은 하나도 안 믿었잖아?


그리고,
- 커플링들은 다들 마음에 안든다 -_-;
- 블로그 돌아다니다가, "도대체 Harry가 Felix Felicis를 사용할 필요가 뭐란 말인가? 그처럼 운좋은 놈이 또 어디 있다고." 라는 걸 봤는데 공감간다;;

영국, Adult Editon의 표지는 낡은 Advanced Potion-Making, Half-Blood Prince의 책이 그려져 있다. 내 책(Scholastic)보다 훨씬 멋지구리 하잖아? 이런. 그게 탐난다-_-;;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이런저런 책들을 2000p는 가뿐하게 넘기도록 읽은 것 같다. (만화 포함하면 5000p도 가뿐하다 -_-; )

읽은 책들의 대부분이 BL이었다는걸 감안할때, 그렇게까지 미치도록 읽어댔더니만 원서를 읽을 기분이 들더라. -_-; 너무 놀게만 해서 뇌가 짜증낸 걸까? -_-;
해서 지금은, BL이 차라리 안 읽히는 이상야리꾸리한 상태.

사실 원서도 안 읽은 게 쌓였다. -_-;
동생이 잔뜩 사댄 Roald Dahl도 그렇고, Julia Quinn의 신작(...이래봤자 벌써 몇달 지났군)도 읽어줘야 하고,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도 11권 중 2권 읽고 있고...;;;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