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12.10 꿈을 주다 - 와타야 리사
  2. 2007.01.19 흙속의 아이 - 나카무라 후미노리
2007. 12. 10. 12:04
* 양억관 옮김, 중앙 Books 펴냄

 주요 단어들: 연예계, 아이돌, 일, 사랑, 상처

 파국의 분위기를 풍기는 프롤로그에서 갑자기 따뜻하고 행복한 유코에게로 포커스가 바뀌면서 글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읽고 있는게 와타야 리사가 맞나? 하는 낯설음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전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놀라움을 줄 정도로 글이 많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열여덟이 될 때까지 유코를 따라가는 구성이다. 유코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 딸내미" 정도 될까. (TV에 비친) 유코의 성장을 바라보며 귀여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유코는 "꿈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의 "주다"에 위화감을 느낄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살짝 비치고 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서 행복하다, 어쩌다를 판단하기도 전부터 주위에 휩쓸려서 걸어만 왔던 유코. 그러기에 스스로가 선택한 일탈이 더욱 달콤했겠지만 읽는 내내 어찌나 안타깝던지. 왜 그리 어리숙하게 구는 거니?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게 행복일 리 없잖아. 하고 야단쳐서 되돌려 놓고 싶었다. 정말로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사람을 강하게 붙들어매고 놓아주지 않는 매력이 있는 책. 성장소설인데, 안타깝고 가엾다.

 서평을 찾다 보니 전작에 비해 실망했다는 글들도 꽤 있던데... 난 이정도면 좋다고 생각. 앞으로도 와타야 리사를 계속 읽을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너무나 빠져 읽는 바람에 지하철 역을 지나칠 뻔했다. -_-; 짧은 거리도 아니고 한시간여를 타고 가면서. 보통 서울역/사당/서울대공원 정도에는 정신이 드는 타이밍인데 전혀 몰랐다 ㅠ.ㅠ )

* 와타야 리사 작가 인터뷰: http://blog.naver.com/dreamrisa/110023008600

* 전작과 비교하다: 아쿠타가와 수상작,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유명세를 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섬세한 묘사이긴 하지만 무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느낌 말이야"하고 이야기하면, "그래 그거!" 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뭐라고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는 그거. "발로 차주고 싶은"이 어떤 느낌인 줄도 알고, 어떨 때 그 느낌이 드는지도 알고 있지만 설명해내기는 힘든 그런 느낌. 책 전체적으로도 왠지 잡을 수 없는, 감정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꿈을 주다"에서는 친절해졌잖아? 하고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로 이야기나 감정의 "전달"에 더 익숙해진 듯한 글체가 되었다. 발로 차주고~가 혼자 이야기하는 걸 듣는 기분이라면 꿈을~은 들려줄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면서 쓴 듯한. 덕분에 흡입력이 강하고 감정이입도 쉬운 글이 되었다.
 
* 연예계 이야기를 떠올리다: 연예계 아이돌의 일과 꿈과 사랑과 상처 (만화밖에 생각안나네)
  -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나오는 "페이퍼문 안녕 - 가와하라 유미코" :나이는 비슷하다 해도 유코보다 몇십배는 더 소녀적.
  - 일과 (사랑은 없지만) 상처라면 "캣 스트리트 - 카미오 요코" : 아직 진행중인 작품이지만 ^^

* 글구 연예계 배경인 건 일단 암만 유치해도 재밌게 보는 특성상 -_-; 덕분에 남들보다 후하게 봤을지도??
Posted by smfet
2007. 1. 19. 14:10
양억관 역, 민음사 펴냄
133회 아쿠타가와 상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으로 유명한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덕분에 아쿠타가와라는 상을 처음 알게 되었다. (원래 순소설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_-;)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읽었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서점에서 서서 읽을 수 있을 만큼 얇은 책이었는데 이것도 그러네. 중편으로 분류하기에는 얇고 단편으로 보기엔 조금 두껍나? 글자 크기가 컸으니 원고지 분량으로 따지면 얼마 안될지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또래의 이야기여서 그랬을까? 여자애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애의 심리를 따라가며 저런 애의 등짝이 눈앞에 있으면 정말 발로 차주고 싶겠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나 발로 잘 차잖아 사실. -_- 여자애 심리를 따라가서가 아니고 그냥 그 남자애가 짜증나서 그랬을지도-_-; )

그런데 이 흙속의 아이는, 음침하고 멍청해서 (똑똑한 게 음침했으면 그나마 봐줬을 텐데) 짜증이 어찌나 나던지. 난 밝고 따뜻한 세상을 그리는 능력이 부족한가 보다. 어릴적의 공포를 안고 사는 청년, 그리고 낙태의 충격을 안고 사는 여자(친구...나 애인으로 보기엔 많이 부족한 관계인) 동거인. 그들의 극복이라고 해설에는 적혀있던데 극복은 무슨. -_-;

동생이 대학 다니던 시절, 교수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살하는 애들 내버려두는게 낫다고. 그런애들이 나중에 커서 가족 이끌고 동반자살한다고.
차라리 혼자 죽으려고 할 때 내버려 두라고...

그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_-;

불쌍함도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고 말이지. (내가 너무 메말랐나? -_-)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그래도 읽을 만했기에 순문학에 대한 지루함(-_-)이 많이 사라졌나보다~ 하며 고른 책인데.

* 직전에 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들과 자꾸 시대가 겹치게 읽혀서 당혹스러웠다. 배경보다는 주인공에 집중한 소설이라 배경을 잘 보여주지 않아서 그랬나. (라쇼몽의 시대를 생각하자면 더욱더 근성없는 놈으로 느껴져서 정이 떨어지기도 한다.-_-)
* 이번 표지도 펄지. 라쇼몽과 연이어 펄지 표지네...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