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26. 14:37
* CAST: 박건형(존), 김도현(토마스), 김동호(프랭크), 조진아(메리), 김소향(크리스틴), 김기현(오도넬 신부), 김세우(다니엘), 정의욱(컬리), 권소현(버나뎃)
* 연출 윤정환,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 이란영, 무대 신수이, 조명 정태진, 음향 김기영, 의상 안현주
* 공연시간: 인터미션 15분 포함, 총 2시간 40분

짤막 감상: 근래 본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음! 초대로 봤지만 돈내고 봤어도 안 아까웠을 듯. 안무 킹왕짱!
감상 포인트: 오프닝, 축구 결승전, 감옥 (...그리고 허벅지?)

그야말로 사나이들의 땀!으로 가득차 보이는 포스터. 축구가 소재이긴 한데, 그걸 메인 주제처럼 부각시켜 만든 포스터 덕분에 웨버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던 작품이다. 다행히 초대 기회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관람. (감사 ^^)

Overture 때는 조금 긴장했는데, 첫곡인 The Beautiful Game부터 몰입. 군무! 너무 좋아! 축구를 안무로 표현했다 해서 과연...? 하는 약간 삐딱한 마음이 있었는데 기대보다 멋지잖아. 화려한 군무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그 동안 내 눈에 차는 군무 만나기 정말 힘들었다. -_-; 유치찬란한 군무를 보면서 짜증낸 기억은 많고나...)

여러겹의 벽이 슬라이드처럼 움직이고, 배경막도 몇 번 바뀌면서 꽤 매끄럽고 빠른 무대 전환을 보여준다. 덕분에 무대 전환용 암전이 거의 없고, 배경을 크게 전환할 때에는 중간막을 내리고 앞쪽 무대에서 연기하는 동안 뒷 무대가 움직이기 때문에 극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결승전 장면에서 실제 공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자유도가 떨어질텐데, 하고 생각했는데 (^^) 축구공 모양의 조명으로 이미지를 강조하고 공 없이 안무로만 진행되는데 어색하기는 커녕 너무 좋더라. 갑자기 나타난 골대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타나는 바람에)

스피디하게 진행된 1막에 비해, 2막은 조금 지루한 시작. The Happiest Day부터 The First Time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조금 생뚱맞다 싶을 정도. 이어지는 토마스의 추격신도 1막에서 보여줬던 화려함이 없어서 조금 실망스러우려 했는데, 감옥씬이 상쇄해 주었다.

LG 아트센터 무대의 천정이 꽤 높은데 1막에서는 아래쪽만 쓰길래 의아했는데, 3층까지 꽉 채운 감옥세트를 보고 감탄을. 시카고의 감옥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역시 남배우들이라서인지 훨씬 파워풀한 느낌.

무대 벽 전체를 꽉 채운 감옥과, 붉은 색이 포인트가 되어 주는 조명, 그리고 각 cell에 한명씩 들어가 있는 배우들의 (독무이면서) 군무. 당황하고 거부하다가 어느새 군무에 맞춰서 함께 추고 있는 존.

간만에 안무가 너무 좋았는데, 역시 오리지날 안무 그대로 가져온 걸까나?
자칫 감정을 강요하는 부분이 될 수 있었던 1막의 장례식도 수위 조절을 잘 해서 감정과잉으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 너무 과격해서 삭제한 씬이 있다는데 현재 남아 있는 장면들도 충분히 강하긴 하다. 토마스-존-다니엘의 관계는 그대로 살린 듯. 단지 1막에서 자꾸 암시했던 프랭크-크리스틴이나 토마스-프랭크의 갈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이게 삭제된 부분인지 그렇지 않으면 원작에서도 없었던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래서 프랭크-크리스틴 부분이 조금 극에서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 무대 위에서 훌렁훌렁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많아서 남배우들의 착한 몸매를 감상할 수 있다. 축구 유니폼이 반바지인 덕분에 공연 내내 튼실한 허벅지를 볼 수 있는 건 덤! >.<

* Don't Like You에서 박건형씨가 여러가지 묘기(^^)를 나름대로 보여준다. 무릎으로 계속 공 띄우기, 손가락 끝으로 돌리기 등등. 오~ 연습 열심히 하셨는걸.

* 박건형씨나 김소향씨가 의외로 그닥 노래를 잘하는 것 같지 않다. 노래가 너무 어려운가 OTL. "비바! 더 뷰티풀게임~"은 귀에 착착 감기는데 솔로(특히 여성곡)는 많이 높은 것 같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권소현씨가 의외로 잘 불러서 깜짝.

* 내 앞에서 둘이 붙었다 떨어졌다 자꾸 대가리(머리 아님!)를 움직이던 커플. 한손에 하나씩 머리끝을 잡고 "가만히 있으라니까!" 하고 윽박질러주고 싶었다. 게다가 2막 중간에 일어나서 나갔어 OTL. 암전도 아니고 밝을 때에 -_-; 뭐 사라지니 시야 확 트여서 좋긴 하더라. 일찍 좀 사라져 줄 것이지. 공짜로 왔어도 지킬 건 좀 지킵시다! (설마 돈주고 보러오면서 그딴 짓 하지는 않았겠지;; )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