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5. 12:16

광주로 출장 가 있는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무력감에 빠져서 힘들었다. 스스로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회사일은 바빴지만 삶의 목표가 회사가 아닌데 맨날 일만 하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친구도 없고, 장소도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몸은 힘들고, 버스타고 출퇴근 하느라 책도 못 읽고....
출근-귀가-십자수-잠 만 6개월간 반복했더니 내가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싶더라.

그래서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좀 바쁘게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말고 -_-; )

2월에 복귀해서 새 프로젝트 준비하고, 마침 3월부터 시작되는 프로젝트가 나름 장기라서, 거기에 맞춰 계획을 잡기로.

3월: 일본어 회화 주말반 등록 - 어학은 나름 좋아하는데 시험보면 또 그건 싫어서 --; 그나마 조금 기억이 남아있는 일본어로. 시험공부는 싫으니까 일단 회화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보면 단어는 모르고 눈치로 대충 때려맞추는 수준이라서-_-;

4월: 월/수/금 오전 필라테스 시작 -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 전에 지하철을 타야 한다. 기상시간을 1시간 이상 당기는 거라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왠걸, 너무 잘 일어난다. OTL 저녁에는 잘 못버텨도 아침엔 벌떡벌떡. 6시 넘어 일어날 때는 알람듣기 전에 일어났지만 5시에는 아무래도 알람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려나.

5월: 필라테스 첫 주에는 온몸이 땡겨서 내가 운동을 하긴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 금방 익숙해졌는지, 내가 둔해서 잘 못느끼는지 잘 모르겠길래 화/목 요가를 추가했다. -_-; 이제 주 5일 5시 기상. (주말에는 6시 30분-_-)

6월: 독서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 주간지(위클리 경향) 구독 시작, 두유를 키우기 시작.

그리고 7월: 이제서야 포화상태로구나 깨닫다. 힘든걸 알아채는 데에 좀 둔한 편이라서, 어쩌면 이미 포화를 넘어서 과포화 상태인지도. 프로젝트 일정도 피크를 향해 가면서 이제서야 내가 뭘 하고 있나 싶다.

새로운 일정들에 짜맞추느라 공연관람도, 무언가 만드는 취미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고, 심지어 한의원에 침맞으러 다니기, 심리상담받기, 네일샵에서 손질받기 할 시간도 내기 힘들다. 꽉꽉 짜여진 일정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지만(종종 야근도 하면서) 이제 느슨하게 놓여있는 시간이 너무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새벽 2시에 출근해서 10시간 동안 대기하면서, 거의 한계에 다다른 몸으로 지난 몇달 간을 되짚어 보니 이거 뭐 자학도 아니고 OTL
왜 이러고 있는걸까, 나.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