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9. 15:04

사흘째가 되어서야 아주 조금 익숙해진 와라쿠안의 공동 세면대. 일찍 일어나다 보니 아침시간은 언제나 호젓하게 사용했다.


밤새 모기향을 피워놓는 돼지.


어슴프레 밝아오는 공동 거실. (그림이 그려진 장지 너머로는 와라쿠안의 마스터 가족이 거주하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숨겨져 있다.)

역시 아침을 굶고, (정말 굶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ㅠ.ㅠ 왜들 아침 일찍 안 여는 거야! 오후엔 일찍 닫으면서!) 버스로 아라시야마로 고고씽. 환승하지 않고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다행.
가는 동안 계속 가느다란 목소리로 안내방송이 쫑알쫑알거리길래 뭔가 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버스가 커브를 돌 때마다 "좌회전합니다" "우회전합니다"라고 알려주는 거였음; 정류장 알림과는 별도로...


오늘도 험난한 일정이 될 것을 보여주는 햇빛 쨍쨍 내리쬐는 연밭.


텐류지로 가는 길가엔 작은 사찰과 신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유롭게 들어오세요"라는 팻말이 붙어있던 보통 가정집같은(;;) 신사 정원에 놓여있던 너구리.


텐류지는 정원(500엔), 정원+본당(600엔) 두가지 관람코스가 있는데,
그냥 정원만 보고 가는 관광객이 더 많다. 하지만 일본의 정원이 "내부에서 바라보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 많은지라, 들어가 볼 수 있는 건축물은 들어가 보는 편이 좋을 듯.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고, 돌바닥엔 나무로 관람로를 만들어 놓았다. 회랑에는 지붕이 있어, 더운 여름 해를 피할 수 있기도 하다. 바깥이 찌는듯이 덮더라도, 그늘 아래로만 들어가면 의외로 시원하더라.


주요 건물 사이는 회랑으로 이어져 있다. 방안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로대가 놓여있지만;
건물 사이사이의 작은 공간도 공들여 정원을 조성해 놓았다.

중간중간 마루에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팜플렛이나 여행책자를 뒤적여 보기도 하고...
얼른얼른 봐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도, 건물 안에서 신을 벗고 천천히 걸어다니녔더니 많이 옅어졌다.
바깥을 걷는 것과 집(...은 아니지만) 안을 구경하는 것은 마음자세부터가 다른 듯.


본당에서 보는 중앙 연못.
사진도 찍고, 정원 둘러보는 다른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마루(...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에 다리 쭉 뻗고 앉아서 쉬면서 감상~


본당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는 정원 한바퀴! 여전히 햇빛은 미친듯이 뜨겁다. -_-;


덴류지는 산을 일부분 포함하고 있어서, 밖에서 보는 것보다 상당히 크다;
건물 내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봤으니까, 조금 크게 원을 빙 둘러서 산(처럼 보이지만 그냥 좀 높은 지대 수준;) 속 산책로를 걷다. 그늘이 좋아~!


덴류지 출구를 나서면 바로 치쿠린이 보인다.
빽빽한 대나무 덕분에 치쿠린에 들어서자마자 서늘~~
(역시나 타이밍 좋게 아무도 없을 때 사진 실컷 찍고 다닌 우리들 ^^; )

담양 죽녹원에도 가봤고, 대나무 군락 여기저기 가봤는데, 확실히 우리나라 (토종) 대나무보다 굵직굵직해서 느낌이 다르긴 하다~! 그치만 확실히 일본은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 ^^;; 대나무 숲길도 이리보니 사람의 손길이 많~~이 느껴지는 조성이다.  ^^;;


치쿠린 끝에서 만나는 오코치 산소.

유명배우가 아라시야마의 경치에 반해 만들었다는 이 별장은... 산이다. -_-;;;;;
난 별장과 정원이라길래 넓은 평지일 줄 알았지, 죄다 돌계단으로 된 산일 줄은...;;


손바닥만한 작은 정원과, 이리저리 휘어 있는 돌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신기하게도 바로 내가 가는 길 조금만 보일 뿐, 어쩜 이리도 교묘하게 휘어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옆 길이 안보인다. 코너 한번만 돌아도 함께 걷는 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

작고 오밀조밀하고 꽉 찬 정원(산행? ;;)이다.


중간중간 교토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그 중 정상에서 바라본 교토 시내 전경.
서쪽 끄트머리에서 바라보는 교토인 셈.

산을 다시 내려오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말차와 화과자값은 입장권에 포함 ㄷㄷㄷ


여름이어서인지, 차가운 말차와 모나카.

어제 우지에서 마신 말차가 너무 맛있었나봐~! 얜 까끌까끌해~ OTL
(한번 고급이 된 입맛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비극 ㅠ.ㅠ)


대나무밭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공간이다.


한 숨 돌리고 나서 다시 치쿠린을 거슬러 내려오면, 노노미야 신사가 등장.


붉은색 도리이가 아닌 껍질을 벗기지 않은 원시형태의 도리이로 유명한 곳.
갖가지 신들을 다 모시고 있다.
출산, 재물, 건강, 등등...;;;;

아침 굶고 산행까지 한 후 꼴랑 차 한잔 마셨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 밥 먹으러 란덴 아라시야마 역으로~


친구가 꼭 먹어보고 싶다던 "유바" 런치세트.
일본음식은 겉보기와 다른 애들이 너무 많다.
분명히 짤 것 같은데 달거나, 떡 같은데 달거나, 심심할 것 같은데 짜거나? -_-;;


메인인 유바. 유바를 건져먹고 나서 남은 물은 두유니까, 거기에 쯔유를 부어서(뭐? ㄷㄷㄷ) 먹으라고 ;;;
부으니까 너무 짜던데? OTL

위의 핑크색 나비는,

이 날 저녁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본 여행객들에게
"교토에 오면 뭐 먹어야 함? 유바랑 교쯔케 투성이임" 이라고 했더니
"나마후!!"라고 해서 대체 그 나마후가 뭔지 물어봤으나 아무도 설명 못했던 바로 그것;;
글루텐이라고도 설명하던데 (응? 밀가루의 그 글루텐?? 가정시간에 배우기는 했는데 ;;;)
나~~중에 찾아보니 밀가루의 쫀득쫀득한 성분만을 가지고 만든 거라고..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뭔데? OTL

이해하지 못한 나 뿐만 아니라 설명이 안되는 일본인들까지 머리 싸매게 했던 바로 그 "나마후"

(말을 못 알아들어서 뭔지 몰랐던 거 아님! 진짜임! 그쪽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하다 그랬음! ;;
한 명한테 물어봤다가 결국은 거실에 모인 모두가 (스탭 포함) 고민했던 바로 그 거임;; )

나중에 혹시 이거? 하고 사진을 보여주니까 그 핑크색 그게 맞다고;; 단풍잎 모양으로도 많이 만든다 한다.

하지만 역시 모르겠어 OTL 먹었는데도 모르겠어!! -_-;;

점심식사 후 도게츠교를 구경하고 닌나지-료안지-금각사 코스를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배가 불러서 그만 도게츠교 자체를 깜빡 잊고 바로 란덴 아라시야마 역으로 들어가 버리다. -_-;;

(이거 귀국하고 나서야 생각났다능 -_-;;)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