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2. 20:30

곡성성당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드물어서 은근 시간 맞추기 힘들었다. 

시간표 안 보고 지하철만 타거나, 예약한 KTX만 타버릇 해서 버스 기다리는 습관이 안 들어서 더 그런 듯;


다음날은 상냥하신 아빠께서 꽃구경이나 하라며 차 키를 엄마한테 주고 버스로 출근하셨다. (어버이날이라고 내려가서 엄마아빠한테 서비스만 받고 왔네;; 아빠 감사해요! )


목적지는 화순 수도원.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기도를 들으러 검색질하다 보니 화순에 왜관수도원 분원이 있더라구;;


손제본실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듯 하여, 화순 수도원의 낮기도를 들어보려고 "엄마, 수도원이 참 이뻐~" 하고 졸라서 화순 수도원으로. 



기대만큼 꽃이 만발한 진입로를 지났는데...

어라? 어째 좀 썰렁하다?  

홈페이지를 보니 수사님 다섯 분이서 꾸려가시던데.. 그래서 그런가?


예쁘게 꾸며진 진입로와는 대조적으로 다소 썰렁한 느낌의 안뜰.



안뜰 입구의 성모상. 으음. 엄마가 분명히 차로 지날 때 수도원 같은 건물을 보셨다 하셨었는데...


갸우뚱하며 입구로 다가가 보니, 출입문에 쪽지가 붙어 있다. 


"성당은 손님의 집 XX실로 오세요"


...엥? 왜?



왜냐하면, 성당이 공사중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조금 당황. 제본실과 피정을 운영하길래 공사중인 건물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아니 그래도 뭔가 없나...하고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 보니, 뒤쪽에서 보는 1층은 작업실인 듯, 각종 농기구와 트럭 등이 있는 차고가 있고, 제본실에서 (종이 커터기랑 인쇄된 페이지가 쌓여있어서 추정;) 두 분이 일하고 계셨다. 


사실 왜관수도원에서 실제 수도사님들 일하는 걸 뵙기 전엔...

수도사님들 일하실 때도 수도복 (그러니까 까맣고 치렁치렁한 그거!) 입고 하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티셔츠에 청바지, 혹은 트레이닝복도... 줄담배 피우시는 분도 계시고 엄청나게 큰 밀짚모자도 쓰시고...하더라능. 이것도 수도회에 따라 틀린 걸까나? 


여기서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일하시는 수사님들 발견;


"저, 낮기도 참석하러 왔는데요..."


했더니 수사님 조금 당혹하신 듯; 


"지금 성당이 수리 중이라 참석하실 수 있는 건 미사 밖에..."


하지만 수도원의 아침미사는 06:30이란 말입니다. -_-;; 머뭇거리며 돌아서니까 좀 민망하신 듯, 


"구경 맘껏 하고 가세요. 저기 연못도 있고, 분재도 있고, 닭도 있어요."


;;;; 방문해서 죄송했어요 수사님;; 싶은 느낌;;



뒤뜰 너머 연못이 있다. 수도원 건물이 통째로 들어갈 만큼 넓은 연못. 연못도 정리정돈은 되었지만 아직 예쁘게 조성이 완료되어 있지는 않다. 들어올 땐 이렇게 넓어보이지 않았는데 들어와보니 상당히 넓네. 



연못주변에도 공사중인 흔적들이...


그나저나 연못 주변을 들러보다 보니 엄마는 여기가 예전 낚시터가 아니었을까 추측하시더라. 



비슷하게 맞추신 듯. 분재가 몇 개(어...분재 세는 단위가 뭐더라? ;;) 놓여있는 곳은 아무리 봐도 수영장;

예전에 위락시설 용도로 사용했던 부지를 왜관수도원에서 구입한 듯.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비닐하우스에는 분재가 있고, 그 너머 다른 동에는 고추 등의 식자재가 자라고 있다. 

비닐하우스 뒤편에 또 공터와 닭장이 있는데... 무지 넓은 닭장도 지금 다른 수사님들께서 수리 중; 닭은 서너마리 있는 듯.


엄마는 둘러보는 내내, "다섯명이라구? 다섯이서 이걸 다 어떻게 꾸려..." 하며 걱정을;;;; 해 주셨고;;



정신차리고 보니 역시 더 황량한 안뜰. 하지만 경관은 참으로 좋다.



정말 보기보다 은근히 넓어서, 예쁜 돌계단으로 올라가는 둔덕도 있다. 하지만 그 위쪽은 역시 그냥 벌판;;


역시 아직 계속 가꾸고 계시는 중인가봐;; 몇 년 더 기다려야 완성되나봐;;



십자가의 길은 바깥 연못을 따라 조성. 



수도원은 어디서 이렇게 넓은 부지를 잘 챙겨서 이렇게도 이쁘게 꾸미는 거지?

수사님들 땅보러 다니시는 걸까 궁금해졌다;;;;;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길. 입구 족에 있는 손님의 집. (방마다 각각 독립된 입구가 있다.)


미사나 기도에 참석했다면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쉽고, 

"기도하고 일하라" 를 정말 충실히 지키시는 열심히 일하시던 수사님들;; (수도원 입구는 활짝 열려 있고, 원내를 외부인이 돌아다녀도 신경 안쓰신다;; 봉쇄구역쪽은 물론 안갔음!)


그리고, 간직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꼭 여기 손제본실에 맡기고 싶다.

홈페이지에 작업 결과물 올라온 결과물들이 너무 아름답다.

뭔가 일부러라도 맡겨서 나만의 책을 가지고 싶을 정도로 소장욕구를 일으키는 아름다운 가죽제본책들. 


다음번엔 성당이 완공된 후에 방문할 수 있기를.

(그 때도 수도원 찾아다니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