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4. 13:38

정말이지, 두 달 전엔 회사를 쉰다는 게 어렵고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상사의 눈초리가 곱지 않아서, 마음에 큰 부담이 됐었다.
눈치보면서 사는 거 싫다고 생각했는데도, 자존심인지 자만심인지 계속 남아 있었나 보다.
지금껏 휴학도 한 번 안했는데, 부모님께 휴직한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복귀를 며칠 앞둔 지금...... 두어달 놀아보니까

   - 꼭 쉬어야 여행 갈 수 있는 건 아니더라.
     쉬는 동안 두 번 여행을 갔다. 시엠립(캄보디아) 6박 7일, 키타큐슈(일본) 2박 3일.
     길게 유럽여행을 가거나, 더 여러나라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지만
     겨울에 긴 여행짐 싸기도 부담되고, 혼자 여행가기는 싫었다. (그리고 조금 무서웠다 -_-; )
     실질적 백수이기도 하고 (무급휴직이었으니)
     상대방 스케줄에 내가 맞춘 거라서 결국은 휴식이 도움이 되었던 셈이다.
     길지는 않은 여행이었지만 둘 다 재미있었고, 이정도의 기간과 비용이라면 복직 후에도 또 시도할 수 있다.
     여행은 또 가고 싶고, 즐거웠다. 그리고 다른 곳도 또 갈 수 있을 것 같다.

 - 쉬는 동안 꼭 뭔가를 이루어야 하는 건 아니더라.
    쉬겠다고 이야기를 했을때 "그럼 그 동안 뭐할건데?"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뭔가 이루어야 하지 않니? 하는 팀장부터, 아무것도 안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가~ 하는 동생,
    회사다니기 힘들어서 휴직하는 거라면 아예 새 직장을 찾아보지 그래? 하는 직장 동료,
    이번 기회에 유학준비를 해 보는건? 하는 사람도 있었다
.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에 조금 조바심이 나 있던 나는, 휴직한 첫 한 주를 불안에 떨며 보냈다.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금방 두 달이 지나갈 텐데, 어쩌면 좋지? 두 달 동안 "완료"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지? 하고.
    그러다가
    "운동 조차도 어려우면 하지 마세요. 부담갖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어차피 힘들어서 쉬는 거잖아요?"
    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정말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봤다.
   (심지어 쉬는 동안 블로그도 쉬고-_-; 책도 안 읽고-_- 여행사진 정리도 안했다. )

 -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길 잘했다.
    피부가 좋아졌다든지 하는건 부차적인 일일 뿐 (정말? ; )
    확실히 기분도 나아졌고, 물론 다시 출근하기는 싫지만 처음 휴직할 때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건강은 확실히 호전! 최근의 지옥같은(-_-) 추위엔 회사 안나가서 다행이다 라는 말을 매일 되뇌이고 있다.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쉬는 정도인데 뭐... 하면서 처음 휴직 결정할 때 조언해 줬던 사람들이랑,
    그냥 긴 휴가를 쓰는거려니~ 생각하고 (정말 의외로) 아무말도 않고 나를 다 믿어주셨던 부모님,
    휴직동안 "난 백수니까~~"하는 어리광 받아주면서 밥도 많이 사줬던 친구들, 선배들
    "복직하기 싫어~" 징징대도 "정말 그렇겠다~ 그런데 난 보고 싶어~" 라고 말해준 사람들.

    늦었지만, 그리고 쑥스럽지만 무한 감사를. ♡♡♡♡♡♡♡♡♡♡♡♡♡♡♡♡♡♡♡♡♡♡

 - 다시 일상을 시작하고, 책도 읽고, 가능하면 조금 더 낙관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근데 요즘 울집 냥사마 주무시는 걸 보고있으면, 다음생에선 꼭 집고냥이로 태어나야 할 것 같다! -_-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