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17. 00:00

3일동안 4편보기의 마지막. 수원까지 뛰었다. -_-

원래는 서울 올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올 12월에 아르코에서 공연), 이 규모의 무용단/대취타악단 등이 함께 출연하는 기회가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없을 것 같아서 ... 그리고 사실 평이 너무 좋아서 그냥 확 질러 버렸다. -_-;;

앞에서 두번째 줄이었는데, 오케스트라석이 있어서 무대와의 거리는 상당히 먼 편. 무대와 거리가 멀다는 평이 있는 극장이 어디였더라...기억이 안나네. 서울에서도 그런 극장이 있었는데. 소극장이라면 10번째 이후에 앉았을 때 느꼈을 법한 거리.

오케스트라가 있고, 무대 한편에는 전통악기 (가야금, 해금, 북..또 뭐가 있었지?) 연주단이 또 있다. 곡 및 분위기에 따라 함께 협연하기도 하고, 따로따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음악이 화려해서 좋더라. 말발굽소리 같은 것도 악기 소리로 리드미컬하게 처리.

처 음 시작 무렵엔 무대 뒤쪽에 큰 문 세트로 가려져 있어서 몰랐는데, 치워지고 나니까 무대가 굉장히 넓더라. 4면을 모두 사용하는 회전무대, 그리고 그 회전무대 뒤쪽에 다시 막. (이 부분은 나중에 화성건축씬에서 돌담이 들어선다.) 옥좌가 있는 단, 궁궐 방, 높은 벽아래 긴 의자가 있는 방, 그리고 나루터.

두꺼운 막을 쓰지 않는 데다가 (얇은 스크린만 사용) 오케스트라 불빛덕분인지 입/퇴장 때, 장면전환때 무대가 암전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게 다 보여서 처음엔 좀 거슬렸는데 익숙해지니 괜찮더군. -_-

회 전무대가 회전하는 동안 시간도 같이 흐르는 거라서, 예를 들자면 단이 회전해서 궁궐의 방이 될때, 자객들의 습격이 이루어지는 동안 자연스레 회전이 이루어진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매끄러워서 어색하지 않고 좋더라. 무대 전체를 꽉 차게 사용하기도 해서, 2층 높이, 바닥, 그리고 양쪽 사이드까지 모두 버릴 곳이 없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 챙겨보고 싶더라.

스토리 연결이 매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무대와 공연의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줬다고 생각한다. 커다랗게 회전하는 회전무대, 왠만한 영화에서도 그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았던 나루터, 거중기가 두 대나 등장하는 화성축조씬 및 끊임없이 쏟아지던 물줄기...

나루터 및 화성 축조 씬에서의 그 등장인물들은 정말.... 50여명이 한 무대에 서니까 장난아니더라.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에서 무용단과 대취타단까지 모이면 무대가 복잡복잡할정도)

대극장 무대가 이런 거구나~ 라는걸 실감한 공연.

민영기/조정은의 네임밸류도 나를 수원까지 끌고 가는데 큰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정작 가서는 무대장치 및 공연의 규모에 너무 놀래서 배우들은 덜 보이더라. ^^;;

빙허각-정조의 러브라인이 약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가서인지, 이정도면 많이 나오네~ 싶었다;;

그래도 민영기/조정은은 과연 잘하더라.
매번 주연 맡는 게 이유가 있더군.
근데... 민영기/조정은을 알고 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몰라봤을 것 같다. -_-

[황당잡담]

수원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쪽의 아저씨 두 분이 갑자기 묻는다.
"여기서 예술회관 가려면 오래 걸려요?"
저도 거기 가려는데 초행이라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했더니 굉장히 반가워하신다. 택시 같이 타고 가자며,
"표는 샀어요?"
아니 공연보러 서울에서부터 내려오는건데 당연히 샀죠;;
표 없으면 주려고 그랬다면서, 안주머니에서 R석 초대권 티켓을 꺼내는데, 몇십장은 되는 것 같다. -_-;; 젠장 내 티켓값! 하면서 속으로 울고 있는데 두장을 건네주신다.
"친구 불러서 같이 봐요. 어차피 버릴 건데 뭐"
눈물나더라. -_- 젠장, 저렇게 초대권을 뿌린단 말야?
공연평들 중에 공연은 좋았는데 관객매너가 개판이었다는 말이 많았던게 이해가 되더라. 이래서 그랬던 거야? ㅠ.ㅠ 죄다 초대관객이어서?

뭐 그 아저씨들이 택시비도 대신 내주고 해서 결국은 좋긴 했다. -_-;

앞에서 두번째 줄에 앉았더니 다른 관객들 매너도 거의 안보이더라.
앞 두줄은 열성적이었거든. -_-;;

커튼콜때도 끊임없이 박수를 쳐대서 배우들이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야 하나? 뭔가를 불러야 하나? 하고 멈칫멈칫하기도 하더라. ^^;
(뒤쪽 다 나가는데 앞 몇줄만 죽어라고 박수쳐댔음)

[삽질잡담]

수 원에 내려가면서, 멍청하게도 서울 올라올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가, 돌아올 때 지하철 끊길까봐 아슬아슬한 시간에 오게 되었다. 수원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서울로 올까 고민도 잠시했으나, 그래도 역시 서울로 오는게 좋겠지 싶어서 차를 타고 나서는 또 후회. 아무래도 지하철이 끊길 것 같았거든.-_-;

강남에 아는 사람 집 있으면 신세좀 지려고 했는데 신세질만한 사람이 생각이 안나는 거다. 인생 헛살았군..투덜거리면서, 사당역 도착하자 마자 죽어라 뛰어서 한성대행 막차를 잡아타고, 혜화에서 택시타고 귀가. 근데 지하철 타고나서야 생각이 났다.

선희언니 집에서 잘걸. -_-;

괜히 언니한테 전화해서 "언니가 너무 연락을 안하니까 언니를 잊었잖아~" 구박 한번 해 드리고-_-;;

혜화-창동 택시타고 들어오는데 길이 참 익숙하더라. -_-;
술먹고 돌아오던 코스라서-_-;;

앞으로 출근전날에 지방 공연 구경가는 미친-_-짓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 그리고, 이 거리를 매번 다니는 p양, 존경해요~!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