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9. 17:26

(2월의 일본여행 계속;)


느긋하게 우지를 둘러봐야지, 했었는데... 지신사와 다이호안을 들르고 나니 다른 곳은 더 찾아가기도 귀찮고, 나카무라 토키치 혼텐에서 차나 마실까 했는데 여전히 대기가 10명 이상이고... 그래서 지도를 보다가, 위치가 애매해서 이전에 못 들렀던 도후쿠지에 가보기로! 


도후쿠지는 교토에서 가장 큰 절로, 나라의 도다이지+고후쿠지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중세 선종 유적이라는데 불교 종파는 잘 모르겠으 ㅠ.ㅠ


JR 웨스트 패스를 착실하게 사용해서, JR 도후쿠지 역에서 하차. "사람들 많이 가는 곳이 옳은 방향" 이라는 믿음으로(!) 어리버리하게 따라갔다.


중간중간 표지판도 확인하기는 했는데... 지도가 나와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가 되는 바람에 -_-; 지도 읽기 너무 어려움 ㅠ.ㅠ 그래도 일본은 길 표지판이 정말 잘 되어 있는 듯! 한국에서는 어딘가를 찾아갈 때 표지판만으로 찾아가기는 거의 힘들다.;;


작은 암자 입구가 보이길래 "어머 여기인가봐" 하고 무작정 들어갔더니 절 본채는 아니고, 딸린 작은 암자 레이운인(霊雲院). 하지만 물론 입장료는 받지. -.-



암석 정원은 계절에 따른 느낌 차가 별로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눈이 쌓이니 역시 다른 느낌이 들기는 한다. 



제목은 [九山八海]라고. 음... 저 돌이 산이고 소용돌이가 바다인가봐... 그런가봐;; (난 여전히 암석정원 이해하기엔 너무 부족해;;)


 

서로 다른 색모래로 구름을 표현.


암자를 다시 돌아나와 한참을 벽을 따라 걸어야 드디어 도후쿠지가 보인다. 정말 넓기는 넓다......



입구로 들어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는 셋 있는데, 그 중 臥雲橋가 들어가는 입구. 왼쪽을 보면 중앙 다리인 쯔텐교(通天橋)가 보이는데, 여기의 단풍이 교토에서 제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만...


나중에 삼문 견학을 할 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천황이 유명한 주지스님께 "무언가 바라는 것이 없느냐" 했더니 "이 절에서만은 벗나무가 없었으면 합니다" 라고 대답하여, 경내의 벗나무를 모두 뽑아버리고 대신 단풍나무를 심었다고... 


("사실은 저쪽-삼문 뒤쪽-에 딱 한그루 벗나무가 있답니다. 여러분만 알고 계세요"라며 덧붙여준 에피소드. 꽃놀이가 소란스러워서 벗나무를 없애달라고 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풍 덕에 가을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하니, 소란스러운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단풍 시절에 사람이 얼마나 많냐면... => http://endeva.tistory.com/1409 

난 절대로 도후쿠지의 단풍은 못 볼거야.. 안될거야 아마 -_-;; )



정자처럼 난간과 지붕이 있는 다리.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회랑 같은 다리가 있나? 음.. 일단 오래된 나무다리를 거의 못 본 것 같네; 



본당 구역으로 들어가는 문. 왼쪽의 회랑을 따라가면 들어올 때 봤던 쯔텐교를 지날 수 있다.



한산한 회랑. 양쪽엔 조금의 빈 공간도 없이 일본정원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맑은 하늘 아래 호조정원이 있는 건물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군데군데 작은 오솔길과 돌다리도 예쁘장하게 놓여 있고.



돌다리도 슬렁슬렁 걸어 올라가기.




쯔텐교 끄트머리에는 가이산도가 있다.



왼편에는 작은 연못이, 



오른편엔 격자모양의 모래정원이 배치.


마루(?)에 걸터앉아 한참을 구경하다가 나왔다.



다시 쯔텐교를 지나 본당 쪽으로...


지난 여행 때 도후쿠지처럼 큰 절을 일정에서 제외한 이유는, 경내의 대부분이 중요문화재로, 일년에 단 며칠만 공개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일부러 일정을 쪼개서 올 것까진 없잖아, 하고 생각했기에...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으로 그냥 가볍게 갔는데 (일반적으로 봄/가을의 특별 공개가 있음) ... 겨울의 특별 공개를 한단다;;

음, 봐야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하지만 내가 절 하나 구경하자고 2000엔이 넘는 입장료를 내게 될 줄은 몰랐다규! ㅠ ㅠ

(울 나라 절은 입구에서 입장료 내고 경내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식인데.. 일본은 대부분 건물마다 따로 입장료를 받아서 ㅠ.ㅠ)



세번째 다리, 엔게츠교를 건너서 만나는 료안인. (상시 비공개)


동서남 서로 다른 주제로 꾸며진 기레산스이 정원이 특징이다. 시게모리 미레이라는 천재 조경사의 작품이라고.



서: 용의 정원


안내하시던 분이 사진찍지 말라 하셔서 (ㅠㅠ) 슬쩍 찍고 한바퀴. 이 건물은 정문부터 건물 자체까지 죄다 국보에 문화재. ㄷㄷㄷ

일본정원은 "걸으며 즐기는"게 아니라 건물 "안에서 보고 즐기기" 위한 정원이기 때문에 건물안에서 보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하지만 안에서 봤는데도 이해하기 힘든 곳이 많기는 하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호조. 역시 동서남북의 주제가 다르다. (조경사가 동일인물임;)




남쪽정원. 눈이 녹아 떨어져서, 처마 밑 모래에 자국을 남겼다. 



동: 북두칠성을 표현한 북두의 정원 (실제로 보면 정말 작다!! 다른 건물의 쓰고 남은 주춧돌과 기둥을 이용했다고)



북쪽정원: 설명에 따르면 다듬은 철쭉과 모래로 구성한 정원이라고. 눈 때문에 다 덮여서 격자모양이구나... 정도밖에?


정원을 보려고 마루에 걸터앉아서 팜플렛을 열심히 읽어보곤 하는데... 왤케 심오하지 ㅠ.ㅠ


한바퀴 돌고 나와 본당 주위를 빙 돌고, 그리고 등장한 국보 삼문. (역시 특별 공개)



선종 사찰의 삼문 규모로는 일본 최대. 종파를 통틀어서는 두번째의 규모라고 한다. (그나마 최대 규모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다고.)



평소에는 공개되지 않는 건물이지만, 특별 공개를 하고 있다. 신발을 비닐봉지에 벗어놓고 가파른 (위험할 정도로!!)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2층. 2층도 무지 높다. 건물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2층 건물 안쪽으로는 암막이 늘어뜨려져 있다. 


암막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기둥과 불상과 십육나한상이...


조명이 있기는 한데 어둡다. ㅠ.ㅠ 이정도로 낡았으니 (1425년 재건축) 그림이 상할까 봐 햇빛을 차단했겠지. 


마침 타이밍이 맞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인상적인 건... 


- 중심기둥은 거대한 나무를 통으로 사용하고, 지붕 들보를 끼워맞춤형식 (7방향)으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큰 통나무 기둥은 일본에 다시 없을 겁니다. 

- 부처님을 둘러싼 분들 중에.. 저 한분만 고개를 다른방향으로 돌리고 있지요? 저분이 석가의 아들 라후라 님입니다. 아버지, 하고 부르는 듯한 느낌이지요? 만약 부처를 둘러싼 나한상 중에 한명만 포즈가 다르다면 그분이 라후라 님이니까, 꼭 한번 찾아보세요 ^^


아까의 벚나무->단풍나무 이야기도 여기서 들었고. ㅎㅎ


유익하고 재밌긴 했는데, ......발시려! 발시려! 발시려!

목조건물이 이렇게 발시려운 곳인 줄 몰랐다구! 눈도 오고 해서 양말도 두겹이나 신고 갔었다구! 신발 벗을 걸 대비해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외로 벗을 일이 많아서 두겹 신길 잘했네, 하고 생각했었는데... 30분 넘게 설명을 듣고 있자니 추워, 추워, 추워! 


안그래도 추운 날이었다. 그리고... 오래된 목조건물은 바람만 들이치는게 아니었다. 바닥도 상상 못하게 차가웠다. ㅠ.ㅠ



내려오면서 다시 삼문. 역시 계단은 너무 가파르다;;


2월 중순은 관광시즌이 아니니까 사람들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역시 교토. 어디 가나 관광객이 제법 있더라. 

대부분 일본인인 듯, 외국인은 잘 안보이긴 하더만. (하긴 이렇게 추운데 ㅠ.ㅠ)


단, 일본은 길쭉해서, 역시 같은 나라라도 날씨가 많이 다르다. 

우지의 다이호안에서 만난 분들은, "올해는 눈이 와서 별일이다 생각했어요", "제가 온 곳은 여기보다 10도는 더 따뜻한 듯.." 등의 분위기였으니. 


완전히 꽁꽁 얼어버린 발 덕분에, 얼른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흑흑 추워. ㅠ.ㅠ


특별 공개 건물이 많았던 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삼문 설명을 들은 것도 정말 좋았지만... 

그래. 뭐, 그걸로 만족! ;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