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7. 13:24
 슴은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동생은 거북이(;;)라도 키워봤지만 난 그것도 징그러워서 못 보겠더라. (뒤집힌 바닥이 너무 무섭게 생겼다 ㅠ.ㅠ )

 고양이를 키워볼까, 라고 했을 때 친구 B양은 이렇게 말했다.

"난 개가 너무너무 좋은데, 못 키우겠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애를 내가 데려다가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이 좁은 집에 가둬놓고... 그러면 너무 미안하잖아."

 사실은 나도 좀 그래서, 그리고 나 하나만도 벅찬데 더 신경쓰이는 무언가가 생기면 힘들 것 같아서 굉장히 망설였었다. 그래도 고양이라면... 이라고 생각한 건 편의성 도모와 (화장실 잘 가리고 사람 손이 덜 간다고 해서) 혼자서도 잘 논다는 거, 그리고 일단 개보다 고양이가 더 예뻐 보이더라능;

 고양이는 그 유연함과 사뿐사뿐 걷는 발걸음, 그리고 도도한 이미지가 경이롭기도 하지만 또한 공포스럽기도 하다. 어릴 적엔 "고양이는 잘해준 사람은 잊어도 자기에게 나쁜짓 한 사람은 절대 안 잊는다"는 이야기라던가,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을 때라던가 때문에 정말 무서웠다. ㅠ.ㅠ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물이니만큼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듯. (검은 고양이를 처음 읽었을 때는 책 자체도 너무 무서워서 문밖에 던져놓고 문 잠그고 이불덮고 부들부들 떨면서 잤다 ㅠ.ㅠ)
 
 * 그래서 지금은 고양이가 좋냐 하면...
   - 일단 우리집 두유는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든다;
   - 자다가 눈 떴을 때 얘랑 눈이 딱 마주치는 경우가 많은데 눈 좀 맞춰 주고 다시 잘 잔다
   - 다른집 고양이는 잘 모르겠다;; 검은고양이는 아직 무섭다;

 여튼 동물을 하나도 키워본 적이 없으니 동물과 사람과의 교감 같은 건 거의 모르는데, 두유를 데려올 때도 형제 중 "가장 애교많은 애"라서 데려온 거이기도 하고... (고양이가 독립적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데...

 원래 고양이가 이렇게 사람한테 달라붙는 동물이던가? ;;;

 첫날은 구석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더니만 둘째날 부터는 꼭 사람이 있는데서 놀고, 잔다. -_-;
 거실과 큰방, 베란다를 다 열어주었는데 (베란다 닫아놓고 싶었으나 여름이라 -_-; 내가 답답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거실에 있으면 거실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놀고, 내가 큰방에 있으면 (주로 자고 있을때) 이부자리 주변을 맴돌면서 논다 -_-;; 대체 나 없을땐 뭐하고 노는거야? 궁금할 정도.

 고양이답지 않게 사람들한테 부비부비대고 그러는 애들을 개냥이라고 한다는데... 난 개가 어느정도로 사람한테 부비대는지 몰라서 개랑 비교하기도 불가능-_-;; 

 집에 가면 냐~냐~ 하며 잔소리를 잠깐 해대다가, 내 다리를 쫓아다니다가, 알아서 잘 놀다가 내가 화장실 가면 화장실 문 앞까지 따라와서 발매트 가지고 놀다가, 거실로 다시 가면 거실이랑 베란다 뛰어다니면서 놀고... 졸리면 누워서 잔다. 그리고 자다가 눈을 뜨고 나한테로 와서 내 발을 베개 삼아 베고 다시 잠들기도 한다. -_-;

 내가 자려고 자리 펴고 누우면 분명히 자고 있다가도 어느새 쫓아들어와 (소리가 안나니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 주변을 배회하다가 머리맡에 자리잡고 누워 두유도 자고. 새벽엔 열심히 내 주변에서 베개를 물어뜯거나, 깔고 누운 대자리를 갉아보거나, 내 손을 건드려 보거나, 머리카락을 그루밍해 주거나 한다 -_-;;

(거실에 둔 밥이 줄어드는 거나, 베란다의 화장실 흔적-_-을 보면 중간중간 왔다갔다도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커가면서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두유. 쥐돌이보다 사람 손을 더 갖고 놀기 좋아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다 ㅠ.ㅠ

↑ "나 졸린데 왜 자꾸 건드리고 그러는 거삼?" 의 포스.
(그러면서 왜 꼭 내 옆에서 자는 거냐;; )

 * 우울한 기분 회복에 조금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도 있었던 두유.
   - 솔직히 얘 신경쓰여서 우울할 틈이 줄어들긴 했다. (우울에 잠겨있을 시간따위가 많이 줄어들어 버렸다능! -_-)
   - 고양이라는 거, 굉장히 많이 우는 건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거의 소리를 안내더라. 신기.
     (발정기때믄 시끄럽다고 한다 -_-; 얜 아직 어려서...)
   - 우다다 달리다가 제대로 못 멈춰서 방바닥에 좌악 미끄러지며 네 발 다 뻗고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좀 웃기다;
   - 정말 몽글몽글 따끈따끈....
   - 얘가 좋기도 하지만... 내 성격상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야 해!가 부담이 되어 가끔 날 짓누를 때가 있다 ㅠ.ㅠ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