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9. 11:20

엄마랑 단둘이 여행의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노안 성당.


작년 크리스마스에 아빠랑 같이 찾아오셨는데 성당을 못 찾아 엉뚱한 성당으로 가셨다고. ;;


나중에 보니, 이름은 "노안" 성당인데 노안리를 한참 들어가도 성당이 안 나오는 거였다;;;;

나주 IC에서 가면 의외로 금방이지만, 나주 시내에서는 찾아가기 힘들어서 꽤 헤맸음;


(참고: 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188874&path=200704)


성공회 서울 대성당(주교좌 성당)이 "장십자가형" 평면 구성이라고 되어 있는 설명은 봤지만... 라틴십자형과 장십자형은 틀린 건가? ;; 



사제관과 성당 주변이 공사중이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성당은 기본적으로 24시간 개방인데, (왜관 수도원의 수도원 성당은 9시가 넘으면 문을 잠가 버린다고는 한다;; 9시 넘어서까지 안에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아 철야하려나 보다... 하고 그냥 잠그신다고;; ) 양 쪽문이 잠겨 있고, 중앙 문이 괴임목으로 닫혀 있어서 좀 당황. 괴임목을 치우고 들어갔다. 



나주성당과 마찬가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들어가자 마자 제대가 보이는게 아니라 제대를 가린 파티션과 성모자상이 보인다. 



(켁 사진;;)


십자고상이 매우 독특하다. 선으로 표현된 예수님.

(이제 보니 부활시즌이라 전체적으로 제단의 장식꽃들도 화려했구낭)



좌측돌출부의 좌대. (우측은 성가대석) 

십자가의 길은 입체 액자로 되어 있다. 



정원의 야외제대와 성모동굴.  (여기도 루르드의 성모)


건축사적 의의나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전체적으로 많이 낡아서 안타까웠다. 



성당 정원 입구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상.

솔직히 이런 말 하기엔 죄송스럽지만... 내가 본 것 중 가장 없어보이는 성상이었다. ;;

일반적으로 김대건 신부의 상은,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허리에는 띠를 매고, 어깨에는 영대를 두르고 한 손에 성경을 든, 그러니까 "사제 서품을 받은" 의연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없어 보이는 상은 무엇? ;; 모자를 보면 마카오 신학생 시절인가? 게다가 맨발... 돌에 희미하게 새겨진 이름이 아니었다면 몰라 봤을 듯.


이렇게 야위고 가엾어 보이는 상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다.



성당 뒤편으로 돌아가는 길.


노안 성당이 위치한 마을 중심에는 성모동산이 있고, 그 옆에는 산타 우체국이 있다. 엄마아빠가 작년에 여기 가볼까, 하신 것도 성탄 장식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라고. 최근에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성탄 장식을 크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5월에는 상대적으로 썰렁. 산타 우체국도 (물론) 문을 닫았고, 전구 장식도 (당연히) 없고.


푸른 녹음은 아름답지만 적막하다.



여름/겨울에는 폐교를 활용, 수련회 등으로 쓰이고 있다고...


이렇게 화순부터 나주까지 하루 꽉 찬 일정이 끝.

어버이날이라고 내려갔는데 엄마한테 서비스만 종일 받았어;;;;;;;


확실히 기본 지식이 있다 보니, 절 보다는 성당이 보기에 즐겁다. 건물의 겉모습도 그렇고, 내부 장식의 의미도 알아볼 수 있고, 각각의 십가가의 길 비교도 흥미롭다. 특히나 요즘은 정말로 야외에 이쁘게 꾸며놓은 십자가의 길이 많네. 


어릴 때 우리 아빠는, "한국의 역사적 건축물을 보려면 역시 절이지!" 라고 하셨는데...

내 눈엔 사천왕은 다 무섭고 부처님들은 다 똑같이 생겼고, 관음상은 너무 많아서 구별하기 힘들 뿐이었긔...ㅠ.ㅠ


그러니까 "아는 만큼 보인다"가 정말 맞는 말이긔.


근대 건축물, 하면 여수 세관이나 그런 것들만 떠올렸는데, 확실히 종교 건축물이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소유자가 쉽게 바뀌지도 않고 허물고 다른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해서...


날씨 좋은 동안 여기저기 방문해 봐야지.

외국여행만 동경했었는데 국내를 돌아보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고 있다.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