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26. 00:00
"시간여행자의 아내"라는 제목만 보고는, 소프트 SF를 가장한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했다. SF도 로맨스도 적당히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평이 좋고, 제목도 흥미를 끌길래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카트에 넣어 뒀더니, 동생이 "그 책, 영어 원서로 집에 있어. 왠만하면 그냥 읽지 그래?"란다.

작년에 학교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영어 전담 교사 할 때) 아마존에서 마구마구 주문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샀던 책들 중에 섞여 있단다. 책값에 돈을 너무 많이 들이고 있기도 해서, 그냥 영어로 읽지 뭐~ 하고 집어들었는데 별로 안 두꺼워 보였던 책이 묵직하다. -_-;

500p가 넘는데다가, 일반적인 페이퍼백보다 월등히 좋은 종이! 보들보들해서 자꾸 책장을 쓸어보고 싶더라. -_-; 책이 이쁘면 읽을 맛도 더 나는 법! 몇달 만에 읽는 원서라 조금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500페이지짜리 책의 경우, 보통 150페이지는 넘어가야 재미를 느끼는데, 30페이지정도 읽는데 재밌더라. -_-; 그래서 한글번역본을 살까 갈등하던 마음을 접고 계속 읽기 시작.

원서로 읽은 건 주로 아이들이 주 독자이거나, 아니면 리전시 로맨스-_-였기 때문에 이번같은 분위기는 처음인데, 재밌기는 재밌는데 읽기는 정말 힘들더라. 단어도 어렵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여주인공이 남주한테 "fuck me" 하는 장면은 (그것도 변태적인 게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우리, 지금 하자~" 정도의 분위기였는데 ㅠ.ㅠ) 정말 쇼크. 저런 단어를 일상어로 쓰기도 한단 말야? 싶어서 움찔했었다.

아 무리 어릴 때부터 시간을 엇갈려서 나타나는 남자를 만났다고 해도, 18살짜리가 40살과 섹스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가 안됐고. 그리고... 명색이 로맨스인데 여주인공에게 시련이 너무 많다. 단순히 "나는 그를 기다린다"정도가 아니라... "그가 없으니까 그의 일부는 옆에 두고 싶어"라고 아이를 원하는데 Henry의 시간여행은 genetic problem이기 때문에 아이 갖기도 힘들고... Clare는 유산을 6번이나 경험한다. 이게 로맨스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책은 좋았지만.

어른 대상의 원서를 읽은 건 간만이라서 정말 힘들게 읽었지만 (근 한달이나 걸쳐서) 읽을 만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yes24에서 번역본의 일부 발췌를 읽었을 때는...

원서로 읽길 잘했다 싶더라. -_-;
느낌이 아예 다르더군. -_-; (내용이 다른 건 아닌 걸로 봐서 제대로 이해는 했던 것 같다-_-)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