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3. 22:57

왜관수도원의 안내 책자에는, 함께 들러보면 좋을 곳으로 "가실 성당"이 소개되어 있다. 일단 이름이 예쁘고(;;) 날도 좋길래 한 번 가보기로. 그러나 폰으로 검색해 보니 "도보 길찾기가 지원되지 않는 지역입니다" OTL


주소로 거리를 확인해 보니 6km 정도인 듯. 이 정도면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안내실 수사님께 여쭤봤다.


"가실 성당, 걸어서 갈 수 있나요?"

"가실? 걸어서 가기엔 좀;;; "


그래서 버스 노선을 찾아보았으나... 짐작되는 곳 주변을 한참 훑어도 정류장 표지판을 찾을 수 없어! ㅠ.ㅠ

맘 속으로 울면서 택시를 탔다. (택시 잡기도 힘들었고 ㅠ.ㅠ)



야트막한 언덕 끝에 작고 아담한 건물이 있다. 눈에 잘 띄는 표지판 같은 건 없으나......



경북 최고(古)의 성당이라나. 

솔직히 해외 포교/선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만난 이런저런 아름다운 건축물들도 그렇고, 왜관수도원 역사전시실에서 본 손으로 쓴 독일어-조선어-한문 사전 등을 보면, 당시의 선교사들이 얼마나 큰 사명감을 지녔는지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성당왼편으로는 작고 예쁜 정원이 있고, 성모동굴과 작은 제단이 조성되어 있다.



가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왜관에서는 "유리화"라고 부르던데, 참.)



내부는 신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사람들 생활습관을 고려한 "현지화"인 듯. ^^

겉모습만큼이나 소박하고 단정하다.


수도원 소식지의 작년 기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전해진 교회 미술은, "서양에서 가장 엄격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지 않을 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아쉽다...라는 의견이 있던데. 정말 아름답고 예술적인 교회미술이란 어떤 거라는 걸까. 



성당 입구는 종탑을 겸하고 있다. 실제로 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참고로, 왜관수도원 본원 성당의 종은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평소엔 구성당의 종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묵었던 날 가장 시끄러웠던 건... 성당의 종소리가 아니라 수도원 맞은편 할인매장의 음악소리와 광고였다규!)



성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순례자의 집"이라 이름붙인 방문객 숙소가 있고, 그 뒤로 현재 모임 공간이나 교실로 쓰이는 빨간 지붕의 구사제관이 있다.



구사제관 문이 열려 있길래 살짝 들어가 봤더니 양쪽은 평범한 교실인데... 중앙의 문을 열어 보니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슬쩍 올라가 봤더니 다락방이 있다. 다만, 먼지가 두껍께 쌓인 걸로 봐서 몇년은 사용하지 않은 듯;; 

해가 비치는 창이 예쁘다.



사제관에서 키우는 듯한 강아지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ㅠ.ㅠ

열심히 짖어대면서 꼬리를 흔드는데, 개의 언어는 아직 잘 못 알아듣겠다;;



사제관 뒤편으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가면, "숲 속의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십자가의 길 총 14처가 뒤쪽 언덕길 군데군데의 나무에 꾸며져 있다.

쭈욱 성당 내의 십자가의 길만 보다가, 외부, 특히나 이러한 언덕에서 보니 느낌이 새롭더라.



여기도 꽃이 가득가득.

왜관수도원 단체 방문자들 코스에는 이 곳도 들어 있는 듯, 단체버스로 들르는 사람들이 은근 끊이지 않았다.



5월의 장미로 덮이면 너무 아름다울 성모동굴과




그 아래 작은 동굴 속의 제단. 이런 제단 동굴은 처음 보는데... 의미를 찾아봐야지 하고서는 깜빡 잊었다.


* 가실에서 왜관까지는 한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는데... 근처 분들 말씀으로는 "저기 내려가서 집 앞에서 타면 돼" 하셨는데, 근데 차가 온다는 시간에 차도 안 오고, 버스 정류장도 안 보이고 ㅠ.ㅠ


택시 타고 오면서 보니 직선이었으니 돌아갈 수 있겠지, 하고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 땡볕일지 모르고. ㅠ.ㅠ 

대충 왜관 근처까지는 걸어갔는데 읍내부근 길이 복잡해지면서 거기서 길을 잃어서 좀 헤맸다. 

뭐, 결국 한시간 가량 걸리기는 했다. ;;;


* 나중에 명동성당에 갔더니, 규모는 훨씬 크지만 비슷한 구조여서 반갑. :)

개인적으로는 작고 단정한 성당이 더 마음에 든다. 나중에 한옥 성당 같은 곳도 들러 보고 싶고. 전주 전동 성당도 올해 내로는 가봐야지. 


* 이러다 본격 수도원/성당 기행 쓸 기세;;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