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4. 10:06
어릴 적 내 꿈은, 벽이 모두 책으로 가득찬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는 이미 벽 한쪽 정도는 책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책이나 TV에서 나오는 서재의 이미지가 어쩌면 그리도 동경의 대상이었는지.

천정까지 가득찬 책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책만 보이는 그 공간. 꼭대기의 책을 꺼내기 위해서 작은 사다리도 가져다 두는 그런 나무냄새와 책냄새가 가득한 장소.

울 아빠는 "소설을 뭐하러 여러번 읽어?" 하시는 분이라 ^^; 엄마도 내가 어릴 적 읽은 책들은 어린 사촌들에게 많이 줘 버리시고, 해서 내가 어릴 때 읽던 책들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희미한 기억이 아니라 선명하게 남아있긴 하지만. ^^; 내가 반복해서 읽었던 책들, 그 낡은 종이와 표지들, 손에 잡히던 크기들...)

집을 떠나는 순간, 나는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젠 누구 눈치도 받지 않고, 내가 선택하는 책들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니까. (부모님이 용돈에도 신경 잘 써 주신 덕도 있겠지만 ^^)

6년간의 학교 생활을 정리하고 남은 짐은 책 12박스. (좀 더 되었던가? -_-) 나머지 물건이 세박스 미만이었던걸로 보면 나도 참 유난했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소원대로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우기 시작, 그 작은 집을 떠나 지금 이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도 서재는 내가 꾸몄다. (나머지는 포장이사업체 아저씨랑 동생이 알아서 했다. -_-;)

집을 떠난지 10년이 된 지금은 한쪽 벽을 다 채우고, ㄱ 자로 꺾어서 이웃한 벽까지 채우고, 그리고도 책을 둘 장소가 없어서 서재 바닥에 탑이 되어 쌓여 있다.

이젠 더이상 서재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 이미 충분하다. -_-;;
이제는 책을 보관하고 소유하고 싶은 생각은 옅어졌다. 그저 읽고 싶을 뿐이다.
(집에 있는 책들은 1500권이 넘은 시점에서 더 이상 셀 의욕을 잃었는데, 설마 2000권은 아직 안되었게지-_-)

바닥에 쌓여있는 탑이 늘어나서, 책꽂이 아래쪽의 책을 꺼내려면 탑을 이리저리 밀어 헤치고 꺼내야 되는 요즘. 또 책들이 잔뜩 배달되어 왔다.

내가 산 책들, p양이 보낸 책들, y양이 보낸 책들...

그리하여 거실 탁자 옆(서재에 쌓여있는 책들이 아니다! 읽은 책들은 다 서재에 집어넣고 있기 때문에 서재 바닥에는 이것보다 더 많이 쌓여있다-_-; 이 아파트, 낡았는데 설마 예전에 그 책 무게때문에 바닥이 가라앉았다는 일본 오타쿠네 집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에 쌓여있는 읽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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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책에 파묻혀 보내는 주말을 시작하련다. :)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