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4. 22. 00:00
지킬앤하이드는 우울하고 지루한 내용이라서 원작도 별로 안 좋아했었다. 공연도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조승우가 하도 유명하기도 하고, p양이 보러 간다고 자랑-_-할 무렵 회사 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올렸길래 그 표를 구입해서 연초에 관람했었다. 이후로도 별 관심이 없다가 류정한씨 목소리 좋다는 소문에 CD를 구입했더니 정말 장난아니길래, 서울공연이 끝났으니 지방까지 쫓아가야겠네? 라고 대전까지 가서 보기로 했던 공연. 7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공연한다는데, 그 스케줄을 알았다면 대전까지 가는 짓은 안했을거다.

지킬앤하이드와 나와는 참 안좋은 추억만 쌓아가게 되는 것 같은데 (-_-;; ) 조승우 관람 때는 조왕자님 프리미엄이 붙은 표, 그러니까 정가보다 비싸게 구입하게 된 데다가 (그 땐 지금처럼 여러개 보러 다니던 때가 아니라 그걸 감수할 수 있었지...) 공연시각을 착각해서 1막을 로비에서 모니터로 봐야했다. -_-; 비싼 수업료의 댓가로 그 이후로는 시각을 더 열심히 확인하게 되기는 했지.

이번의 대전 공연에서는... "무대 다 필요없다, 류정한씨만 쳐다보자!"는 일념으로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예매. 75,76번으로 우측 블럭 중 가장 중앙쪽을 선택했다. 그런데 밥먹다가(-_-;; ) 공연시작 전 아슬아슬하게 입장했는데... 75번 좌석에 이미 누군가 앉아있는 거다. 늦게 도착해서 당겨 앉았나? 하고 표까지 보여달래서 확인했는데 좌석이 겹친 것. 77번 자리의 아가씨가 상황을 지켜보더니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라고. 기획사를 욕하며 직원을 찾았는데 시작시간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해결을 못 보고 앞줄 가장 사이드에서 1막을 보게 되었다. 건너편 무대 안쪽에서 등장준비하는 거며, 조명, 그리고 스피커가 바로 옆에서 울려대는 바람에 관람환경은 최악.

비싼 티켓, 지각에 이어 이번엔 좌석더블...-_-; 내 다시는 지킬앤하이드를 보러 오지 않으리, 하고 다짐하게 되더라 -_-; 어쩜 한 공연과 이렇게 꼬이냐...

1막 시작 전에, 좌석 더블되었다니까 스탭 중 한 명이 A열 좌석표를 한 장 p양에게 주면서... "오케스트라 피트석은 목만 아프고 무대 잘 안 보이거든요. 이게 시장님도 앉아계시는 섹션이예요. 제일 좋은자리" 라고 하는데 더 열받더라. p양은 "다 알고 예매한 거거든요? 가까이서 보려고" 라고 항의 하고. 시작시간이 너무 아슬아슬하다며, 일단 여기에서 보시고 인터미션때 확인해드릴께요...라고 직원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너무 열받아 공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사라지는 직원의 뒤에다가 대고 환불 운운까지 해 놨지-_-;

오늘따라 엠마는 왜 이리 개판이며-_-;
류정한씨는 왜 우리가 예매했던 바로 그 좌석 앞에서 자꾸 알짱거리고, 그 쪽 쳐다보고, 그리고 그 앞에서 하이드가 되는거야! ㅠ.ㅠ 흑흑. 1막 내내, 저기, 저기! 저기 앉을 거였는데 ㅠ.ㅠ 하며 속으로 울분을 토했다. 게다가 근처 관객들이 참...-_-; 온갖 지루한 티를 다 내고, 휴대폰 열어서 시간 확인하고. (그러고 보니 대전 문화 예술의 전당에서는 휴대폰 및 사진촬영금지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었던 것 같군.)

지킬앤하이드 1막이 전에도 지루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정말 지루하더라. p양은 this is the moment에서 류정한씨 목소리 너무 좋았어~!라고 했지만 그것도 제대로 못 들을 만큼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심히 아쉬웠음.

인터미션때, 직원이 사과하고 해결하러 오겠거니...했는데 오지 않는거다. 뭐 이런게 다있어! 하며... 1차로 공연장 직원에게 항의.
"저희자리로 오셔서 사정 설명하고 새로 배정해 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직원분은
"매표소로 가시면, 지금 좌석 더블난 거 상황 다 아시거든요. 조치해 주실거예요"
라고만 되풀이한다.
내 성격에 그건 못참지. "아니, 지금 저희가 잘못한 거예요? 저희가 사정을 설명하러 거기까지 가야 하나요? 이쪽으로 와서 사과하는게 올바른 절차 아니예요?"
라고 쏘아붙이고는 매표소로 직행.

"먼저 예매하신 게 맞구요. 근데 저희가 어쩔 수 없으니 다른 좌석 표를 드릴께요" 라며 A열 표를 내민다.
"이게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좌석이구요" 라며.
"서울에서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이러셔도 되나요?" 항의 시작.
서울에서 왔다는 말에 움찔하긴 하더라. 잘못 걸렸다 싶었겠지.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으니...-_-;;
매표소 여직원과 티격태격하고 (사실은 일방적인 다그침? -_-) 있으려니 옆의 좀 더 상위직급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첨언한다.
"환불 말씀도 있으셨다는데, 환불을 원하시나요?"
"저희한테 뭘 보상해주실 수 있는데요? 한달 전부터 예매해 놓은 건데 앞좌석 놓치고, 이렇게 진행하신 덕분에 1막을 다 놓쳤는데요"
"서울에서 오셨으면, 류정한씨 보러 오신거죠? 6월 29일에 프리뷰가 있는데, 그 티켓을..."
"그때 일정이 확실치 않아 일부러 오늘 대전까지 내려와서 본 건데, 제가 그 때 일정이 안되면 어쩌라고 그런 말씀을 하시죠?"
(사실은 반쯤 뻥이다. -_-; 그 때 바쁠 예정이긴 한데... 그냥 7월에 본공연 보면 될 거고, 서울서 올해 내에 다시 한다는 걸 알았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전 안내려갔을걸..)
"그럼 저희가 이 공연은 다른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해 드리고, 티켓은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인터파크로 예매하셨죠? 신용카드 취소해 드릴께요"

분명히 이걸로 마무리 될 줄 알았을 거다. 그러나 최근에 회사에서는...
"그런 말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보장하시죠? 그렇게 확신하시면 저희 법정으로 끌고 가도 되나요?"라는 상황까지 있었다. 여러 업체랑 일하는 IT도 나름대로 힘들거든. -_-; 전화통화만으로 정리했다가 지적받은 적이 있는 나. 여기서의 대응도 그 버릇이 나와서...

"구두로 말씀하신 걸 믿을 수 없으니 방금 그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서 주세요"
p양이 덧붙인다.
"공문으로 주세요"

순간 싸해지는 직원들. -_-; 뭐 이런게 다있나, 하는 표정으로 우릴 한참 쳐다보며 말을 잃더라.

"저, 명함을 드릴께요. 전화번호가 적혀있으니 그리로 연락하시면..."
"회사생활 하시면서, 구두가 효력이 있던가요? 공문으로 주셔야 믿을 수 있겠는데요"

이랬더니 저쪽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아저씨가 일어나서,
"공문은 저희가 서울 본사로 가야 하고...여기에서 종이로라도 일단 써드리겠습니다. " 란다. 나중에 보니 오디 기획2팀장이더군.
"그럼 지금은 일단 자필로 적어주시고, 공문은 서울 가신 후에 보내주세요"

라고 했더니
"확인서라고 적으면 되나요?" 라며 옆 직원의 노트에다 적기 시작한다.
"제목은 상관없으니 내용만 정확히 적어주세요"

요금 반환, 이라고 적을 때 p양의 첨언
"티켓 2장이라고 금액까지 정확히 적어주세요"

그리고 그 아저씨, 우리가 너무 까칠하게 군다고 느꼈던지 주민등록번호까지 적고 신분증 꺼내서 확인까지 시켜주더라. (아저씨, 사실 그 생각까진 못했어요-_-)

그리고 확인서를 받으니까 옆에 있던 다른 아저씨가 "연락처 받아서, 처리 후 연락드려" 라고. 그래서 명함을 건네주고 "다 되면 연락주세요"라고 돌아서서 공연장으로...

새로 받은 좌석은 왼쪽 중앙...에서 비껴난 사이드였는데, 처음 예매석보다는 5줄이 밀려난 상태.

젠장 류정한씨, 2막에서도 자꾸 처음에 예매했던 좌석쪽으로 가시더군요 ㅠ.ㅠ
게다가 멀어서 얼굴도 잘 안보이고... 조명이 어두침침하니까 더 보기 힘들더라. 안그래도 야맹증인데. 그리고 엔딩에서 쓰러지는 부분이 딱 예매했던 좌석 앞. 큰 맘 먹고 오케스트라 피트석 예매했던 건데 정말 아쉽더라.

Lost in darkness + confrontation 부르실 때는 정말 훌륭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그런데...
조승우 공연 보면서는 조승우가 연기 잘한다는걸 별로 못느껴서, "조승우는 연기, 류정한은 노래" 라고 할 때도 별 감흥이 없었거든? 류정한씨 목소리 좋다는 건 느꼈지만... 대전공연에서 Dangerous game을 부를때 깨달았다.

조승우가 부를(연기할) 때는 야했는데, 치마를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진짜 섹시하고 끈덕끈덕하더니만 류정한씨가 루시를 더듬을 때는.... 이거 원, 나이든 변태...도 아니고 그냥 좀 느끼한 아저씨가 만지는 것 같아서 하나도 야하다는 생각이 안들더라. 루시 치마도 자주 걷어주는데 어쩜 이리 느낌이 하나도 안오냐.. 목소리는 죽이게 좋더니만. ㅠ.ㅠ

이 부분은 나중에 p양이랑... "그분이 너무 holy하셔서 그런거야? 그나이 되도록 뭐하신거야?" 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_-;

커튼콜은 두번. 앵콜곡은 하나도 안 불렀고, 류정한씨는 큰절까지 하고 들어가셨는데, 그렇게 만족스런 공연이었나? 집중이 안되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류정한씨 외의 다른 배역들이 별로였는데. 앙상블도 엉망. 특히나 이사회의 머시기 부인과 신문팔이 소년은 정말 딱할 정도.

끝나고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에까지 계속 박수쳐주는 것도 신기했다. op석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에 계속 박수쳐 주던데, 그래서 공연장을 빠져나올때까지도 계속 연주하더라.

류정한씨 기다리는 팬질도 해보고 싶었는데 기차시간땜에, 공연장 나오자 마자 뛰어서 택시타고 대전역으로.

참, 공연보러 다니다가 별 경험을 다 해봐... 좌석도 겹쳐보고. -_-;

"그 기획사 사람들, 오늘 우리 무진장 씹어대고 있겠지?"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