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22. 20:54
*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클럽 046~047
*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 (4번째)

정말 하드한 하드보일드, 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하지만 그런 느낌.
켄지와 제나로는 필립 말로 정도의 직접적인 거부감이 들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커플이어서? -_-; 밤거리를 남자 혼자 다니는 걸 보면 커플이 다니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거랑 같은 기분인 듯.) 이거야말로 하드보일드!를 온몸(과 말)으로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들임에는 분명하다.  

소재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기대만큼, 아니 기대보다 더 힘들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성애/모성애가 부정당하기 때문에 더더욱.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또는 납득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처벌을 허용해야 할까?

허용하라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모든 범죄자가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 만큼이나 모든 처형자가 도덕적/양심적/논리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힘들게 시작해서, 끝까지 힘든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는 글.
하드보일드 탐정이 갈겨대는 총질의 결과가, 언제나 시원한 것 만은 아니다.

* "켄지 군아, 제나로 양아" 하는 번역이 처음엔 좀 거슬렸는데 나름대로 읽다 보니 적응이 되더군. 저런 식으로 부르는 게 플레 캐릭터 성격을 더 잘 보여주기도 하고... 근데 실제로 저런 식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 영화에서 보면 다방 종업원한테 "김양아~" 하고 부르는 것 같기는 하지;; 생각해 보니 경리아가씨도 그렇게 불리는 드라마가 있었던 듯.

* 작품은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이 음울하고 힘든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나려나? ...살아난다 해도 너무 힘든 소재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야.

* 밀리언셀러 클럽이 종종 그런 짓을 하기는 하지만... 시리즈 후반부만 번역하는 짓은 너무 가혹하다. -_-; 패트릭과 앤지의 관계는 읽어나가면서 대충 추측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가 왜 "팻"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던데. -_-;;
명판관 디 공 시리즈를 읽을 때도 시리즈 뒷권부터 번역되는 바람에, 나중에 나온 책에서 전에 죽었던 사람이 말짱히 살아나 돌아다니는 걸 보고 이건 아닌데~~ 생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 아동 유괴 관련 글들:
잔학기(피해자의 입장에서?), 아동수집가(범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소설은 아니지만 "프로파일링"에 나오는 연쇄살인(유괴)범들이 떠오른다.
옆집 아저씨에게 강간당하고 죽은 어린 소녀의 유령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글도 있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 감정적으로 힘든 소재인데다가, 취향과도 약간 어긋한 강한 하드보일드를 읽었더니 꽤 피곤해졌다. 다음번엔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골라볼까나.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