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10. 12:04
* 양억관 옮김, 중앙 Books 펴냄

 주요 단어들: 연예계, 아이돌, 일, 사랑, 상처

 파국의 분위기를 풍기는 프롤로그에서 갑자기 따뜻하고 행복한 유코에게로 포커스가 바뀌면서 글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읽고 있는게 와타야 리사가 맞나? 하는 낯설음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전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놀라움을 줄 정도로 글이 많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열여덟이 될 때까지 유코를 따라가는 구성이다. 유코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 딸내미" 정도 될까. (TV에 비친) 유코의 성장을 바라보며 귀여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유코는 "꿈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의 "주다"에 위화감을 느낄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살짝 비치고 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서 행복하다, 어쩌다를 판단하기도 전부터 주위에 휩쓸려서 걸어만 왔던 유코. 그러기에 스스로가 선택한 일탈이 더욱 달콤했겠지만 읽는 내내 어찌나 안타깝던지. 왜 그리 어리숙하게 구는 거니?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게 행복일 리 없잖아. 하고 야단쳐서 되돌려 놓고 싶었다. 정말로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사람을 강하게 붙들어매고 놓아주지 않는 매력이 있는 책. 성장소설인데, 안타깝고 가엾다.

 서평을 찾다 보니 전작에 비해 실망했다는 글들도 꽤 있던데... 난 이정도면 좋다고 생각. 앞으로도 와타야 리사를 계속 읽을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너무나 빠져 읽는 바람에 지하철 역을 지나칠 뻔했다. -_-; 짧은 거리도 아니고 한시간여를 타고 가면서. 보통 서울역/사당/서울대공원 정도에는 정신이 드는 타이밍인데 전혀 몰랐다 ㅠ.ㅠ )

* 와타야 리사 작가 인터뷰: http://blog.naver.com/dreamrisa/110023008600

* 전작과 비교하다: 아쿠타가와 수상작,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유명세를 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섬세한 묘사이긴 하지만 무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느낌 말이야"하고 이야기하면, "그래 그거!" 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뭐라고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는 그거. "발로 차주고 싶은"이 어떤 느낌인 줄도 알고, 어떨 때 그 느낌이 드는지도 알고 있지만 설명해내기는 힘든 그런 느낌. 책 전체적으로도 왠지 잡을 수 없는, 감정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꿈을 주다"에서는 친절해졌잖아? 하고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로 이야기나 감정의 "전달"에 더 익숙해진 듯한 글체가 되었다. 발로 차주고~가 혼자 이야기하는 걸 듣는 기분이라면 꿈을~은 들려줄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면서 쓴 듯한. 덕분에 흡입력이 강하고 감정이입도 쉬운 글이 되었다.
 
* 연예계 이야기를 떠올리다: 연예계 아이돌의 일과 꿈과 사랑과 상처 (만화밖에 생각안나네)
  -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나오는 "페이퍼문 안녕 - 가와하라 유미코" :나이는 비슷하다 해도 유코보다 몇십배는 더 소녀적.
  - 일과 (사랑은 없지만) 상처라면 "캣 스트리트 - 카미오 요코" : 아직 진행중인 작품이지만 ^^

* 글구 연예계 배경인 건 일단 암만 유치해도 재밌게 보는 특성상 -_-; 덕분에 남들보다 후하게 봤을지도??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