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독서노트'에 해당되는 글 112건

  1. 2007.10.13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2. 2007.10.05 가위남 - 슈노 마사유키
  3. 2007.10.05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코니 윌리스
  4. 2007.10.04 마일즈의 전쟁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5. 2007.09.28 대유괴 - 덴도 신
  6. 2007.09.19 ZOO - 오츠 이치
  7. 2007.09.19 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8. 2007.09.03 미스터리 주간 3
  9. 2007.09.02 생명을 돌보는 인간 - 송봉모
  10. 2007.08.26 라이온하트 - 온다 리쿠
  11. 2007.08.25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12. 2007.08.22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마크 해던
  13. 2007.08.20 둠즈데이 북 - 코니 윌리스
  14. 2007.08.20 유지니아 - 온다 리쿠
  15. 2007.08.15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 온다 리쿠
  16. 2007.08.09 샤바케 - 하타케나카 메구미
  17. 2007.08.07 도코노 이야기 - 온다 리쿠 2
  18. 2007.08.06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19. 2007.07.28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 - 10년만의 엔딩 4
  20. 2007.07.17 나는 지갑이다 - 미야베 미유키
  21. 2007.07.17 머나먼 바닷가 - 어슐러 르 귄
  22. 2007.07.16 베누스의 구리반지 - 린지 데이비스
  23. 2007.07.14 아투안의 무덤 - 어슐러 르 귄
  24. 2007.06.30 면장선거 - 오쿠다 히데오
  25. 2007.06.21 울지않는 여자는 없다 - 나가시마 유
  26. 2007.06.10 쇠종 살인자 - 로베르트 반 홀릭
  27. 2007.06.09 쇠못 살인자 - 로베르트 반 홀릭
  28. 2007.06.05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모리 히로시
  29. 2007.06.03 어스시의 마법사 - 어슐러 르 귄
  30. 2007.06.03 황혼녘 백합의 뼈 - 온다 리쿠
2007. 10. 13. 13:48
* 전새롬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 클럽 066

데뷔작인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다카노 가즈아키.
(란포상이 신인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걸 상기하면 데뷔작이 받는 경우도 많을수도 있겠군)

미미여사 풍으로 화자를 바꿔가며 덤덤하게 기술하는 문체와, 사회(주변)에 따른 부조리함에 엮여서 일어난 죄책감, 그리고 마음에 숨어있는 정의가 드러나는 13계단을 읽고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령인명구조대"를 읽고 실망. 이렇게밖에 안되는 작가였나? 데뷔작은 우연이었나? 하고 마음을 끊었는데, y양이 "그레이브 디거"를 보내주셨다.

시기상으로는 그레이브 디거가 13계단의 바로 후속작인 모양.
y양 말씀으로는 '13계단보다 낫더라'였는데, 확실히 블록버스터 영화가 취향인 사람이라면 그레이브 디거가 더 나을수도. 단지 나는 13계단 - 그레이브 디거 - 유령인명구조대 로 놓고 보니 작가의 시선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거부감이 생겼다.

어디선가 기리노 나쓰오/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또 한사람을 끼워넣어 3명으로 그룹을 묶은 걸 봤는데 그건 찾을 수가 없네.. 미스터리나 추리 쪽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일본 미스터리의 빅4 -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정보는 찾았다. 여성작가가 이만큼이나! 하는 거였으니 이 정보였으려나...

온다 리쿠의 인물들은 뛰어난 주인공(일명 리쿠걸)과 일상의 주변인물로 구성되며, 마음 깊숙히 아련한 추억을 건드린다.
미야베 미유키는 일상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특히 피해자),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한다.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라고 평해놓은 글도 봤다.)
기리노 나쓰오는 OUT에서 사람 마음 속의 찌질찌질함과 악의, 공포나 어두운면을 긁어내는 솜씨에 움찔했는데, 어느 글에서는 그나마 OUT이 그런게 덜한 편이라고... (OTL) 이 작가의 인물들을 보면 성악설을 믿게 될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잘 모르겠으니 젖혀두고. (-_-)

다카노 가즈아키는 선한사람/악한 사람의 2분법으로 접근한다.
"귀여운 사기죄"를 치는 주인공은 골수이식 결심을 한 만큼 당연히 선한 쪽이고, M은 악한쪽이다. M에게 끌려들어간 사람들이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그 사람들 나름대로의 정당성(이유)를 만들어 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정은 조금도 보내주지 않는다. 오직 주인공의 목적만 선한 것이고, 그리고 주인공 편이 목적한 바는 이루어지는 게 정의이다.

숨막히는 추적극이라는 띠지 광고가 아깝지 않고, 24시간을 400여페이지 내에서 긴박하고 속도감있게 풀어낸 재주는 인정하지만, 엔딩을 보면서 영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초반에 정의를 강조할 때부터 수상쩍더니만...-_-;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인적인 심판이라도 수행하겠다는 거냐. 이건 좀... 너무 억지스럽기도 하고, 해피엔딩에 집착한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대로 끝내도 좋았을 것을, 굳이...

너무 간질간질했던 말미의 해설도 마이너스 점수에 한 몫.-_-;
안좋았던 책은 아닌데 조금 취향에 거슬리는 바람에 안 좋은 말만 늘어놓은 것 같네. 책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앞서도 말했듯이 블록버스터 (특히 쫓고 쫓기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Posted by smfet
2007. 10. 5. 18:07
* 김수현 옮김, 노블마인 펴냄
* 메피스토 수상작이라. 메피스토가 라이트노블 쪽 아니었던가? 헷갈리기도 하네.

도서추리소설의 형식을 차용해서, 범인의 시선, 그리고 형사들의 시선(이라기보다는 형사들을 관찰하는 3인칭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건의 엽기성이나, 하나 둘씩 풀려나가는 단서, 범인과 형사가 서로 정보를 공개하거나 숨기며 컨트롤하는 두뇌싸움 등이 긴박감을 더해줄 법도 싶으나, 너무 느슨한(혹은 비일상적인) 범인의 시선이 삽입될 때마다 오히려 조금 늘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긴박하고 다급하고 초조할 것만 같은데, 범인의 내면에 들어서면 몽롱한 상태가 되어 어느 한쪽이 비현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 편의상 범인이라고 썼지만, 실상은 범인이 모방범을 잡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가 아니라, 모방범을 잡으려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의 이야기라고 보는 쪽이 옳겠다.

!!중요한 미리니름이 있으니 읽을 사람은 펼쳐보지 말 것


Posted by smfet
2007. 10. 5. 00:00
*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 휴고상, 로커스상 수상작

화재감시원-둠즈데이북-개는 말할 것도 없고 로 이어지는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리즈.
시리즈의 모태가 된 단편집, 화재감시원을 읽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둠즈데이 북에서 네트와 시간편차에 대해서만은 800페이지동안 학습했던 이후이기 때문에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옥스포드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둠즈데이에서 마구 헤매고 다니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던워디 교수와 핀츠는 그 사건 이후 거의 해탈했는지, 이 책에서는 왠만한 시간편차나 사건에 대해서도 무심한 듯 태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 교수님, 발전하셨군요! (아니 근데 내가 시간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게 후대가 맞던가? -_-;; )

주인공을 따라가는 시선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네드 헨리(헨리가 성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를 쫒아가는데, 네드가 너무 잦은 강하로 시간의존증에 걸린 덕분에 초반 150여페이지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꼬이꼬 꼬인 일들, 사건들, 자꾸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 매듭들.

겨우 풀리기 시작한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엉뚱한 이야기였고 등등.

토시의 "그"의 정체는 꽤 일찍 눈치채고서는 (로맨스 15년의 경력! -.-) "얘야, 얘라니까?!" 하며 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정신없고, 혼란스럽고, 바쁘고,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 한두가지 미리 니름, 그러니까 스포일러를 듣는다고 해도 책을 읽고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발랄하고 바쁘게 엮인 사건들, 그리고 흥미를 돋구는 글들.

그런데 역시 너무 긴 책을 쉬지 않고 읽었더니 힘들기는 하군...^^;
다음에 읽을 책으로는 짧은 단권을 집어들어야겠다. :)

* 코니 윌리스는 시끄러운 아줌마를 꼭 등장시키는 걸까? 전권의 윌리엄의 어머니, 그리고 그 마을 영주 저택의 할머니에 이어, 이번엔 슈라프넬부인(그리고 조상인 메링 부인)이 잠시도 조용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 네트, 시간편차, 연속체, 피터 램지와 헤리엇, 그리고 번터, 네로 울프...를 만나지 않고 이 책을 만난 바람에 재미의 30%는 까먹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고 둠즈데이 북을 사서 내게 이 책과의 만남을 열어준 (그리고 피터 램지와 네로 울프도 함께 보내준) y양에게 무한한 감사를! ^^

* "위에 적은 분들이 주신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보이는 모든 실수는 역자에게 있음을 밝힌다"
라고 마무리하는 역자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자신있게 그렇게 말하는 만큼 눈에 거슬리는 번역은 찾기 쉽지 않다. 둠즈데이 북과 마찬가지로. 다만, "새 그루터기"라는 말만은 아무래도 거슬린다. -_-; 자꾸 "새"가 bird가 아닌 new로 읽혀...

* 화재감시원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모양. 코니 윌리스의 책은 도저히 원서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번역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지. -_-;

* 둠즈데이 북 820페이지, 개는~ 745페이지. 80여페이지나 차이나는 데도 겨우 10%차이이다. 두께에 비해 가벼운 책과, 빽빽한 글자덕분에 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건 좋으나... 일반(특히나 요즘 베스트셀러) 책들 형식으로 조판하면 3권은 거뜬히 나오겠더라. -_-; 장르를 3권까지 나누는 건 확실히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만.
(나만해도 3권 넘는 책은 망설여진다고. 2권도 사기 망설여지는데 뭘)
Posted by smfet
2007. 10. 4. 23:42
* 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펴냄
*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
* 행복한 책읽기 SF 총서 12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일단 은하영웅전설. -_-; alalal씨는 "그건 SF 무협이고"라고 했지만. 파운데이션이나 듄 정도의 규모(범은하적?)에서 발생하는 전쟁 등 커다란 사건들을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던가? 아니 어딘가에서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 같기는 하던데 말야.

하도 평들이 좋길래 간만에 SF!하며 집어들어봤다. 최근 SF/판타지라고 해도 소프트한 내용만 줄창 읽어댄 터라 (혹은 대체역사물쪽을)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걱정을. 특히나 초반부는 하인라인 분위기까지 풍겨서 더 움찔.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주인공, 그러니까 마일즈 정말 웃기는 놈이네 그려. ^^

유머러스하고, 강단있고, 머리 좋고. 지위건 돈이건 적당히 이용해먹고 속일 줄 알고. 그렇다고 비열하지도 않고.
신체적 약점을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걸 대체할 만한 다른 보상이 있는 건 또 아니고. :)

매우 즐겁게(!) 읽었다. 다른 시리즈도 번역 예정이던데 궁금하군.
그리고 마일즈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의 이야기도 매우 궁금. ^^

* 으흐흐흐... 그나저나 용병들의 월급과 환율을 걱정하는 용병대장(?)이라니. 나름 궁상스럽다던 양웬리도 그런 짓은 안했다고~

* 그리고 작가는 여성인 것 같은데... -.- 글에서는 짐작할 수가 없다.
Posted by smfet
2007. 9. 28. 11:38
* 김미령 옮김, 미디어 2.0 펴냄
* 제 32회 일본 추리작가문학상 수상작

피해자(...? 납치대상자?)도, 경찰도 아닌 도시 여사님에게 휘둘리는 유괴범이 되어서 함께 이리저리 휘둘려가며, 감탄해 가며 읽다.
"여주인의 런치타임"에서 치나츠 할머니의 꼿꼿하게 등을 편 자세에 감동한 이후 (새구이 오빠는 그 캐릭터 민폐잖아, 라고 했지만 -_-)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할머니가 된다면 나도 나도 여사님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근데 그건 그만큼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_-)

휴대폰이 등장하지 않는 등 구식 요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 없이 그 시절 그대로 받아들여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 그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 (오래된 글을 읽을때 간혹, "휴대폰이 없어서 문제야. 쯧쯧" 하는 등 현실로 잠시 복귀하게 만드는 글이 있는데 여기선 그런 게 없다. ^^ 오히려 영화를 보고서야, 아, 휴대폰이 있었으면 더 편리했겠군! 하고 생각하게 되었을 정도니~)

* 그렇지만 엔딩은 좀 에러. 아니 뭐 이래 -_-;

* vs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일부러 영화를 봤는데,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두뇌게임 요소를 이렇게나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니! -_-; 난 감독엔 별 관심없어서 몰랐지만 다들 김상진 감독이니까~ 하고 납득하는 분위기. 감독 이름도 살펴가며 봐야겠다아...
박준면씨 영화에서 자주 보이시네~ 반가워요~ 그치만 원작의 미스 구가 훨씬 좋아. 흑흑
영화 후 원작을 보면 색다른 머리싸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원작의 분위기를 기대하며 영화를 봤다가는 실패. 소재와 트릭만 따오고, 원인/해결/환경은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먼저 영화를 본 동생과, 함께 영화를 본 엄마는 참 재밌어 하셨음. (둘 다 원작은 안 읽었고)

Posted by smfet
2007. 9. 19. 20:33
* 김수현 옮김, 황매 펴냄
* 수록작 : SEVEN ROOMS, SO-far, ZOO, 양지의 시, 신의 말, 카자리와 요코, Closet, 혈액을 찾아라, 차가운 숲의 하얀 집,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오츠 이치를 만났을 때 생각했다. "이런 소녀스러운!"
나와 동갑인 공대 출신 청년이 이런 소녀적 감성을 짚어내다니.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최근에 데뷔작과 단편집이 출간되었다길래 이전 작과 비슷한 느낌을 기대하며 주문했다. 그러나 주문하고 나서 서평을 찾아봤더니 호러라고...-_-; 한여름에도 호러는 무서운데, 서늘해지는 계절에는 어떠할까. 안 그래도 요즘 몸이 허한데 말야. 그래서 한쪽으로 미뤄뒀다가, 사람 많은 통근시간에 해치우자! 하는 기분에 집어들었다.

평이 너무나 좋았길래 조금은 기대를 했지만...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그 질릴 정도의 소녀적인 감상에, 좋긴 하지만 계속 끌어안고 지내진 않을 것 같아서 분양해 버렸는데, 그 쓸쓸함의 주파수와 너밖에 들리지 않아가 그리워졌다. ZOO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이 작가도 모아야 해! 싶어서. -_-;; (이미 모으고 있는 작가만으로도 벅찬데-_-; )

표제작인 ZOO보다, 첫 장의 "SEVEN ROOMS"가 더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살인범과 살인장면에 대한 그 무덤덤한 표현이, 꼭 책상 위의 연필을 묘사하는 것처럼 무생물을 취급하는 듯한 감정 없는 말투라서... 화자가 10살 꼬마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스티븐 킹처럼 끈적끈적한 공포감을 주는 호러는 아니지만 건조하고 서늘한 공포가 등줄기를 훑어간다. 아마도 내가 피해자 그룹에 속해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서 더 그럴 테지만...

그 외 몇 작품에 대한 간단한 메모만 추가로.

카자리와 요코는 호러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어투나 사고가 묘하게 소녀적. (아, 그러니까 내가 소녀적이라는 걸 이해하는 감성이 있다면 말이지 ^^; )

Closet은 서술트릭. 3인칭과 1인칭 서술을 착각할 줄이야 -_-;

차가운 숲의 하얀 집은 잔혹동화 스타일의 민담을 읽는 기분.

* 쓸쓸함의 주파수에서의 "잃어버린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의 "SEVEN ROOMS". 영상 시나리오 작가도 겸하고 있는 오츠 이치이고, 대부분의이야기가 영상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들만은 글이 아니면 표현해 낼 수 없는-영상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할 듯 싶은- 이야기이다. 문자로 구현될 때만 존재할 수 있는...

* 수록작 중 "신의 말" vs "붉게 피는 소리"
능력이 있는 자의 마음가짐(혹은 신념)은 얼마나 중요한가...
붉게 피는 소리에서는 정말로 꽃처럼 아름다웠던 목소리가, 신의 말에서는 흉기가 되어 돌아온다.

* 데뷔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도 함께 읽었는데, 사체(정확히는 사체의 영혼)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거, 강간당해 죽은 아이가 화자로 나오는 영미쪽 소설도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소개만 보고 책은 안 읽은 거라) 17세 때라니, 역자후기에도 나오지만, 정말로 천재 작가라는 말을 들을 만 하지?
Posted by smfet
2007. 9. 19. 00:19
* 김인영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 원제: Flowers for Algenon
* 1960 휴고상(Short Story), 1966 네뷸러상(Novel)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이 끝난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 그 띠지를 둘러서 판매하고 있다. 설마 그 때 만든 띠지를 아직 다 판매하지 못해서? -_-;

드라마를 대충 지나친 내게는 "안녕하세요, 하느님" 보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원작으로 더 익숙하다. 작년에 볼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이 넘겼다가, 올해 원작을 읽어보려고 "알제논, 아르제논" 등등 단어를 다 써가며 검색했으나 실패. 설마 "앨저넌"이라고 표기했을 줄이야... -_-;;

여튼 이렇게 나름대로 삽질하여 찾은 책. ^^

이전 번역 제목인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이 책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요약하여 드러내 주고 있다. "화차"의 예전 제목인 "인생을 훔친 여자"와 비슷한 정도로. 국내 번역되는 책들이 많아지고, 원서 정보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이미 출간되었던 책들도 원서 제목 그대로 다시 손을 봐서 재출간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최근 외화에 우리말 제목이 따로 붙지 않고 원제목을 발음 그대로 기입하는 것처럼.
(그러나 일본에서 베껴 왔다고는 해도, Singing in the Rain보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왠지 더 찡하는 느낌이 있는 것처럼, 가끔은 잘 번역손질된 우리말 제목을 만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글은 찰리의 "경과보고"로 구성된다. 맞춤법도, 문장력도, 표현도 어색한 지능지수 68의 찰리가, 지능지수 170까지 올라가면서 변하는 어투, 그리고 어느새 자만심을 가지게 된 자기를 분석하면서 느끼는 당혹감, 지능이 변하면서 받아들이는 감정까지 달라지는 자신. 그리고 실험의 실패(부작용?)로 인한 급격한 지능의 퇴화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 결국 받아들임.

경과보고에 기록하는 내용을 보면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_-; 여기서도 트집을 잡다니...) 정신지체자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정말로 괜한 트집이고, 찰리의 시선으로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동안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는 앨리스 키니언이다.

굳이 찾아서 읽어보라고 할 정도로 추천작은 아니지만 (취향이 아니어서) 일단 손에 들면 후회되지는 않을 정도의 평점을 매긴다. :)

* vs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읽는 동안 인물의 이미지가 자꾸 뮤지컬에서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그만큼 잘 만든 극이라는 말도 할 수 있겠다)
기본 뼈대를 그대로 가져오고, 원작에서 성적/폭력적인 표현(및 내용)을 제거하고, 신파요소를 살려서 (특히나 어머니) 만들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원작을 아동용이나, 지나치게 한국화 시켰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읽으면서 "정말 잘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무대 공연인만큼 감정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알기 쉽게 전달해 주었다. 책을 읽고 나서 공연을 보았어도 좋았을 뻔. (신파 분위기가 좀 심하긴 하지만 ^^)
Posted by smfet
2007. 9. 3. 16:28

날이 쌀쌀해지면서, (그리고 쌓여있던 책들이 쑥쑥 줄어들면서) 동서미스터리북스를 집어들기 시작했다. 9월이 시작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평소 동서/해문의 가독성에 대해 틈날 때마다 불평을 늘어놓았던 나이건만, 유난히 잘 읽히는 시기가 있는 모양이다. 동생 부부와 식사하러 외출한 걸 제외하면 주말 내내 집안에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이고.

* 죽은자는 스키를 타지 않는다 - 패트리시아 모이즈

- 도입무렵에 또다른 사고사를 언급해 준 덕분에 범인 찍기가 쉬웠다. -_-; (트릭을 해체한 게 아니라 범인 찍기 - 알리바이가 초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인물, 혐의가 적은 인물-_-과 같이 김전일을 보면서 범인을 찍는 것과 비슷한 기분. 본격추리소설로 구분되는 장르의 범인형이기도 하다. -_-) 그나저나 헨리 경감, 아내를 탐문 조수는 물론, 속기사로까지 써먹다니...-_-; 부인 잘 만나셨군요;

* 죽음의 키스 - 아이라 레빈

- 도서추리소설. 확실히 범인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들은 긴박감이 두 배로 느껴진다. "잡아야 한다" 보다 "도망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 큰 탓일까.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등장인물 소개를 해 주는 센스는 뭐냔 말이냐. -_-; 범인의 안일한(-_-) 목적도, 나름대로 고민한 첫 범죄에 비해 치밀함이 약해진 두번째 범죄부터는 좀...-_-; 그리고 마음에 안드는 엔딩.

* 스위트홈 살인사건 - 크레이그 라이스

- y양은 어린애들이 너무 엄마를 배려해! 이런 애들이 어딨어! 라고 분노했던 모양이지만... 아니 사건 현장을 제멋대로 망쳐놓는 애들을 왜 아무도 야단치지 않는거야? 하는게 불만. 경찰이 이렇게도 무능하게 나오는 소설이라니.

*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이건 동서 시리즈는 아니지만...)
- 띠지에 "이보다 더 슬픈 추리소설은 없다!"라고 적혀있던데... 내가 그렇지 뭐. -_-; 신파에서 슬픔을 못느끼는 건 내 개인적인 문제이니. 히키코모리 관련 TV 방송을 보면서, 아이에게 꼼짝못하고 폭력까지 당하면서도 "우리 아이니까..." 하던 그 어머니를 짜증스런 눈으로 봤던 나에게는, 이 책의 부모도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이건 부정이 아냐. 모성애가 아냐. 비뚤어진 마음이지.
그러고 당연히, 그런 삐딱한 눈으로 읽었더니 슬프지도 않지 뭐. -_-; 80%까지의 속도감과 절박함은 과연 작가의 이름값이 아쉽지 않았으며, 마지막 20%는 내가 왜 이 작가를 사랑하지 못하는지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

* 도서추리소설에 대하여 : http://www.howmystery.com/zeroboard/zboard.php?id=b1&no=38

* Dear y: 크로이든발 12시 30분을 가지고 있으면 빌려주세요! 없으면... 사볼까..-.-;

Posted by smfet
2007. 9. 2. 03:09
* 성서와 인간 3, 바오로딸 펴냄

회사에서는 취미를 공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너무 말들이 많아서...-_-; 십자수 정도라면 괜찮지만, 공연관람이나 등등은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별다른 취미는 없는 척 하고 있다.
단지, 매일 통근 때마다 들고 다니는 책만은 숨길 수가 없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자주 바뀌는 모양이더라. -_-; ) 나는 내가 너무 장르에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얼핏 제목만을 보기에는 그렇지 않는 모양인지, 다양하게 (...잡다하게라고 생각하는 듯)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보통은 "많이 읽네" 라고 이야기하는 정도인데...

얼마 전, 같은 프로젝트에 있는 분이 정말 상상치 못했던 반응을 해 주셨다. -_-;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어느날 나에게,
"자기 책 정말 이것저것 많이 읽네. 신앙 소설도 읽어. 내가 한권 선물해 줄께."
......책 읽는 거에 대해서 이런 저런 왠만한 말은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지만 저건 정말 OTL.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신앙 소설"이랄까 뭐... 엄마가 성당 다니신지도 20년이고, 나도 한때(-_-)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성격 상 그 쪽 책들도 가리지 않고 읽은 편이긴 하다. 내가 사서 읽지는 않지만 엄마가 사니까. (그리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에 있는 책들은 이것저것 다 가져다 읽는 습성이 있었고.) 성바오로출판사 같은 경우는 종교적 색채가 깔린 책들이 물론 메인이지만, 간혹 종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설들도 많이 내 줬고.
내가 신약보다 구약을 더 좋아하는 이유도, 구약이 더 이야기 같아서이고. (애당초 성서를 읽은 것도 신앙을 위해 읽은 게 아니니 -_-; 구약의 하느님은 싫어하지만. ) 아니 사실 이야기만 재밌으면 종교적 색채가 강해도 좋아하는 듯. -_-; 아직까지 기억하는 책 중의 하나는 "높은데서 사슴처럼"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은유도 아니고 대놓고(-_-)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존재가 그분(-_-)을 만나서 "기쁨과 영광"으로 바뀐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하는데도 재밌어서(-_-) 꽤 여러번 읽은 책이기도 하다.

냉담한 지 한참이 되었어도 아직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엄마는, 부활과 성탄 때마다 판공성사표를 받아오시고, 새로 개정된 기도서나 성가책을 보내주시곤 하는데, 이 밤에 읽은 것도 그것 중의 하나.

책을 읽고 싶은 날인지, 저녁 내내 이책 저책 뒤젹이며 읽다가 몇년 전에 (적어도 2년은 된 것 같은데 -_-) 엄마가 보내주신 책이 손에 잡혀서 읽기 시작.

초반부의 "목숨을 돌보는 것과 생명을 돌보는 것은 다르다." 에 마음을 뺏겨서 쭉 읽게 되었다. 이 아저씨 (신부님 같은데; ) 조금 프로이드빠;; 그렇지만 그 "꿈으로 명상"하라는 부분만 자르고 읽으면 나름 괜찮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지겨워, 지겨워" 한 대목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듯, 여기에서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한 뒤 기쁜 마음으로 일터로 나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울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면 그것은 우리가 받은 생명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하는 부분이 나 같아서. 물론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찬미하거나 기도하거나 기쁜 마음이거나 하지도 못하다. -_-;

나는 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신앙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믿는 마음만. 믿으라고 강요하는 마음은 말고-_-) 하느님, 하느님 하고 계속 말하는 책을 읽다 보니 어쩐지 신앙인이 될 것 같은 밤이다...-_-;; 역시 공감은 중요한 법이여.

* 요번 탈레반 인질 사태와 관련하여 눈에 들어오는 구절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시고, 생명을 보존할 의무는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돌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서 죽은 것이다."
이거 아직도 위험지역에 선교해야 한다는 (정부 필요없다고까지 하는-_-) 그 단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_-;;
Posted by smfet
2007. 8. 26. 22:29
* 김경인 옮김, 북스토리 펴냄

온다 리쿠의 책을 십여권 연이어 읽으면서, 그가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너도 알잖아'하고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경험해 보지 않는 이야기건만, 내 추억을 끄집어내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 이름만 보고 온다 리쿠의 책을 마구 사들이고 있던 나이지만, 라이온하트의 시놉은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 이거, 그냥 그런 로맨스 아냐? '단 한번을 만나기 위해 평생을 기다렸다'라니, 어쩌면 이리도 뻔한 문구를?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에, 모 동호회의 책분양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그리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책을 전해주신 분의 "온다 리쿠 책 중에 이게 가장 재미없어요"에도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대가 없었던 것이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여기에서만은 노스탤지어의 마법이 발휘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깜빡 잊었어요. 당신은 나를 처음 만난 거죠."에서 떠오르는 건 [시간여행자의 아내]. 집필후기에서 저자는 이 책이 SF 러브스토리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장르와 이분위기라면 [시간여행자의 아내] 쪽을 택하련다. 환생(?)을 거듭하며 일생 단 한번이라는 설정은 라이온하트쪽이 더 애틋하게 들리지만, 더 처절하고 가슴아픈 엇갈림 (엇갈림이 아니라 만남이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서로의 시간이 교차하는 그 순간)은 [시간여행자의 아내] 쪽이 몇 배는 더 안타깝다.

* 온다 리쿠스럽지 않은 문장들이 중간에 섞여 있어, 그 특유의 분위기가 살지 않는 것도 감점요인. 로맨스 장르에 충실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인지, 낯선 번역가(...내가 읽는 일본 소설 번역가는 이제 대부분 친숙한 이름들이더라고-_-)가 온다 리쿠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한 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Posted by smfet
2007. 8. 25. 23:57

* 정영목 옮김, 해냄 펴냄
*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  
   http://nobelprize.org/nobel_prizes/literature/laureates/1998/index.html
* 이 책은 포르투갈에서 1995년 출판되었다.

제목은 진즉부터 들어왔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후속작 "눈뜬 자들의 도시"가 출간되면서 홍보용으로 끼워주는 비매품 책자로. (사실은 동생이 카트에 넣어뒀던 걸 주문했는데, 홀랑 들고 가 버려서 y양에게 부탁해서 다시 받았다. -_-; )

제목 그대로 "눈먼 자들의 도시"이다.
전체 500여 페이지 중, 300페이지 정도까지는 눈먼 자들의 도시가 아니라 눈먼 자들의 병동이긴 하지만. --;
눈먼 자들의 병동을 묘사한 전반부는 간수/재소자로 역할을 나누어 인간성을 탐구했다는 심리 실험, 혹은 과도기 정부의 군부독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물음표, 느낌표 등의 감정기호는 물론 따옴표까지도 사용하지 않으며, 단락구분을 위한 들여쓰기도 최소한만을 허용하는 (8페이지가 넘도록 한단락이 계속되기도 한다.) 탓에 집중이 필요하다. 평소 한 단락씩 읽는(보는) 습관이 들어 있지만 8페이지를 동시에 보는 건 물론 불가능하므로, 읽고 있는 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집중해야 한다.

쉼표와 마침표만을 사용한 글자에서는 고함도, 오열도, 환호도 시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데도 얼마나 비참하고 서글프고 끔찍한지.

애시당초 성선설 따위 믿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나 비참한 눈먼 자들의 도시였다.

의사의 아내가 있는 병실의 여자들이 지배자들의 병실로 갈 때부터, 병실에 불을 지른 여자의 행동을 따라가는 동안 너무나 긴장했다.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작품내에서는 백색질병의 원인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지만 (지금 눈이 멀었다가 중요한거지 왜가 중요한 게 아니기는 하다) 전염의 매개는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의사의 아내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눈이 멀 날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날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 의사의 아내가 너무 훌륭해서, 그녀의 희생에 기대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걸 다 감내하고 희생하는 그녀가 미워질 정도였다. ...하지만 의사의 아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면 이 책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비참한 상황의 신문기사 정도였겠지.

* "내 이름이 무슨 소용이 있소. 여기선 내 목소리가 곧 나요" 라는 대사가 몇 번 나온다. 그 말처럼, 책 전체를 통틀어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의사의 아내, 색안경을 낀 여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안대를 한 남자, 원래부터 눈이 안보였던 남자... 등등으로 구분할 뿐이다.

* 백색질병에서 해방된 이후의 이들이 궁금했다. 그런데 "눈뜬 자들의..."의 시놉을 보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슬쩍 덮어버리고 같은 정치인들이 같은 권력을 잡는 모양이다. 그래, 세상이 그런거지, 하지만 책에서라도... 라고 한숨을 잠깐 쉬었다.

* 의사의 아내는 백색질병에서 해방된 세상에서 과연 행복했을까.
Posted by smfet
2007. 8. 22. 14:37
* 유은영 옮김, 문학수첩 리틀북 펴냄
* 휘트브래드대상 수상작

자폐 성향이 있는 "내"가 옆집 개가 죽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나의 책"과 실제 "나"의 생활이 교차되어 일어나는 이야기. (그러나 제목인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책의 2/3 지점에서 이미 해결된다. ^^)
수학에 재능이 있는 자폐아라는 설정 덕분에 레인맨이 떠올랐지만, ...이정도면 경미한 자폐 증상 같아서 (대화가 되잖아...) 그냥 좀 독특한 애라고 여길 수도 있을 듯 하다. (..매우 독특하긴 하겠군)

첫장의 제목이 숫자 2인지, 알파벳 Z인지 의아해했던 덕분에 각 장에 붙은 숫자의 의미는 빨리 파악했고, 중간중간 나오는 수학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몬티 홀처럼 읽는 걸 중단하고 관련 자료를 뒤지느라 시간을 보낸 것도 있고. -_-; )

감정을 잘 모르는 아이의 시선으로 서술한 내용이라 필체가 담담하다. 담담하고 차분한 글인데 묘사되는 대상은 격렬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볼륨을 아주 작게 하고 (또는 음소거 상태로) 큰 TV화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큰 사건도 없고, 감정적으로 자극하지도 않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

* 몬티 홀 문제 (어디선가는 problem이 아니라 딜레마라고도 하던데)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는데,
중간에 "몬티 홀 문제"가 나오는 바람에 점심시간 내내 거기에 빠져들어버렸다. -_-;;
(아침부터 빠져들지 못한 이유는 오늘 좀 바쁘거든-_-;)

*참고 링크들*
http://math1.org/read.bbs/msquare/4853.html
http://wwpe.egloos.com/3296593 여기서 2번
http://athisplace.egloos.com/487058

그리고 http://kldp.org/node/65590

아무래도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낑낑대고 있었는데, KLDP에서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댈까..

1. 프로그래밍(-_-) 결과 : 소스는 저 위 kldp의 쓰레드에 포함되어 있다.
랜덤 함수가 0부터 1까지 똑같은 비율로 만드는지 검사합니다.
Total = 10000, a[0] = 5036, a[1] = 4964
랜덤 함수가 0부터 2까지 똑같은 비율로 만드는지 검사합니다.
Total = 10000, b[0] = 3312, b[1] = 3354, b[2] = 3334
처음 선택한 그대로:
Total : 10000
True: 3335
False: 6665
사회자가 문을 연 후에 선택을 바꾼다.:
Total : 10000
True: 6637
False: 3363

2. 보다 더 이해하기 쉬워보이는 설명
조금 신중히 생각해보면 당연한결과입니다.
1. 애초 자동차는 1/3의 확률이 있다.
2. 사회자가 한마리의 염소를 공개한 직후에도 내가 자동차를 선택했을확률은 여전히 1/3 이다..
3. 바꿀기회가 주어졌을때 경우의수는 2가지며 확률의 합은1이므로 다른쪽의 확률은 1 - 1/3 = 2/3 이되어야만한다..

* 내게도 자폐인 5촌 조카가 있는데... 한때 말아톤이며, TV에 나왔던 수영하는 자폐아(자폐 청년? ; )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조카의 엄마 (그러니까 사촌오빠의 아내)는 그런 걸 본 사람들에게서 "저렇게 잘 되기도 하잖아" 라는 말을 듣는게 가장 마음이 안좋다고 했다. "그러니까 잘 되어봤자 저거인 거잖아요. 가장 잘 된 게."라고. 조카는 우리 친척들 중에서 가장 이쁘게 생긴 아이인데, 아주 심한 자폐는 아니라서 같은 처지의 엄마들 중에서는 "누구는 그렇게 심하지 않으니까" 하는 말도 듣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상태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심하지 않다고는 해도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 아이가 생각났다.

Posted by smfet
2007. 8. 20. 19:28
*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수상작

웰즈의 타임머신 이후로, 시간여행은 언제나 매력적인 SF의 소재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도 그렇고 말이지.

타임머신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주장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어느 기록에도 미래에서 온 사람을 만났다는 내용이 없다. 따라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앞으로도 발생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인과관계를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만약 A가 과거로 가서 A의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에 조모를 죽였다고 치자. 그러면 A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거고, 따라서 당연히 A가 과거로 거슬러갈 수도 없는 법이니 조모는 죽지 않는다. 이건 모순이다" 라고 주장한다.

대체로 전자는 "몰래" 다녀오는 걸로, 후자는 평행우주론을 도입하거나 아예 모순을 무시해버리는 (백투더 퓨처처럼) 무식한(-_-;)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코니 윌리스는 이 모순을 "시간편차"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해결해 냈다.

코니 윌리스를 처음 만난 건 판타스틱 8월호에 실린 단편(...혹은 앞부분 절반뿐이지만) 이었는데, 채널러 소재도, 풀어나가는 방식도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 참에 마침 y양이 책을 보내주셔서 기꺼이 읽게 된 것.
네트(공각기동대가 생각나는 단어군)를 열어서 이쪽에서 과거로 무언가를 보내고(강하), 네트를 열어서 그 시대에 보낸 사람을 다시 불러온다(랑데뷰).

네트는 인과율에 모순이 생기는 물건을 통과시키지 않으며 (예를 들어 바이러스 같은 것) "시간편차"가 작용하여 인과율에 모순이 생기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시간편차는 특정시간 - 옥스포드의 네트는 연 단위로 작동한다 - 에 강하를 시도했을 때, 혹시 그 때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던가, 누군가를 죽이든가 해서 역사의 인과를 손상시킬 수 없도록, 예측불가능한 변수로 작용한다. 몇 분부터 몇백일까지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중세를 연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검증되지 않은 (그 때까지 위험등급으로 분류되어 시간여행이 금지되었던) 중세로 여행을 시도한 키브린. 중세로 간 키브린에게도, 현재에 있는 던워즈 교수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네트와 백신을 제외하면 별로 미래같지 않은 현재도, 절로 눈살을 찌뿌릴만큼 생생하게 비위생적인 중세의 묘사도 모두 암울한 기운을 뿜어낸다. (길크리스트 교수, 개드슨 부인, 이메인 부인, 거윈... 어찌나 이리도 짜증나는 인물들을 많이 모아뒀는지. -_-)

초반의 배경설명을 극복하고 나면 꽤 몰입도 있는 전개가 펼쳐진다. (이렇게 책에 빠져드는 순간을 판타스틱에서는 "끓는점"이라고 표현하던데 꽤 어울리지 않는가! ^^)

더운 여름날 오후에는 역시 미스테리와 SF가 어울린다. (로맨스도 시도해봤는데 끈적거려서 그런지 몰입도가 떨어져-_-;; )

* 책 속에서 : 우리가 불안해하는 일은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일어난다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겠죠.

* 코니 윌리스는 글은 잘 쓰지만 네이밍 센스는 그닥... -_-; 주인공 이름이 이처럼 외우기 힘든 글은 참 간만이었다.

* 요즘책들 답지 않게 빽빽하고 작은 글씨와, 위/아래/양 옆 여백이 최소화된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집을 보면서 움찔했다. 열린책들이 이렇게 안이쁘게 책을 만들지 않을텐데... 이건 거의 동서 수준의 가독성이잖아? 라며 괴로워했는데..

저런 이야기를 누구한테 투덜댈까? 하고 생각하다가, 공연을 처음 보러 다닐 무렵의 내가 떠올랐다. "오*는 돈만 알아서 싫어요. 그래도 OST는 잘 만들어줘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쇼**는..." "*M*은..." 하는 걸 공연에 관심없는 분이 들을 때의 느낌이나, 내가 "시공사는 소유주는 맘에 안들지만 그나마 그런걸 내주는 데가 거기밖에 없는걸" 이라든가, "대원 만화책은 제본이 개판이라 사기가 좀..." 하는 걸 책에 별 관심없는 사람이 들을 때 느낌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 -_-;

Posted by smfet
2007. 8. 20. 13:53
*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 2006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

서정적인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조금 음산한 표지.
(동생은 표지를 보고 무섭다고 저리 치워달라 하더라 -_-)

집안의 큰 잔칫날,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독살당하는 와중에 홀로 살아남은 눈먼 소녀.

괜히 이만큼 책을 읽은게 아니지, 하며 마음속으로 범인을 지목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유지니아는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추리물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거든.

여러 사람을 인터뷰 하는 형식, 그리고 때로는 독백, 때로는 3인칭의서술이 각 장마다 등장한다. 시점도 그 사건, 글을 쓰던 때, 그리고 현재를 오가며 계속 변화하고. (호텔 정원~을 먼저 읽어서 꽤 단순한 서술방식이라고 느껴졌는데, 유지니아를 더 먼저 읽었으면 복잡하다고 생각했을 듯.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것 뿐이다. 실제 집필도 유지니아가 먼저고. )

모든 행동(결과)를 "어떻게" 해냈을까가 아니라 "왜" 그랬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왜 그 사람일까. 왜 그 기억일까. 왜 썼을까...

* 리쿠걸이 아니라, 어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면이 있는 주인공들이 오히려 더 좋았다. 그런데 마지막장을 읽으면서는 씁쓸. 리쿠걸들도 자라서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걸까? 어쩜 이렇게 잘났니? 쳇,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동경을 품게 만들었던 리쿠걸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소녀의 모습으로 있는 그네들에 대한 동경이지, 나중에 그네들이 다 자라서 나와 같은 일상에 들어있다는 걸 보게 되면 실망하게 되어버릴까.

Posted by smfet
2007. 8. 15. 21:24
* 오근영 옮김, 노블마인 펴냄
* 2007년, 제 20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작

야마모토 슈고로 상 : 양대 대중문학상이라고 소개되어 있는거 보면, 나오키상과 야마모토 슈고로상인가?
참고: http://ama00ame.egloos.com/2681571

온다 리쿠의 패러렐 월드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호텔 정원에서~ 는 같은 장면의 여러가지 변주가 펼쳐진다. 같은 일을 3명의 여배우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쓰여진 각본, 공연되는 극장을 찾아가는 두 남자가 나오는 나그네들, 극중 극(내부극)인지, 배우들의 공연을 독자인 내가 보고 있는 건지 (외부극) 혼란이 오기도 하며, 조금씩 상황과 감정을 변주해가며 서술이 반복되고, 액자 형식의 극중 극 속의 극에서 등장하는 극이 끊임없이 나타나, 에셔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각 장의 제목이 그냥 구분선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장의 제목까지 고려해 가며 읽어야 이해가 되는 이야기도 있다. 호텔 정원에서~는 후자.

너무 복잡해서 계속 앞 장으로 되돌아가서 확인해야만 하는 번거로움과, 집중할 수 없을 때에 읽으면 책이 아예 이해가 안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왜 죽었을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 역자후기를 보니, 일본에서는 "휴대폰 연재"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던 모양. 신기해라.
 장르문학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환경이 안되고, 순문학 잡지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난다. -_-; ) 휴대폰 연재도 가능한 나라라니. (무려 414페이지나 되는데)
요즘 판타스틱을 보면서 역시 연재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구나 싶기도 하다. 여러 작가이 단편들을 몰아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로맨스 장르잡지는 안 나와 주려나~

Posted by smfet
2007. 8. 9. 17:59

에도시대, 요괴를 부리는(?) 병약 탐정 이치타로가 등장하는 일종의 추리(...) 소설 연작집.

1권의 반응이 좋았는지, 꾸준히 3권까지 나오고 있다. 거칠거칠한 종이질감의 표지와 책 내용이 묘하게 어울려서 정감가는 책.

병약한 도련님의 친구가 포졸이고, 보살펴 주는 두 행수는 몇천년을 살아온 요괴이며, 할머니도 삼천년을 산 요괴이므로(-_-;) 주위에 사건이 끊길까 봐 걱정할 일은 없다.
다리 앞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부터, 물건찾기까지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도련님이 안락의자 탐정(...이것도 너무 과분한데. 이불속 탐정? -_-) 노릇을 톡톡히 하며 사건을 해결한다. 인간적인 사고를 못하는 (요괴이므로 ^^) 행수들의 반응도 나름 잔재미를 준다.

작품 분위기 상, 일본(에도) 문화에 익숙해야 풀 수 있는 미스테리가 많으므로 사건 해결은 포기하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도련님의 행적만 따라가며 읽고 있다. ^^

근데... 아무 일도 안하고 누워서 놀아도 죽지만 않으면 되는 저 부잣집 도련님, 너무 부럽다. 엉엉. 나도 일하기 싫어~!!

* 2권의 부제가 "사모하는 행수님께"인데 자꾸 "사모하는 형수님께" 라고 읽는다. -_-; 아니 어쩌다 사고가 이렇게 불건전한 근친으로 흐르는거야? -_-;;
* 읽다 보면, 상인이라 그런가? 등장인물들에게 중요한 건 유교사상에 찌든 우리나라에서 외치는 "남자의 대"를 잇는 게 아니라 "가게를 유지"하는 거다. 데릴사위를 들이는 방법도 OK. 그래서, 자식이 없을 때 양자만 찾는게 아니고 양녀를 들여서 가게의 행수를 데릴사위로 얻기도 한다. 그러니 "100년동안 계속 해 온 가게" 같은 꼬리표를 달 수 있는 거겠지.
Posted by smfet
2007. 8. 7. 19:21
* 첫번째 : 빛의 제국 , 두번째 : 민들레 공책, 세번째 : 엔드 게임
* 권영주 옮김, 국일미디어 펴냄

도 코노 일족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일족의 흥망성쇠(-_-)를 그리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몇권이라도 뒷권이 더 나올 수 있을 듯하다. 3권 완간이라더니 일본에서 출간된 3권 모두 국내 출판되었다는 이야기더군. 온다 리쿠가 다작을 하는 작가이고, 삼월 연작도 어찌어찌 가지를 쳐서 뒷권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도코노 이야기의 뒷권에 대한 희망도 아주 버리지 않아도 될 듯.

빛의 제국에 있는 단편들 중, "서랍"을 갖고 있는 하루타 일가가 손님으로 (주인공이 아니라) 나오는 게 민들레 공책. "오셀로 게임"의 모녀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확장된 게 엔드 게임.

민 들레 공책은 이름처럼 따스하고 잔잔하다. (어린아이에게 그렇게 가문에 대한 책무를 주입시키다니. 짜증나. 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_-; 그것만 제외하면...) 외래어를 모두 굵은 글씨로 처리하며 외래어 사용을 최소화 했는데, 100여년 전의 분위기 전달에도 효과적일 뿐더러, 어린아이의 시선이라는 것도 잘 드러나고, 더 소박하고 따스해 보이게 할 수 있었던 장치라고 생각된다.

엔드 게임은 좀 더 날카롭고 기괴한 환상들이 종종. (이토준지의 만화 장면처럼)

빛의 제국 마지막 몇 화를 할애했던 두루미 선생이 나오는 이야기가 더 확장되지 않은 게 아쉽다. (두루미 선생 뿐만이 아니라 일족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 다음에 더 써 주려나?
Posted by smfet
2007. 8. 6. 00:08
* 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작가선집 01
*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아시모프상, 사이드와이즈상, 존캠밸 Jr 기념상 수상작
* 수록작: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 두 글자, 인류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이게 데뷔 이후 10년간의 "모든" 작품이라고?
SF 관련 상들은 다 휩쓴 것처럼 보이는 표지의 저 수상한 상 목록이, 전혀 아깝지 않다.

얼마만에 보는 이런 밀도있는 작품인지.
8편의 작품들이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없이 모두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도 놀랍다.

- 너무 흥분해서 책 덮자마자 갈겨쓰는 거라 엉망. 읽는 내내 글의 밀도에 감격스러울 정도.
(나중에 생각나면 덧붙여서 정리할 예정. 과연? ; )
Posted by smfet
2007. 7. 28. 22:29
 
 10년만이다.
 아니, 두번째 이야기까지는 한글판으로 먼저 읽었으니까 10년이 조금 안될지도 모르겠다.
 영어판으로 읽기 시작한 건 아마존에서 2001년 경에 나왔던 크리스마스 선물용 패키지를 사면서부터였던 것 같으니까. 우리말 판본을 먼저 본 덕분에, Hermione를 보면서 "헤르미온느"가 먼저 떠올라 버리는 건 참으로 아쉽다. 4권에서 Victor에게 "her-my-oh-nee"라고 발음을 가르쳐주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번역판을 얼마나 저주했는지.

 Sirius가 처음 등장했던 3권을 이틀인가? 사흘인가 만에 다 읽었으니까, 7권도 거의 그 정도 속도로 읽은 셈이다. 5권을 읽느라 엄청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7권의 몰입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증거도 되고~ ^^

초등학교때 처음 읽었는데~ 운운하는 글을 보다보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내 10년은 대학생에서 사회인이 된 정도지만,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된 사람들의 10년은 정말 큰 영향을 받았을 텐데.

매일 100페이지씩 읽는 정도의 속도로 꾸준히 일주일 내내 읽어서 드디어 오늘 저녁 완독. 22일에 감상문 쓴 사람도 있던데 하루만에 760페이지를 다 읽은 괴물들은 대체;; (한글로 읽어도 하루라면 2000페이지 정도가 한계일 것 같은데; )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피해왔던 스포일러들도 찾아다니면서 읽어 보고~
 피해다닐 땐 여기저기 스포일러가 난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신문을 안보고 (조선일보가 제목에서 네타했다며? -_-) 최근 일주일 동안, 일이 바빠서 회사에서도 웹질은 거의 안하고 지냈더니 잘 피했었고, 그리고 찾아보려니 의외로 얼마 없더라. (일단 영어 사이트는 피하고 우리말로만 찾아보다 보니 ^^; )

혹 우연히라도  결말을 알게 되는 일을 방지하려고, 정말 열심히 읽었다. 759페이지나 되는 하드커버 책을 들고 다니면서까지. (나 왠만하면 그런 짓 안하는데-_-;;)

"죽는다며?"

는 해리 포터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그리스 신화를 알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_-;)  알고 있는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었으므로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가장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였고, 내가 저 책을 들고 다니는 걸 본 (혹은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물었다.

"그래서 누가 죽어? 해리 죽어?"

사실 Chapter를 확인하는데 맨 마지막에 Epilogue가 있어서, 그것부터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느라고 무진장 힘들었다. 대체 누가 죽는 거야? 얘인가? 하고 등장인물들이 뻘짓(-_-)할 때마다 몇장 뒤로 넘겨서 그 이름이 다시 나오나 뒤지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우리글이면 휘리릭 넘기면서 스캔이 될텐데 영어는 그 정도 속도로 스캐닝이 안되어서 -_-; )


* 예의상 한두달 접어둠. (한두달 지나면 내용은 다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어서. -_-)

* 우리말 제목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라는데...-_-; 이거 언놈이 한 번역이야? 정말 이걸로 제목낼거야? 정말 그렇다면 니네 좀 맞자;;
* 영어로 읽다 보니 세세한 사항을 그냥 흘려보내고 (단어를 몰라서 놓친 것도 있을 듯? 여전히 사전 한 번 안 들춰보고 대충 읽는다 -_-; ) 분위기만 타면서 읽는다. 놓친 복선들을 잡을 겸, 전체 시리즈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이거 전부 몇 페이지더라? ㅠ.ㅠ 엄두가;;

시리즈와 함께 한 10년. 정말 긴 길을 "함께" 걸어온 듯 하다. 5권에서 힘이 빠져서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기대보다 훌륭하게 마지막을 장식해 준 작가에게 감사를.
Posted by smfet
2007. 7. 17. 21:35

* 권일영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미여사의 연작(?) 단편집. 너무 인기있는 작가는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쁘게 책을 줄맞춰서 꽂을 수도 없다. -_-; 미미여사의 경우, 북스피어의 미야베월드 이외에 랜덤하우스, 시아출판사, 청어람 미디어 등... (온다 리쿠도 적어도 세 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내고 있던데. )

개인적으로는 한 출판사에서 깔끔하게 묶어서 순서대로 내 줬으면 좋겠다만, 저작권 만료된 작가 외에 그런 경우를 만나기를 쉽지는 않군. -_-;

형사의 지갑에서 시작해서 목격자의 지갑, 범인의 지갑 등을 거쳐 다시 형사의 지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각각의 단편도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연작소설이니만큼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이야기가 주. (원래 제목인 길고 긴 살인도 전체를 묶는 이야기이다.)

미미여사는 역시 대단해. 여전히 몰입도 있는 필력을 자랑한다. (초기작에 여전히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건가?)

* 모방범보다 훨씬 전에 출간된 소설인데 "모방범을 잇는 미야게 미유키의 히트작!"이라고 띠지에 써놓는 센스는 대체 뭐란 말이냐 -_-;; 국내 순서에 맞추지 말고 원래 출간 순서도 좀 고려해 달라고!
* 띠지에 모방범이 언급된 건, 범인(...중 한명?)의 성격이 모방범의 범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일지도.
* 원래는 뭔가 감상을 정리해 놓아야지, 하면서 독서노트를 시작했었는데, 갈수록 잡담만 늘어놓는다. 그러다 보니 글도 늘지 않는 듯. 감상을 정리하면서 글도 조금 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ㅠ.ㅠ 조금 더 생각하고 쓰도록 해야겠다. 읽은 책마다 정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강하게 느껴져 대충 끄적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냐.

* 책과는 상관없지만, 오늘이 "휴일로서는 마지막인" 제헌절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쉬는날 적구만 왜 자꾸 없애는거야~!!
Posted by smfet
2007. 7. 17. 21:03

* 최준영/이지연 옮김, 황금가지 펴냄
* 어스시 전집 제 3권

어느새 대현자가 된 게드. 어스시에서 마법이 사라지고, 아렌과 함께 세계의 균열을 막기 위해 떠나는데...

판타지의 매력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부분이 가장 클 테지. 3대 판타지 소설이라고 불리는 것에 부끄럽지 않게, 멋진 세계로 나타난 어스시. 거대한 어스시 지도를 펼쳐 보다 보면, 내가 만난 지명이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보고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첫권이나 둘째권을 읽을 때보다 자꾸 마음이 흐트러져서 꾸준히 읽기 힘든 건 있었지. 참 잘 짜인 이야기이긴 한데,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건 아니라서... 한권씩 띄엄띄엄 읽는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네. 어차피 게드의 나이도 연속적이지 않은데 말야.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게 되면서 놓친 건, 집에 있으면서, 그러니까 누워서 뒹굴면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다. 이동 중 그만큼이나 시간을 쏟는데 또 그래야 해? 하는 속마음인 걸까. 집에서 낮잠은 허용해도 책은 잘 읽게 되지 않네... (이동하면서 읽기 곤란한 BL은 어쩔 수 없지 집에서 읽고 있지만-_-)
느긋하게 누워 책읽기를 즐겼던 때가 그리워.

* 얼마전 2ch 번역본에서 읽은, "게드전기는 게드와 아렌땅의 호모물이야!" 라는 글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가...-_-;
* 동생에게, 읽을래? 했더니, "빼앗긴 자들"을 읽다가 집어던진 이후로 르귄은 너무 어려워서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심정이 너무나 절절히 이해가 되어 더 권할 수가 없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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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16. 15:07

* 정희성 옮김, 황금가지 펴냄
*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 028
* 로마의 명탐정 팔코 3

두께에 질려서 잠시 미뤄뒀다가, 새 책이 없는 기간에 읽은 팔코.
(푸코의 진자는 대체 언제 읽는단 말이냐 -_-;; )

헬레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또는 팔코의 헬레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흥미도 높아지고 있는 듯 하다. 아니면 그 새 익숙해졌든지~ ^^

근데 언제 베스파시아누스 대신 티투스가 된거야? -_-; 청동조각상의 그림자를 대충 읽었더니 (베누스의 구리반지까지 읽고 한꺼번에 감상을 적으려고 리뷰도 안 썼는데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다 까먹어 버렸다. -_-; ) 사건들이 연결 안되고 튀는 게 있어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그걸 확인하려고 전 권을 다시 뒤져 읽을 생각은 안든다. -_-;

근데 읽은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주요악역(?) 여자의 이름을 까먹었네. -_-; 갈수록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 같다. 여튼 나름 매력적인 여자였는데 말야~

그치만 여전히 팔코는 싫다. -_-; (그 캐릭터 자체가 싫어. 좋아질 수 없을 것 같아 -_- )


Posted by smfet
2007. 7. 14. 08:15

* 최준영/이지연 옮김, 황금가지 펴냄
* 어스시 전집 제 2권

검은 옷의 무녀, 죽음의 무녀 테나. 어스시를 먼저 읽고 "세월의 돌"을 읽었으면 비슷한 이미지를 더 찾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전민희씨가 잡담에서 어스시에 대한 애정을 여러번 밝힌 적이 있기도 하지만 ^^;

분명히 1권을 읽은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게드가 검은 피부라는 것도 그새 까먹었더라. 선입관이 무섭기는 해-_-;

시간대가 쭉~ 이어진 동일한 주인공의 이야기이거나, 세계관만 공유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에 익숙해지다 보니, 동일 인물 이야기이면서도 불쑥불쑥 성장해서 등장하는 게드가 낯설기도 하다. 아투안의 무덤은 이미 성년이 된 게드가 테나를 만나는 이야기.

시작부분에 비해 후반부에 조금 흥미도가 떨어진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세계 3대 판타지라는 Rord of the ring, The Narnia Chronicle과 비교한다면 셋 중에서는 가장 내 취향이 아닐까.
언령과 "진짜 이름"은 너무 매력적이야.

* 프롤로그를 "앞이야기"라고 번역한 어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역시 이 번역자들의 우리말 단어/외국어 단어 섞어쓰는 기준은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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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30. 18:34

*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펴냄
* 이라부 시리즈 세번째

사용자 삽입 이미지

y양은 이라부를 보면 짜증이 난다고 했지만...^^;
뭐 사실 그렇지? 근데 난 보면서, 짜증보다는 "돈과 권력이 있으니까 저렇게 할 수 있는거지 젠장!" 하는 기분 뿐-_-;

나오키상 수상작이었던 공중그네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계속 이 시리즈를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미야가 잠옷을 보내주면서 함께 이 작은 책을 보내왔다.

크기 비교를 위해 가지고 있는 일본 소설과, 반지와 함께 놓고 비교.
이왕이면 같은 출판사인 은행나무 책으로 비교해보고 싶었지만 없더라. 공중그네를 누구 다른 사람 줬던가? -_-;

여튼, 요즘은 책 판촉행사로 저런 작은 미니북을 함께 끼워주는 행사를 종종 하는 모양이다.
(파페포포도 하던데. 그러고 보니)
너무 작아서 보기는 힘들지만, 귀여워서 시리즈로 주르륵 꽂아놓고 싶은 충동(헉, 또 수집벽이-_-)이 생기기는 하더라. ^^

공중그네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성. 음, 이라부가 그 때처럼 열심히 적극적으로 꼬드기지 않아도, 살짝 방향만 잡아줘도 등장인물들이 더 쉽게 휘말리는 것 같기는 하더라. 간호사 마유미 캐릭터도 더 자주 등장하긴 하는데 그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귀여워서 괜히 뿌듯한 책/ 작아서 휴대성이 좋겠네, 하는 생각?
Posted by smfet
2007. 6. 21. 23:08

*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 수록작: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센스 없음

나가시마 유는 여성의 심리를 잡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듣는 모양이다. 아쿠타카와 상 수상경력도 있던데.

 그러나 마찬가지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는 가쿠타 미츠요가 나하고 맞지 않았던 것처럼, 나가시마 유도 나하고 별로 맞지 않는 듯. 혹시 내가 섬세한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가능성이 있을지도. -_-; )

덤덤한 필체는 나쁘지 않지만 뭐랄까, 역자후기가 오히려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상해버렸다.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역자가 거슬리는 게 많냐-_-; 나날이 까칠해지나?)

결국 내용은 그렇다 치고, "No Woman, No Cry"의 정확한 의미만 궁금해졌다. -_-;

Posted by smfet
2007. 6. 10. 16:49
* 이희재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클럽 025
* 명판관 디 공 시리즈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은 굳이 첫번째 권을 먼저 읽어야 할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작가가 쓴 순서대로 읽는 게 좋지.
먼저 읽었던 쇠못에서 살해당한 사람이 말짱히 살아 움직이는 쇠종을 보니 어째 어색해서... -_-;;

여전히 수많은 행정업무와 자질구레한 사건들이 같이 엮이는 지방관리 디런지에 공.
(한글로 디, 라고 쓰니까 어째 어색하다. 펫샵오브호러즈가 떠올라서인지...-_-; D 공 이라고 쓰게 되네)

누가나 예상할 만한 빤한 함정에 걸려도(-_-) 디 공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무사히 헤쳐나오고, 의외로 몸싸움도 시도하는 훌륭한 지방 수령 되시겠다.
행정관료 답게 무작정 정의를 향해 직진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도 생각하고 조정 정세도 계산에 넣는 모습도 보이고.

판관 포청천 소설판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없이 가볍게 읽는 중국 관리 탐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읽었지만, 후기를 찾아보니 추리과정이 허술하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군. 뭐 포청천보다 훨씬 치밀하구만 그랴~ ^^ (사실 린/양 사건의 진상은 좀 당혹스럽긴 했지. -_-; 수령의 통찰력이 거의 인간이 아니라 예언자 급이야. -_-; )

* 그나저나 도교 사원에도 종을 두는 건가 보지? 절에 있는 범 종 같은 건가본데... 묘사로는. 흐음..

* 황금가지, 작가의 글을 원래와 똑같이 실으려고 하는 점은 좋았다만, 이런 기본배경 정도는 시리즈 첫권에 명시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ㅠ.ㅠ 미워할테닷 흑흑. (...미워해봤자 국내에 이런 책 내주는 출판사가 몇이나 더 있다고 ㅠ.ㅠ) 이 작가후기만 아니었어도 쇠못을 먼저 읽은 게 크게 아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쇠종을 먼저 읽었어야 해~ 라고 생각하게 된 원인의 70% 이상이 작가후기였다고.

Posted by smfet
2007. 6. 9. 19:16
* 이희재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 클럽 005
* 명판관 디 공 시리즈

한줄 감상: 디 공은 안락의자 탐정인데 수하들은 다 하드보일드네. -.-

크로포츠의 통을 읽으면서, 이거 참 현장에서 발로 뛰는 형사의 삽질과 여정을 보여주는구나~ 생각했었는데 디 공시리즈는 행정관료의 애환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달까. ^^;

한번에 한가지 사건만 붙잡으면 되는 다른 명탐정들과 달리 (혹은 여러가지의 사건이 엮여 있을 경우에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큰 사건으로 묶이는 경우와 달리) 여기저기 자잘한 사건들도 함께 다뤄줘야 하는 성실한 관리 디 공.

(중간중간 행정업무도 해줘야 한다.)

그때 그때 반응이 즉각적이고, 민심변화가 극명한 주민들과, 하드보일드 수하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디 공~(때로 변장도 하지만 홈즈의 완벽한 변장에는 한참 못미치는 옷 갈아입기 수준)

예전에 한참 인기있었던 판관 포청천을 떠올리게 하는 심리과정과 "개작두를 대령해라~" 수준은 아니지만 극형을 선고하는 디 공을 보는 것도 재미있군. (네덜란드 작가가 쓴 글인데 포청천 분위기라니. ^^ 대단하네)

쉽게 읽히기도 하고 기대보다 재밌다. ^^

* 황금가지에 낚였네. -_-; 쇠종 살인자보다 쇠못 살인자가 앞번호의 책이길래 이걸 먼저 집어들었는데 뒤의 해설을 보니까 쇠종 살인자를 더 먼저 썼잖아. -_-; 대체 무슨 생각이야 황금가지~!

* 작가는 독자의 궁극적인 진화 모습을 보여준다. "이거 재밌네, 써 봐~" 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써주니까 직접 썼다 라니... -_-; 외교관인데다가 어릴 때부터 언어에 재능이 있었다라~ 세상엔 왜 이리 재주있는 사람이 많은거야?

* 근데 번역이 문제야 교정이 문제야? 오타는 좀 삼가해줬으면. 의욕적으로 밀고 있는 시리즈가 오타 투성이이면 어쩌라고~! (이런 마이너한 장르는 다음 판이 나온다는 기약이 없어서 오타를 바로잡을 기회도 없다는 게 문제. -_-; )

Posted by smfet
2007. 6. 5. 00:34

* 안소현 옮김, 노블마인 펴냄

이런 같은 주제의 에피소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별로.
그러나 작가의 삶은 부럽다. ㅠ.ㅠ

* 일종의 반전이 있는 마지막 이야기를 읽을 땐, 반전이라고 느끼기 이전에 멈칫하고. 근데 이것도 그닥 취향은 아니었어.

* 노란색 표지와 각 장마다의 여자애 일러스트는 나름 독특한 이미지여서 마음에 들었다.

* 근데 나 오늘도 호가든 한병 비웠어 -_-; 딴건 끊어도 술은 못끊을 것 같아 OTL

이렇게 메모해 놓고 독서노트라고 분류해도 되는 걸까? -_-;

Posted by smfet
2007. 6. 3. 19:36
* 최준영/이지연 옮김, 황금가지 펴냄
* 어스시 전집 제 1권
* 보스턴 글로브혼 상, 루이스 캐롤 상, 뉴베리 상, 전미 도서상, 네뷸라 상, 로커스 상, 월드 판타지 상 (판타지 계열 상은 다 휩쓴거 아냐 이거? -_-; )

황금가지가 책을 이쁘게 만드는 편이 아닌데 (밀리언셀러 클럽의 그 촌스러운 디자인을 상기해 보라구!) 이 어스시 시리즈는 책을 참 이쁘게 만들었다. 약간 까슬까슬해서 나뭇결느낌까지 드는 표지도, 표지 안쪽의 빨간 속지도, 내지의 어스시 지도도 너무 예뻐서,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재에 쭉 꽂아놓아도 폼이 날 것 같은 디자인~ ^^

"언령"은 판타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소재이다. 그 언령, 특히 "진짜 이름"의 원조가 어스시라고 들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지만, 낱권이 아닌 시리즈는 시작하기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 몇 년간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쁜 디자인으로 나온 것과, 테스트 삼아 사 본 르귄의 바람의 열두방향에 실렸던 어스시 단편이 정말 마음에 들어버려서 결국 구매. 사길 잘했어~ ^^

3대 판타지로 꼽는 게 Lord of the Rings, The Chronicles of Narnia와 The Earthsea Cycle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르니아는 1권도 슬렁슬렁 읽었고 (영어 원서로 읽고 있었는데 자꾸 기독교적 세계관 어쩌구 하니까 흥미가 점점 사라져서...-_-; ) 반지는 너무 어릴 때 읽어서였는지 인상이 희미하고. (반지의 세계관은 대부분의 판타지에서 가져다 쓰고 있어서 익숙하긴 하지만. ) 어스시가 가장 좋은 걸. 지금까지 감상으로는. (확실히 반지는 제대로 한번 읽어줄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치만 원서는 엄두가 안나...)

* "진짜 이름"이 중요하게 사용되는 만큼, 원서로 읽고 싶어졌다. 번역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어느 경우에는 "새매"나 "들콩"을 쓰고, 어느 경우에는 "어스시"나 "오지언"등 원어를 발음그대로 쓰는 등 일관성이 없지 않나 싶어서 마음에 걸렸거든. 하긴 "Earthsea"는 그 자체로 이미 고유명사처럼 (...이쪽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쓰여서 어딘가에 "땅바다"로 번역된 걸 보니까 더 낯이 설긴 하더라만. -_-;;

* 르귄도 천재. ㅠ.ㅠ 세상엔 왜 이리 천재가 많아? 르귄의 SF는 인문학적인 분위기가 강한데 판타지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네.

* 영문번역판이라서인가? 일본어 번역본은 읽으면서 저자가 여자/남자인지 대충 알아맞출 수 있었는데 나 르귄을 꽤 오랫동안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_-; 문체에서 잘 찾아낼 수가 없네.

여튼 황금가지의 어스시 시리즈는 강추! ^^*
Posted by smfet
2007. 6. 3. 10:23
* 권남희 옮김, 북폴리오 펴냄

삼월 연작으로 출간되었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의 주인공, 리세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

아니 잠깐, 리세가 주인공인가? 사건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찰자적인 느낌이기도 한데. 전작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은 리세는 본연의 모습이 아니어서 그랬으려니 해도, 이번엔 완전히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리세인데도. 리세의 독백도, 생각도 모두 말해주지만 그래도 리세에게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는다.

온다 리쿠의 문장은 짧고 간결한데도, 단어나 수식어가 너무나 소녀적이고 화려한 면이 있다. 특히나 책의 제목들을 보면 낯간지러울 정도. 황혼+백합에다가 "백합의 뼈"라니.

패러랠 월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온다 리쿠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같은 세계인데도 이 리세가 그 리세가 맞나? 하고 의심하면서 읽기는 했지만, 겹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아서 (연작임을 감안하면 의외다 싶을 정도로 적다. 그 덕분에) 따로 떼어 읽어도 그닥 어려움 없이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될 정도이다.

온다 리쿠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일본 작가 중의 한명이라고 하던데. 아우르는 장르가 참으로 넓기도 하다. 항상 담담한 끝맺음과 마찬가지로, 클라이맥스나 반전에 이르러서도 긴장감이 고조된다기 보다는 그냥 담담하게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걸 구경하는 느낌. 심지어 죽어나가는 순간에도 그러니까 뭐.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어조.

그리하여 미스터리의 탈을 쓰고 있는 부분이 상당부분 있기는 하나, 트릭을 푸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힌트도 주지 않으니까) 그냥 흘러가는 걸 보는 느낌이라 미스터리를 읽는 느낌은 들지 않고 말이지.

이런저런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읽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책. 그리고 판타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특성 탓인지, 항상 어딘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

* 하교길에 좋아하는 소녀를 기다리는 소년이 등장하는 장면은 "여섯번째 사요코" 에서 마주친 장면 같은데~

* 예쁜 소녀의 "자각하지 못하는 악"이라. 온다 리쿠의 여자애들은 너무나 완벽해서, 리쿠걸로 선택받지 못한 완벽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하다. 그래서 어째 붕 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해. 내 주위나 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캐릭터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시선이... 달라서 위화감을 준다.

*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인물이 같은 인물 같은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리세의 이야기가 계속 나올 거라는 거군.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