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3. 09:48
* 권일영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1500여 페이지의 책을 하루에 다 읽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쉬지 못하고 읽어버렸다기 보다는,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읽었다는 편이 더 옳을지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읽은 후에 남는 찜찜함이 꽤 크다.
십각관은 나름 본격인데다가, "어머, 크리스티 빠인가봐~" 하며 나름 즐겁게 읽었지만, 시계관에서는 그 비뚤어진 감성이 심히 거슬려서 찜찜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었다.
(월관은 사사키 노리코의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사키 노리코의 만화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으므로 일단 제외)
그리고 이번, 관 시리즈 2기를 여는 (무려 3권짜리) 암흑관.

시계관에 실망한데다 3권이나 되는 바람에 별로 읽고 싶지 않아 미뤄뒀었는데, 판타스틱의 작년 장르 결산에 암흑관이 미스터리 부분 2위를 차지. 관 시리즈의 2기를 성공적으로 열었다고도 하고... 그래서 결국 구입. 두께에 질려서 평일엔 엄두를 못내다가 주말을 기회로 드디어 읽었다.

책 표지를 들추자 마자 4쪽에 걸쳐져 있는 방대한 저택 도면에 일단 깜짝.
시계관도 크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정말... 스케일이 방대하다. 배경과 저택을 설명하는데만도 1권 분량이 모두 소모된 듯.

신본격의 작가지만, 이번 암흑관에서는 주요 소재 덕분에 본격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지 호러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잠을 설쳤다. ㅠ.ㅠ 겁이 많은데 왜 이런걸 읽는지 나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 -_-; 중간에 그만두면 더 찜찜할까봐 무리해서 끝까지 읽은 것도 있다.)

트릭은 의외로 단순하며, 무엇보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관계한 건축물이므로(-_-) 실질적인 밀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로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중간중간의 간주곡 부분에서는 그 "시점"이 하나의 인격체처럼 여기저기로 이동한다. 이 시점의 자의식이 본문에도 불쑥불쑥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문체는 난해한 편. 교고쿠도 읽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여-_-; 라고 초반에 생각했다. -_-;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시리즈를 여는 (집필 순서로는 일곱번째지만) 관으로서의 의미가 높게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번 관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감상을 되풀이 해야겠다. "시리즈 나오면 궁금하긴 할 것 같은데, 또 읽어야 할까? -_- )

* 2ch에서의 유머가 생각난다. (...리라하우스에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못 찾겠네? -_-)
무슨 관이라는 저택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나카무라 뭐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RE: 이름이 "가와미나미"가 아니라면 가지마.
(김전일에서 김전일과 미유키만 살아남는 상황들과 비슷-_-)

* 새로 익힌 단어: 혜존(
存) -  [명사]‘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 따위를 남에게 드릴 때에 상대편의 이름 아래에 쓰는 말.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