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9. 13:16
* 이은주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 클럽 044

암울한 시선으로, 읽고 나면 우울해진다는 기리노 나쓰오.
이번달엔 이 작가의 책을 3권 연이어 읽었다.

"I'm Sorry, Mama"는 이번에 집어든 책 중 가장 쉽게 읽힌 책.
(글 자체의 완성도로는 아웃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악의로만 똘똘뭉친 주인공과, 이렇다 할 죄도, 반응도, 원망도 없이 당하는 주인공의 주변인물들.
피해자에게 동정이 가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에게조차도 공감할 수 없는 어둡고 칙칙한 사회.

책에 등장하는 현실은 어둡고 우울하며, 인물들도 겉과 속이 다르고, 자기 궁리만 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도 없고, 서로를 비난하고 질투한다.

여기 섞여 들어가, 세상과 다른사람들에 대한 악의를 내뿜고, 눈에 거슬리면 그저 생각없이 없애면서 (불에 태우든, 목을 조르든...) 지내는 주인공 아이코.
그녀의 몇 개월(...몇년도 아닌데 죽은 사람이 대체 몇이야-_-)을 따라가며 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두가 어둡고 음울하고 습하게 느껴진다. 아이코와 마마(실제든 마마와 동일시하는 물건이든)와의 대화조차 애틋하지 않다.

그저 우울한 이야기.
감정이입은 되지 않기 때문에 후유증이 크지는 않다. 게다가 난 읽으면서 쭉, 주인공 아이코는 어느정도 지능이 떨어져서 이리 행동하는거야? 하는 생각이 크게 차지했던 터라. -_-;
생각해 보면, 그만큼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아이코가 지금껏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도 의외이긴 한데. 여기서 범인이 누구냐, 혹은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 "악의로만 뭉친 주인공이 이렇게 있다" 일 뿐이다.

아이코는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부분만 빼면 아이코 같은 사람은 주위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듯.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이름없는 독 - 미야베 미유키
  세상(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악의로만 구성되어 있는 듯한 두 인물이 있다.
  아임 소리 마마의 아이코(愛子 를 쓰는 걸까? 번역본에는 한문이 나와있지 않네.), 그리고 이름없는 독의 겐다 이즈미.
  (공교롭게도 둘 다 여성작가가 쓴 여성이다.)
  겐다 이즈미는 악의를 말로 표현하고, 아이코는 방화 등 행동으로 옮기는 범죄를 저지르는 게 차이지만, 둘 다 죄책감 없이 타인에 대한 악의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작가의 시선 차이인지, 겐다 이즈미에게는 일련의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아이코에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네. 아이코의 시선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책을 읽다: 암보스 문도스, 아웃

암보스 문도스는 단편집이다. 대체로 평이하지만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가 괜찮았음. 어린 여자아이들의 악의, 그리고 나중에 성장해서는 그걸 까맣게 잊을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악의와 단순함.

아웃은 인물들의 내면심리에 더 집중해서 그려져 있다. 결말까지 치닫는 과정은 역시나 암울하지만, 급박한 전개와 인물들의 심리변화 과정은 매우 훌륭함. 나도 함께 쫓아가게 된다. (결말은 말고. -_-; ) 아웃을 읽고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지만, 만약  아임소리 마마나 암보스 문도스를 더 먼저 읽었더라면 그렇게 큰 관심은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잔학기도 궁금하긴 한데 어느 정도 수준일라나... 아웃 정도라면 또 사서 읽어줄 마음이 충분히 있는데 말야.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