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22. 04:30
목요일(21일), 고객하고 잠시 일 이야기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더니 엄마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회사업무시간에 전화하는 건 드문 일이라서, 뭘까 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란다.

우리 할머니는 10년 가까이 치매를 앓고 계셨다. 치매라는 게, 한번에 확 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상태가 심해지는 거더라.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땐 분명히 아직 정정하셨던 것 같은데 어느 때부터인가 조금씩 정신을 놓기 시작하시더니만 최근에는 거동마저 불편해지셨다.

2~3년쯤 전, 크게 안좋으셔서 응급실 신세를 진 이후로는 모두들 어느정도 각오하고 있었고, 최근에도 몇달 걸러 계속 응급실 다녀오시기도 했다.

시골에는 계속 보살펴 줄만한 사람이 없어서 우리집에 모시려 해도 자꾸만 당신 집에 가야 한다시며 집을 나서서 엄마가 속상해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정신을 놓으신 와중에도, 당신 집은 여기가 아니고 당신이 시집와서 지으셨던 집이라는 생각이신지 자꾸만 데려다 달라 하시더란다.

언제라도 가실 양반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서도 막상 가셨다니 충격이긴 하다.
그래도 다행히 좋은 일(동생 결혼) 후에 가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엄마도 할머니 상태 안 좋다해서 시골에 내려가셨다가 돌아가시는 걸 본 모양.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아침에 내려가셨다가 돌아가셨다 한 것 같고.. 이모삼촌들도 그때 오고 있는 도중이라 했으니.)

당신 집에서 돌아가셨으니 그래도 바라던 대로 된 것일까 싶기도 하다.
그 정갈하고 단정하신 분이, 남의 손에 목욕과 대소변처리를 맡기는 걸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어찌나 괴로워하셨는지 생각하면 더 살아달라고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고.

아빠는 네가 할 일이 뭐가 있냐고, 엄마아빠가 알아서 할 테니 번거롭게 내려오지 말라 하셨지만
엄마를 생각하니 내려가야 할 것 같아서 금요일 휴가를 내고 아침차로 내려갈 예정.
동생도 신혼여행이라 우리나라에 없는데,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엄마한테도 기댈 곳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딸인데 엄마 혼자 외로이 둘 수는 없지.
(내려간대니까 그 와중에 회사 쉬어도 되냐고 엄마는 걱정하시더라. )

엄마는 처음 맞는 부모상이고, (외할아버지도 응급실 들락거리긴 하시지만 아직은...) 친가쪽 할머니 돌아가신지도 20여년이 되었으니 힘들고 당혹스러우시겠지...

지난 주 동생을 보내고 겨우 한숨 돌릴 찰나에 다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올 12월은 왜 이리 유난히도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