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19. 14:10
양억관 역, 민음사 펴냄
133회 아쿠타가와 상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으로 유명한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덕분에 아쿠타가와라는 상을 처음 알게 되었다. (원래 순소설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_-;)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읽었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서점에서 서서 읽을 수 있을 만큼 얇은 책이었는데 이것도 그러네. 중편으로 분류하기에는 얇고 단편으로 보기엔 조금 두껍나? 글자 크기가 컸으니 원고지 분량으로 따지면 얼마 안될지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또래의 이야기여서 그랬을까? 여자애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애의 심리를 따라가며 저런 애의 등짝이 눈앞에 있으면 정말 발로 차주고 싶겠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나 발로 잘 차잖아 사실. -_- 여자애 심리를 따라가서가 아니고 그냥 그 남자애가 짜증나서 그랬을지도-_-; )

그런데 이 흙속의 아이는, 음침하고 멍청해서 (똑똑한 게 음침했으면 그나마 봐줬을 텐데) 짜증이 어찌나 나던지. 난 밝고 따뜻한 세상을 그리는 능력이 부족한가 보다. 어릴적의 공포를 안고 사는 청년, 그리고 낙태의 충격을 안고 사는 여자(친구...나 애인으로 보기엔 많이 부족한 관계인) 동거인. 그들의 극복이라고 해설에는 적혀있던데 극복은 무슨. -_-;

동생이 대학 다니던 시절, 교수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살하는 애들 내버려두는게 낫다고. 그런애들이 나중에 커서 가족 이끌고 동반자살한다고.
차라리 혼자 죽으려고 할 때 내버려 두라고...

그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_-;

불쌍함도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고 말이지. (내가 너무 메말랐나? -_-)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그래도 읽을 만했기에 순문학에 대한 지루함(-_-)이 많이 사라졌나보다~ 하며 고른 책인데.

* 직전에 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들과 자꾸 시대가 겹치게 읽혀서 당혹스러웠다. 배경보다는 주인공에 집중한 소설이라 배경을 잘 보여주지 않아서 그랬나. (라쇼몽의 시대를 생각하자면 더욱더 근성없는 놈으로 느껴져서 정이 떨어지기도 한다.-_-)
* 이번 표지도 펄지. 라쇼몽과 연이어 펄지 표지네...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