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 휴고상, 로커스상 수상작
화재감시원-둠즈데이북-개는 말할 것도 없고 로 이어지는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리즈.
시리즈의 모태가 된 단편집, 화재감시원을 읽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둠즈데이 북에서 네트와 시간편차에 대해서만은 800페이지동안 학습했던 이후이기 때문에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옥스포드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둠즈데이에서 마구 헤매고 다니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던워디 교수와 핀츠는 그 사건 이후 거의 해탈했는지, 이 책에서는 왠만한 시간편차나 사건에 대해서도 무심한 듯 태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 교수님, 발전하셨군요! (아니 근데 내가 시간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게 후대가 맞던가? -_-;; )
주인공을 따라가는 시선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네드 헨리(헨리가 성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를 쫒아가는데, 네드가 너무 잦은 강하로 시간의존증에 걸린 덕분에 초반 150여페이지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꼬이꼬 꼬인 일들, 사건들, 자꾸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 매듭들.
겨우 풀리기 시작한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엉뚱한 이야기였고 등등.
토시의 "그"의 정체는 꽤 일찍 눈치채고서는 (로맨스 15년의 경력! -.-) "얘야, 얘라니까?!" 하며 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정신없고, 혼란스럽고, 바쁘고,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 한두가지 미리 니름, 그러니까 스포일러를 듣는다고 해도 책을 읽고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발랄하고 바쁘게 엮인 사건들, 그리고 흥미를 돋구는 글들.
그런데 역시 너무 긴 책을 쉬지 않고 읽었더니 힘들기는 하군...^^;
다음에 읽을 책으로는 짧은 단권을 집어들어야겠다. :)
* 코니 윌리스는 시끄러운 아줌마를 꼭 등장시키는 걸까? 전권의 윌리엄의 어머니, 그리고 그 마을 영주 저택의 할머니에 이어, 이번엔 슈라프넬부인(그리고 조상인 메링 부인)이 잠시도 조용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 네트, 시간편차, 연속체, 피터 램지와 헤리엇, 그리고 번터, 네로 울프...를 만나지 않고 이 책을 만난 바람에 재미의 30%는 까먹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고 둠즈데이 북을 사서 내게 이 책과의 만남을 열어준 (그리고 피터 램지와 네로 울프도 함께 보내준) y양에게 무한한 감사를! ^^
* "위에 적은 분들이 주신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보이는 모든 실수는 역자에게 있음을 밝힌다"
라고 마무리하는 역자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자신있게 그렇게 말하는 만큼 눈에 거슬리는 번역은 찾기 쉽지 않다. 둠즈데이 북과 마찬가지로. 다만, "새 그루터기"라는 말만은 아무래도 거슬린다. -_-; 자꾸 "새"가 bird가 아닌 new로 읽혀...
* 화재감시원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모양. 코니 윌리스의 책은 도저히 원서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번역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지. -_-;
* 둠즈데이 북 820페이지, 개는~ 745페이지. 80여페이지나 차이나는 데도 겨우 10%차이이다. 두께에 비해 가벼운 책과, 빽빽한 글자덕분에 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건 좋으나... 일반(특히나 요즘 베스트셀러) 책들 형식으로 조판하면 3권은 거뜬히 나오겠더라. -_-; 장르를 3권까지 나누는 건 확실히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만.
(나만해도 3권 넘는 책은 망설여진다고. 2권도 사기 망설여지는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