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3. 13:48
* 전새롬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 클럽 066

데뷔작인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다카노 가즈아키.
(란포상이 신인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걸 상기하면 데뷔작이 받는 경우도 많을수도 있겠군)

미미여사 풍으로 화자를 바꿔가며 덤덤하게 기술하는 문체와, 사회(주변)에 따른 부조리함에 엮여서 일어난 죄책감, 그리고 마음에 숨어있는 정의가 드러나는 13계단을 읽고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령인명구조대"를 읽고 실망. 이렇게밖에 안되는 작가였나? 데뷔작은 우연이었나? 하고 마음을 끊었는데, y양이 "그레이브 디거"를 보내주셨다.

시기상으로는 그레이브 디거가 13계단의 바로 후속작인 모양.
y양 말씀으로는 '13계단보다 낫더라'였는데, 확실히 블록버스터 영화가 취향인 사람이라면 그레이브 디거가 더 나을수도. 단지 나는 13계단 - 그레이브 디거 - 유령인명구조대 로 놓고 보니 작가의 시선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거부감이 생겼다.

어디선가 기리노 나쓰오/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또 한사람을 끼워넣어 3명으로 그룹을 묶은 걸 봤는데 그건 찾을 수가 없네.. 미스터리나 추리 쪽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일본 미스터리의 빅4 -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정보는 찾았다. 여성작가가 이만큼이나! 하는 거였으니 이 정보였으려나...

온다 리쿠의 인물들은 뛰어난 주인공(일명 리쿠걸)과 일상의 주변인물로 구성되며, 마음 깊숙히 아련한 추억을 건드린다.
미야베 미유키는 일상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특히 피해자),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한다.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라고 평해놓은 글도 봤다.)
기리노 나쓰오는 OUT에서 사람 마음 속의 찌질찌질함과 악의, 공포나 어두운면을 긁어내는 솜씨에 움찔했는데, 어느 글에서는 그나마 OUT이 그런게 덜한 편이라고... (OTL) 이 작가의 인물들을 보면 성악설을 믿게 될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잘 모르겠으니 젖혀두고. (-_-)

다카노 가즈아키는 선한사람/악한 사람의 2분법으로 접근한다.
"귀여운 사기죄"를 치는 주인공은 골수이식 결심을 한 만큼 당연히 선한 쪽이고, M은 악한쪽이다. M에게 끌려들어간 사람들이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그 사람들 나름대로의 정당성(이유)를 만들어 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정은 조금도 보내주지 않는다. 오직 주인공의 목적만 선한 것이고, 그리고 주인공 편이 목적한 바는 이루어지는 게 정의이다.

숨막히는 추적극이라는 띠지 광고가 아깝지 않고, 24시간을 400여페이지 내에서 긴박하고 속도감있게 풀어낸 재주는 인정하지만, 엔딩을 보면서 영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초반에 정의를 강조할 때부터 수상쩍더니만...-_-;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인적인 심판이라도 수행하겠다는 거냐. 이건 좀... 너무 억지스럽기도 하고, 해피엔딩에 집착한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대로 끝내도 좋았을 것을, 굳이...

너무 간질간질했던 말미의 해설도 마이너스 점수에 한 몫.-_-;
안좋았던 책은 아닌데 조금 취향에 거슬리는 바람에 안 좋은 말만 늘어놓은 것 같네. 책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앞서도 말했듯이 블록버스터 (특히 쫓고 쫓기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