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4. 30. 00:00

평들이 너무 좋길래 기대했던 공연이었지만, 보고 나서는 좀 떨떠름했다. 염쟁이 유씨를 보러 갔을 때 퀴즈 당첨자가 되어서 받은 초대권티켓이었기에 망정이지, 내가 내 돈 주고 봤으면 조금 후회하지 않았을까?

아르코 예술센터 소극장. 지하 2층 정도의 깊이인 것 같은데... 소극장인데 물품보관소가 따로 있어서 놀랐다. 진행이 매끄럽고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던 극장.

무대가 구분선만 그어져 있고 그냥 바닥이라서 놀랬다. 맨 앞줄엔 보조석의자가 놓여있었는데, (다리 없는 좌식의자) 좌석이 다 차지 않으니까 그 분들을 뒤의 일반좌석으로 보내더라. 덕분에 앞줄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볼 수 있었다.

꽤 오래 (한달 이상?) 하고 있는 공연이라 여기저기서 공연평도 많이 봤는데. 다들 칭찬일색. 감동적이었다는 말 한가득. 그러나 등장인물들과의 관계가 조금 복잡한 관계로, 공연소개자료로만 보면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는 힘들더라. -_-;;

실제로 진행된 공연은 그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

햄릿과 오필리어를 연습하는 두 배우.
오필리어는 전 연인을 잊지 못하는데, 그 연인과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 적이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햄릿에서도 조연인생인 다른 여자 하나. 오필리어의 선배이며 로미오의 친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는, 세상 모든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치는 소리"

비스무레한 대사가 인상적이라는 모양인데...

난 사실 햄릿도, 줄리도, 로미오도, 유모도 조금도 이해가 안됐다. -_-; 심지어 저 감동적이라는 대사를 들으면서도, '스스로 어중간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특별하고 싶다는 것 아닌가? 그걸 나뭇잎 박수로 해소할 수 있단 말야?' 라고 짜증내고 있었으니까. -_-;

중간중간 노래가 삽입되는데, 뮤지컬 보다가 들으니까 확실히 노래를 못해서 비교되기도 하고. -_-;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옛날 유행가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내가 그런 노래들을 몰라서 그런지 상황에 어울린다는 느낌도 그닥 들지 않았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 부산 결혼식에 갔다가 당일날 저녁 공연을 보는 열성까지 보였건만, 그닥 맘에 들지 않아서 이제야 후기를 쓰네-_-;

(몇 주만 더 있었으면 저 나뭇잎 어쩌구 대사도 까먹었을 것 같다. -_-; 그나마 지금은 대충 기억이 나네)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