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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7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오다
2007. 7. 27. 21:41

 회사에서 본래 주어지는 여름휴가는 4일. 보통 연차 하루 더 붙여서 working day 5일+앞/뒤 주말 붙여서 9일을 즐기는 게 일반적이겠으나, 울 회사(특히나 우리 팀)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프로젝트 사정에 따라 휴가일수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이번에 받은 휴가는 이틀.
주말 다 쉬어주는게 어디야~하며 위안을 해 보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하다.
특별히 어딘가 놀러갈 예정이 없을 때에도 휴가가 없대면 왠지 아쉬운걸.

재작년엔 5월부터 작정하고 계획한 후 y양, p양과 함께 보라카이에 갔었고,
작년엔 갑작스럽게 인도에 가게 되어 회사 동료와 함께.
2년을 연속 나갔다 온 셈이네.

보라카이는 정말 휴양지답게 잘 쉬다 왔고, 인도는 익숙치 않은 동행이라 당혹스럽고 어려울 때가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가볼만 한 장소였다고 생각한다.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정말 무서웠고, 지금 다시 가라 하면 망설이다 포기할 것 같지만 타지 마할을 본 건 절대 후회하지 않아!)

부모님은 휴가에 집에 내려오길 바라셨던 것 같지만 서울 들렀다 가신지 두 주밖에 안되었다. -_-;

집에서 그냥 뒹굴까 하다가, 우울해질까 봐 (요즘 정신상태가 좀 불안정하다) 어딘가 움직여 보기로 했다. 물이 보고 싶어서 제주도에 갈까 했는데, 차 있는 친구가 협조를 안해줘서 (남의 차 운전하기는 불안하단다. -_-; ) 스파가 있는 펜션을 골랐다. 그 친구가 예전에 양평에 산 적이 있어서 거기로~

난 펜션이나 도심호텔에서 1박하는 것도 꽤 좋아하는 편인데, 혼자 살림을 하다 보니 그런 건가? 다른 사람이 정리정돈해주는 깨끗하고 예쁜 방에서 하루 묵는 거 좋은 걸.

이번에도 펜션에 틀어박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양평에 4년이나 산 만큼 근방을 잘 아는 봄이 덕에 열심히 먹으며 다닐 수 있었다. 먹고 쉬고가 여행의 목적이었으니까 나름대로 잘 즐기고 온 셈이다. ^^

서울에서 출발해서 양평으로.
가는 내내 주변에 음식점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여기는 뭐가 유명하고 저기는 뭐가 맛있고~ 동네에서 4년을 산 사람의 정보량은 역시 대단했다. ^^ 특히나 먹는 것에 대한 기억력은 어찌나 좋은지!

용문산 자락의 곤드레밥을 먹고,

용문사에 들러서 1100살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를 보고 (은행나무가 그렇게 커다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펜션에 들러 짐을 풀고,

식육점 옆의 식당에 들러 갈매기살을 구워먹고, (점심을 푸성귀로만 먹었더니 저녁엔 고기가 땡기더라고~ )

그 앞자락의 물가를 산책하고, (친구가 살았던 사택이 바로 그 앞. 너 정말로 관광지 한복판에 살았었구나~ 하고 놀랐다. 한번도 안 찾아가봤던 이유는... 귀찮았기 때문이거든. -_-; 친구도 이런 나를 안다.)

저녁엔 스파를 신청해서 스파하고 놀다가, 바로 앞의 썰렁하고 쪼그만 수영장에도 들락날락 하고~ (공식적으로 7시 이후면 수영장 사용이 금지란다. 술먹고 들어오는 사람들 땜에. -_-; 그래서 텅빈 수영장과 스파를 우리 둘이서만 왔다갔다 하며 놀 수 있었다. - 물론 주인 아줌마가 먼저 수영장에서도 놀라고 권해서;; )

챙겨간 하프 보틀 와인을 나눠마시고 티비를 보며 잡담하다가 자고,

다음날 아침 봄이가 어제 먹다 남은 고기 굽고 (식육점과 같이 하는 식당이어서, 고기 남은 것도 싸주더라), 라면과 밥 챙겨 먹고~

점심은 유명하다는 남시칼국수에서 칼국수+메밀묵+콩탕+감자떡 세트를 먹고

바탕골예술관에 들러서 한바퀴 구경하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서울로 다시.

"우리, 어째 먹기만 하고 다니는 것 같지 않아?" 라고 봄이가 그랬지만, 여행의 묘미는 역시 먹는 것과 쉬는 것 아니겠어? :)

봄이가 내내 운전한 덕분에 너무 편안하게 다녀왔고 먹을 거 정말 잘 챙겨먹었던 짧은 여름 휴가.
나도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 아무래도 활동성이 좋아지니까 너무 편리하던걸~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
일상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너무 무리한 꿈? -_-; )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