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30. 22:42

정식이름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5년 전만 해도 "왜관"이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가, 겸재 정선 화첩 반환 기념 다큐를 보게 되었다. "샹트 오틸리엔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던 겸재 정선 화첩이, 베네딕도 회 한국 진출 100년을 기념하여 왜관 수도원에 영구입대 형식으로 반환되었다" 라는 것. 화첩이 발견(...거의 발굴이라고 해야 할 수준 ^^;)된 스토리도 흥미진진. 왜관이라는 지명으로, 경남 어디 부근이려니... 하고 지레짐작하고서는 (지도도 한 번 안 펼쳐보고!) 내가 갈 일은 없겠네, 하고 마음을 접었었다. 


그리고 다시 수도원 이름을 들은 건 역시 다큐. 이번엔 음식!

"고국이 그리운 선교사들이 고국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수도원의 손님 접대는 성의를 다한다"는 것. 

그 대표적인 예로 왜관 수도원의 독일식 소세지가 소개되었었다. (손님 접대에 관한 규칙은 베네딕도회의 룰인 듯)


그리고는 또 한참을 잊고 있다가... 

"마음수양" 하려고 산사체험 같은 걸 한참 뒤적이다가, 절에 뭔가가 있으면 성당에도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고 검색해 보니 무려 "수도원 개인 피정"이 있었던 것! 아무나 들어가면 안되는 거 아닌가? 하고만 생각했던 수도원도 궁금하고,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착각이라도 들 것 같아서 (;;) 방문을 결정! 처음이라 어떨지 모르니 일단 3박 4일로 짧게....


역에서 갈 수 있는 거리라길래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무궁화호다. 몇년만에 타보는 거지 이거 ㅠ.ㅠ 


왜관역에 내렸는데 지도도 안내판도 하나도 없어서 당황. 역에서 근무하시는 분도 왜관수도원이 어딘지 모르신다고 ㅠ.ㅠ 

다행히 대합실에 계시던 지역 분이 안내해 주셨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서... 수도원이 나올때까지 쭈욱~~ 걸으면 되요" 


그동안 여행이라면 "관광지"만 다녀서 그런가. 표지판과 지도가 없는 동네에 혼자 서 있으려니 살짝 불안하기도. ㅠㅠ


말씀대로 쭉 가다보니 정말로 수도원이 나왔다. 시내(읍내인가? ;)에서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수도원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가득한 꽃향기.

난 수도원이라고 해서 금욕적인 공간만을 상상했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꽃들이었다.

가지각색의 꽃들이 가득. 향기도 가득.


특히나 구성당 주변은 정말로 꽃이 가득가득...



봄이 너무 늦게 온 덕분에, 서울에서 벚꽃 보고 다음주에 왜관에서 등나무꽃을 만나기도 하고. 



구성당 오른편에는 동화같은 구사제관이. (현재는 양초 공방으로 쓰인다고...)


작고 예쁜 벽돌로 된 구성당/구사제관에 비해 신축 건물은 좀 멋이 없네, 싶기는 하지만...



햇빛이 들면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바닥에 비친다. 

(왼쪽 벽에 걸려있는 작품은 십자가의 길 14처, 앞쪽에 있는 건 제단 왼쪽에 있는 감실)




가대 오른쪽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당연히 미사와 기도 시간에 실제로 연주된다.




겸재 정선 화첩은 역사전시실에 있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건물 주변을 몇 바퀴나 빙빙 돌아도 그런 전시실을 못 찾겠길래 지나가던 수사님께 여쭤봤더니...


본관 1층에 역사전시실이 있었다. ;; 문을 열고 불을 켜 주시더니 "나중에 불만 끄고 나오세요" 라고;

덕분에 혼자서 느긋하게 실컷 관람.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던 겸재 화첩. 금강내산전도는 정말, 정말정말 멋졌다. 이렇게 가까이서, 혼자서 오붓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고!




대성당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꾸며진 1층의 소성당. 




소성당에는 파이프오르간 대신 이런 악기가 놓여있다. 이 악기 이름이 뭐지;;




둘쨋날에는 비가. 등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기도 하고...



캐 발랄한 수도원 강아지와도 만나고.



마지막 날 우연히 청소시간에 돌아다녔더니 봉쇄구역과 성당과 연결되는 문이 열려 있었다.

저 문 너머는 수도자 분들만의 공간.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