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3. 03:29

낮기도 일정이 틀어졌으니...

화순으로 오는 내내 표지판이 (너무나) 넘쳐났던 고인돌 공원에 들르기로.

확실히 자차는 편하긴 하구나. (면허 딴 지 10년 넘었지만 운전은 전혀 못하다보니;; )


친가가 고창이라서, 고창에 갈 때마다 "고창 고인돌 공원" 표지판을 질리도록 봤었는데, 정작 고인돌을 본 건 한두번 뿐;; 


화순 고인돌 공원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한다. 

해외 나갈 때는 비싼 입장료 물어가면서 "세계문화유산이래!" 하고 들어가봤었는데 화순에 있는 줄도 몰랐었다; 반성;;;;


고인돌 공원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려니까 안내소에 계시던 분이 말씀하신다.


"여기 방명록에 이름 적으시구요, 차로 올라가세요~"


......전 그저 세계문화유산이라길래 차로 가면 안되는 줄로 알았지만 뭡니까? ;;

(몇 년 전 타지마할을 방문했을 때, 흰 대리석인 타지마할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 몇 km이내를 전기 이외 동력 수단을 금지했던 인도가 생각나지 말임다? )


하지만 차를 타고 올라가길 잘 했던 게...

- 고인돌 "공원"이 아니다. 산 전체에 고인돌이 널부러져(;;;;) 있다.

- 먼지 날리는 흙길에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다. ㅠ.ㅠ


엄마 말씀으로는 고창 고인돌 공원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규모라고. 

정말...... 고인돌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눈길 닿는 산비탈 어디나에 고인돌이 "널려"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라 큰 건 정말 집채만하기도. (거짓말 안보태고 웬만한 원룸 사이즈)


언제 햇빛이 덜 강한 날, (혹은 햇빛에 완전무장 하고 나서) 차분히 걸으면서 다시 보고 싶다. 


엄마도 예전에 세계문화유산 지정 전에 오셨었다고... 그래서 차로 쉬잉 돌아보면 될 줄은 엄마도 모르셨다. 

시간이 또 남았네? ;;;;;;


고인돌 공원 출구에서 운주사까지 얼마 안걸린다고 하길래 내친 김에 운주사까지 고고씽.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는 내게도 어릴 적 방문한 기억이 남아 있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흩어져 있던 불상과 돌탑들. 모양새를 갖춘 석탑 말고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을 쌓아 올린 작은 돌무더기 탑이 모여있던 곳, 나무그늘과 바위그늘이 그림자를 드리운 곳마다 이끼와 함께 있던 불상들. 코를 깎아 먹으면 아들 얻는다는 속설 탓인지 하나같이 코가 없던 부처님들. 


내게 운주사의 이미지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절 두 채는 들어설 만한 넓은 주차장과 함께, 어라? 입장료를 받아? (3000원/인), 게다가 입구에 이런 평평한 대로가 있었나?


봄이라서 인상이 밝아보이나, 하고 생각한 것도 잠시...



......어라? 부처님들이 왜 줄 맞춰 계시지? 원래 이런 분위기가 아니지 않았나?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천불천탑이라, 내가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운주사라기보다는 거의 "운주사 터" 수준이었다. 불당도 물론 없었고... 그런데 20년만에 갔더니 엄청 커진 절이 있고 부처님들이 각잡고 열맞춰 계셔! 게다가 코 성형도 하셨어!!!!! 분명 코 없는 부처님이 더 많았단 말야! 제대로 계시기보다 쓰러져 계신 분들이 더 많았고! 



그래! 바로 이런 분위기!

......그러나 마치 여기만 "보존 구역"인 것 마냥, 



말짱한 남은 불상들을 박박 긁어모아 열맞춰 세운 듯한 이 어색함. ㅠ.ㅠ



예전엔 좀 친근하게 느껴졌던 좌불도 이런 느낌 ㅠ.ㅠ 



원형석탑은 이런 느낌. ㅠ.ㅠ

(2007년에 운주사에 두어달 묵었다는 R양의 증언에 따르면, "어 저거 내가 만지고 놀았는데? ;;"  이렇게 변한 것은 아마도 최근인 모양이다.)


"석탑"이라고 부를 만 한 그럴듯한 탑들만 남겨두고, 그 많았던 돌탑(누군가에게는 돌무더기로 보였을)들이 다 없어졌다.


이건 아냐, 이건 "천불천탑"이라고 부를 수 없어! 



와불을 보러 가는 길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돌계단이 끊긴 곳에는 어김없이 나무데크가 나타난다. -_-; 

난 이렇게 밝고 화사하고 요즘 절 같은 운주사에 대한 추억은 없단 말이닷! 



와불 주변에도 깔끔하게 조성된 나무데크 "관람대".

이쯤 되니 포기 -_-;;



그나마 예전 다운 분위기의 칠성석. (주변이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었다는 것만 빼면 -_-;)


엄마도 나도 완전 실망.

이런 아무데나 있는 절을 보러 간 게 아녔어. 난 "천불천탑"을 느끼고 싶었지 (사실 예전에도 한참 부족했지만 분위기만은 충분했는데!), 저렇게 열맞춰서 전체 불상은 몇 기, 탑은 몇 기...이런 숫자를 보러 간 게 아니라고.


아마도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듯한 운주사. 천불천탑이 그리우면 앨범이나 봐야지. 쳇.



점심은 나주에서 나주곰탕! (...예쁘게 세팅되어 나왔었는데 휘젓고 나서야 사진이 생각나서 그만 저런 꼴이;;)

설렁탕도 갈비탕도 싫어하고, "물에 빠진 고기 따위 싫어! 고기는 구워야지!"를 외치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먹는 고기국!

(나란 뇨자 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도 안먹는 뇨자. 카레에도 고기따위 안 넣는 뇨자;)


하지만 나주곰탕만은 국물도 물에 빠진 고기도 완전 좋아한다지~ ♪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