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 27. 00:00

원래는 이런 일에 함께 잘 넘어가 주는 p양을 꼬드길 생각이었는데, 다른 일정이 있다고 거절당한 바람에 혼자서 보러 갔다. (이제 혼자 돌아댕기는 거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다 -_-; )

창조콘서트홀은 혜화역 1번출구 바로 옆. 입구를 찾느라 조금 헤매긴 했는데 건물은 그냥 지나가다가도 눈에 보이는 편. 입장은 10분 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표를 찾고 조금 거리를 걷다가 들어갔는데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 지정좌석제이긴 한데 예매할 때 좌석을 선택하는 건 아님. 표를 받으면 표 구석에 볼펜으로 자리가 적혀있다.

배정받은 자리는 A8. 왼쪽통로 앞에서 두번째 자리. 무대가 높은 편은 아닌데 객석과의 거리가 거의 없어서 두번째 좌석의 눈높이가 무대에 선 사람의 무릎높이 정도임. 계속 시선을 올려다봐야 해서 조금 불편한 감이 있었다.

관객은 90% 이상이 여성. 우리나라 문화산업은 정말로 2~30대 여성들이 이끌어가고 있는게 분명하다. -_-; 이정도로 성비차가 많이 나는 공연장은 처음...아니지, 브로크백 마운틴 관람때도 이정도였던가? -_-;

2층 난간부분에도 객석이 있음(헤드윅 공연장처럼). 사람들은 1층을 꽉 메운 정도로 왔고... 아무래도 이런 것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뮤지컬에 열광적인 사람들이 많은지, 관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고, 열정적이었다. 뮤지컬 넘버나 제목, 배우들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다 알더라. (반응이 약하다 싶으면 진행자인 이석준씨가 설명을 곁들여 준다. )

시작 전에 프로젝터를 틀어서 출연한 배우들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이건명씨때는 환호성이 두 배. 김성기씨 경우는 역시 벽을 뚫는 남자에서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저사람이 닥터듀블 한 사람이야" 소근거리는 목소리도 꽤 들렸다. 동영상은 금지지만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 사진 촬영은 자유.

어제의 게스트는 아이다 커버. 옥주현씨가 아픈 덕분에 꽤 자주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었던 김소향씨, 암네리스 커버로 한 번 무대에 섰던 한다연씨 (이분은 원래 전공이 발레였다고 한다), 라다메스 커버지만 이건명/이석준씨가 워낙 건강한 바람에 (^^;) 커버로는 한번도 무대에 서본 적이 없다는 박송권씨. (이분 너무 재밌더라... ^^; )

커버 하지 않을 때는 앙상블로 출연. 누비아 노예라든가, 암네리스 시녀(스파, 패션쇼) 등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진행자인 이석준씨까지 아이다 멤버라서, 분위기는 무지 화기애애. 한다연씨는 조금 공주풍 분위기였지만 (자기 말로는 긴장해서라고?) 박송권씨, 너무 재밌더라. 이석준씨 진행도 괜찮고, 김소향씨도 노래 잘 부르고... 말도 잘하고.

평소에 큰 소리로 웃거나 하는 걸 어색해 하는 데다가 다들 누군가와 함께 가서 좀 쑥스럽지 않을까 생각도 했건만, 정말 만사를 잊고 즐겁게 웃고 듣다가 돌아올 수 있었다. 끝난 시각이 11:30경...-_-; 이거 p양을 꼬드겨도 되는거야? (근데 3시간이 넘게 지나가는줄도 모르게 너무 재밌었다. 인터미션 없이 3시간 이상 앉아있으려니 허리가 뻐근하긴 했지만-_-)

10회 관람권 프리티켓이라도 살까...-_-;;

다음번(4/24)은 이석준씨가 게스트로 나온다는데 기대된다. 보러 가야지~ -_-;

근데 p양, 정말 재밌었어요 ㅠ.ㅠ


* 덤: 뮤지컬 이야기쇼, 왜 여성관객 예매율이 97%에 육박하는가?

S모 오빠와의 대화

me: 정말 남성분은 손에 꼽을 만큼 오시던데요--;
S: 가겠냐.
me: 왜? @.@
S: 음. 뭐라고 설명하기가 좀. -_-;
me: 게스트로 언니들도 나오는데?
S: 아니 그렇다고 언니들 잡담하는데 가긴 좀 그렇다는 거지.
일단 남자는 "언니가"! "벗어야!" -_-;
쿨럭.
본능이야.
Posted by smfet
2006. 3. 24. 00:00
부제가 "대박의 꿈" -_-;

미즈박:이경미, 황만불:김경룡, 소심해:박지훈, 백설희:김규리, 할리:이현섭, 실비아:유미

프렌치가 유행인가 보다. 소설도, 공연도... "프랑스 코메디 뮤지컬"을 내세운 Chance를 보고 왔다. 마침 오늘 50% 깜짝 티켓에 떴는데 별로 비싸지 않길래 그냥 질러 버린 거지 뭐. -_-
p양의 말에 의하면 "별로 프랑스 뮤지컬 같지 않대"

프랑스 뮤지컬이라고는 벽을 뚫는 남자 딱 하나 봤는데 뭘 아나.-_-; (노틀담 드 파리는 비싸서 못봤고. 원어공연은 눈이 피곤하고 무대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우리말 공연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있다.)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은 지하 3층. 예전에 "날보러와요"를 관람했을 땐 잘 몰랐는데 오늘 보니 무대가 무지 높더라. 5열에 앉았는데도 무대바닥에 앉은 배우 눈높이보다 조금 낮은 정도... 서서 연기할 경우는 약간 올려다 봐야 한다. 대신에 객석은 무지 편안함. 앞 줄과의 높이도 적당하고...

객석이 2층까지 있어서 나름대로 큰 극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대는 소극장 무대보다 2배 정도. 그다지 넓지 않다. 세트며 소품까지 거의 자리 이동이 없음. 밴드는 세트 가장자리의 옥상(?)에 위치. 때때로 배우들이 밴드에게 던지는 대사도 있다.

조명이 너무 친절해서 탓이랄까...-_-; 합창을 제외한 솔로나 듀엣일 때는, 다른 조명을 다 끄고 캄캄하게 만든 후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여길봐, 여기"라고 지시한다. 두리번두리번 잘 하는 나한텐 좀 아쉬운 면이 있었음.

스토리는, 스토리는... 이봐, 코미디 뮤지컬이라면서 마무리가 너무 교훈적이잖아! www.평등세상.co.kr 부분에서는 짜증이 왈칵. 끝나면 뛰쳐나가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_-;

사랑 타령을 무지 해대는데... 엔딩곡이 솔직하긴 하더라. "모든 뮤지컬에는 빠지지 않는 사랑이야기" 라고. (이로써 왜 뮤지컬에는 쓰잘데 없는 히로인-_-들을 집어넣는지 의문이 조금 풀린 듯도)

출연진이 총 6명인데다가, 합창보다는 각각 화려한 메인테마와 솔로곡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스토리와 음악은 보통. (귀에 남는 건 백설희의 소개곡. "저는 오늘 처음 출근한 인턴사원입니다. 이름은 백설희" 엄청 공주스타일로 부른다. 이 곡만 유난히.)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은 이유는, 내가 본 공연 중 가장 성실한 앵콜이었기 때문이랄까. ^^; 엔딩 후 커튼콜-막이 없는데 커튼콜이라고 해야 하나? -.- -을 부르길래, 요즘은 이런게 추세인가...하고 투덜거렸었는데, 커튼콜 후 무대 인사, 그리고 다시 한번 배역소개. 이경미 씨가 앵콜 분위기를 띄운 후 다시 메인테마곡들 부르고, "모두 일어나세요~"하며 관객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다시 한번. (복도 옆자리에 앉아서 다행이었다 ^^) 이렇게 화려하고 성실한 앵콜 땜에 점수를 올려줄 수 있었음.

끝나고 기대하지 않던 사인회가 있길래 어리버리 서있다가 두번째로 사인받고 왔음. 배우들 각각에 대한 평은 후에 사인사진과 함께 정리할 예정.
Posted by smfet
2006. 3. 21. 00:00
평일 저녁에도 공연보러 다니는 배짱(-_-;)을 부리며 대학로 사다리 아트센터로. 처음 가보는 극장이다. 로비가 4층, 공연장은 5층 -_-; (2/3층은 세모극장, 4/5층은 네모극장인듯) 내부 계단이 아니라 건물 외벽을 따라 철제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고소공포증인 사람은 올라가기 괴로울 듯. (S모 오빠가 생각나는군)

관람좌석은 접는 의자. (사비타보다 편하다. 두시간 동안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들었으니...) 늦게 예매했음에도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 무대가 전체적으로 오른쪽에 치우쳐 있었다. -_-; 왼쪽에 앉았기 때문에 꽤나 목이 아팠음.

벽쪽에 2층 난간을 만들어 놓은거 말고는 바닥을 그대로 무대로 사용. 소품도 모두 바퀴달린 소품을 사용해서 출연자들이 등장/퇴장할때 함께 정리하며, 계단과 난간 이외에는 고정되어 있는 배경도 없는데 조명이나 배치를 통해서 여러번 바뀌는 배경을 자연스레 표현한 점은 합격점.

무대 높이가 없어서 배우들이 연기할 때 바로 눈 앞까지 오는 것은 좋았지만... 주인공파트가 계속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심히 서운하더군. 가운데로 좀 끌어주지... (혹시 보러 갈 사람은 15~17번 자리쪽을 노릴 것)

서범석/김태한 더블 중 김태한 캐스팅. 뮤지컬 평은 서범석씨쪽이 감동적이라는 말이 월등히 많았지만 수/목은 궁을 봐야 하기 땜에--; 날짜로 고른 김태한씨. 이분도 슬슬 팬이 생기고 있는 모양이라, 검색하다가 "이제 이분도 잡지에 실릴 정도가 되었군요"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다시 한 번 찾아보니 지현우 그리스의 케니키역?! 2005 그리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었잖아?! 저 사람 노래 너무 잘한다~ 하고 쳐다봤었는데 김태한씨일줄이야. 케니키를 볼 때는 나이가 더 들었을 줄 알았다 -.-;;

공연에 대한 소감은...

관객석과 "매우" 가까운데 그 효과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듯. 좀 더 인터랙티브한 구성이 될 수 도 있었을 것도 같은데. 사실 내가 진정으로 보고 싶어하던 [알제논에게 꽃다발을]은 유스케 산타마리아의 드라마였다. -_-; 스토리는 좋아하지 않아도 유스케 산타마리아는 좋아하니까... 구질구질하고 인간애를 강요하는 듯한 본래 스토리를 대충 알고 있어서 (책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이리 말을 해야 할 터인데. 나도 아직 시야가 너무 좁다) 그런 선입견을 끌어안고 봐서 더 불편했을지도.

김태한씨의 연기는 무난하긴 하나 "꽂히는 느낌"은 좀 부족하다. 바보 연기도 너무 일반적인 바보 같고 (마라톤을 볼 때 조승우의 초원이가 기존에 영화에서 보여주던 바보랑 똑같다는 생각은 안들었거든) 역시 주인공의 솔로가 부족해서 그런가... 노래할 때 잠깐 삑사리도 나고, 좀 더 커야겠다...라고 생각했으나 케니키를 떠올려보면 그것도 아니고-_-;;

여주인공 역 맡은 채연씨도 공주 풍. 어디 맘에 드는 아가씨 없나...-_-;

내가 감성이 메마른 건지, 손수건 들고 우는 아가씨들도 있긴 있더라. -_-; 근데 나 책 같은거 읽으면 의외로 눈물 자주 내는 편인데... 그만큼 감정이입이 안되었다는 거겠지.

제작사가 라이어!라이어!를 제작한 파파프로덕션이라, 이 공연도 4/2 1차 공연막을 내리고 나면 open run으로 진행할 거라고 한다. (라이어만큼 팔릴지는 의문.... 라이어는 내가 2003년에 볼 때도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곤 할 정도로 인기공연이긴 하더라.)
Posted by smfet
2006. 3. 18. 00:00
엄기준 <듀티율>, 해이 <이사벨>, 김성기 <닥터뷰블, 경찰, 변호사>, 임철형 <부장, 죄수, 검사>, 김영주 <야채장사, 매춘부>, 최혁주 <공무원M양>, 강연종 <화가>, 오세준 <공무원C씨, 경찰, 형무소장>, 김승필 <간수, 재판장, 거지>, 조유신 <공무원B씨, 간수, 파시스트>, 유혜령 <공무원 A부인, 공산주의자>, 조정석 <신문팔이>

뭐라 표현해야 할지. 그러니까 공연은 참으로 만족스러웠는데, 동시에 너무 재미없었다. -_-; 내가 사랑하는 소설은 이런 스토리가 아니란 말이닷~!! 배우들이나 노래는 좋았는데, 스토리가 넘 맘에 안들어...-_-;;;

어제 사비타의 엄기준씨와 오늘, 듀티율의 엄기준씨는 완전 딴판. 과연 배우구나, 싶어 다시 한번 놀랐다. "코안경과 콧수염"을 그대로 표현해낼지 궁금했는데 안경을 쓰고 콧수염은 붙였더군. ^^

기준씨의 첫 솔로곡(타이프 치는 듀티율이던가?)이 인상적. "기체후 일향만강하옵시고~" 프랑스 뮤지컬은 처음 보는데, 대사가 없이 모두 노래로 이루어져 있어서 새로웠다. 그치만 2시간 내내 노래해야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 머릿속에는 "박상원씨가 이걸 해 낼 수 있을까? 나이들어 힘들겠네..."라는 안쓰러움이었다는-_-;;

우체국 공무원이나 회계사라는 직업 모두 "지루한 일상"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어서 그런지, 중간중간 프로듀서스가 연상되는 배경이 많았다. 우체국 직원들의 노래(오프닝곡), 균등하게 구획지어진 우체국 사무실. 몽마르뜨 언덕은 듀티율의 집, 이사벨의 집, 보석상, 우체국, 은행 등의 건물이 늘어서 있고 주 무대가 되는 건물이 그때그때 가운데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는데, 이것도 프로듀서스의 극장세트와 상당히 유사. 이걸 처음 봤으면 신선했겠지만 프로듀서스의 인상이 너무 강했었다. 세트 구성이나 전환은 매우 유연하더라.

헤드윅은 내내 주인공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몰랐는데, 사비타나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엄기준씨에 집중을 하고 봐서 그런지, 다른 사람에게 포커스가 갔을 때의 엄기준씨 연기가 신경쓰였다. 계속 관객을 의식하고, 스포트라이트 비추지 않을때도 "연기"하고 있어서 인상적. 너무 좋아 보이더라...

유리가면을 보면, "주연은 여기서 연기하고 있는데, 퇴장하는 저 아이에게 더 눈이 가"라는 대사가 나온다. (무대광풍, 이었을 거다 아마. 애보는 아이역으로 마야가 출연했던.) 정말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는걸 송드윅 퇴장 때 직접 경험해 보기도 했고. 그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했던 공연.

작년에 뮤지컬 그리스를 볼 때도 여주인공 역을 맡은 윤공주가 너무 공주스럽게 나와서 짜증났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이사벨 역의 해이도 장난 아니게 부르더군. 솔로는 "어린이 창작동요제"를 구경하는 느낌이 들더라. -_-;

매춘부 역을 맡은 김영주씨는 카리스마 장난 아님. 성량도 풍부해서, 김영주씨와 유혜령씨의 듀엣은 너무 파워풀하고 멋졌다. 그런데... 왜 가터벨트가 헐렁했던 걸까. -_-; 이건 미스테리.

의사/변호사 역의 김성기씨. 알콜중독 의사역을 정말 리얼하게 해냈다. ^^ 주역인 기준씨를 제외하면 관객 환호를 가장 많이 받았던 분.

경찰의 듀엣도 재밌었고, 전체적으로 절반쯤은 매우 즐거운 노래였고, 절반쯤의 노래는 매우 지루했다. -_-;; 특히나 듀티율과 이사벨의 연애질은 못봐주겠더군. 여자애를 엄기준씨 옆에 세워두기가 아깝더라.-_-; 이쁜척만 하지 말고 연기를 하란 말이닷!

몽마르뜨거리의 4중창, 그리고 엔딩부근의 합창은 너무 멋있었음. 목소리를 이렇게 아름답게 어울리게 할 수 있구나~ 라고. 반주를 거의 배제하고 아카펠라형식의 중창이었는데, 너무너무 멋졌다. 이런 식의 구성을 처음봐서 더더욱.

엄기준씨의 솔로가 마음에 들어서 OST를 살까 하고 봤더니 박상원/엄기준 노래가 뒤섞여 있는데다가 첫곡은 박상원씨가 부른걸로 들어가 있어서 포기. 아쉬워라. 배우별로 내주면 안되나. -_-;

번역이 어색하지 않고 매끄러운데다가, 종종 센스있는 번역이 보인다~ 싶었더만 프로듀서스와 같은 번안자였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p양 알려주세요) 역시 센스가 중요하고만..^^

가장 큰 아쉬움 중의 하나는... 이 뮤지컬에선 기준씨 벗는 걸 못본다는 점. ^^;;

그래서 집에 와서 무엇을 하고 있냐면... 다시 사비타 엄기준씨 출연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다. -_-;;;
Posted by smfet
2006. 3. 17. 00:00

Singing in the rain을 연상시키는 제목.
p양이 보고 와서 재밌다고 이야기한 것도 있고, 마침 오늘 캐스팅이 엄기준씨길래 이틀 연속 같은 배우를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공연이 시작될 때는 조금 긴장했는데 엄기준씨 등장 때부터 집중. 기준씨 등장할 땐 관객 환호성이 두 배로 커졌다. 과연 스타로군. 김장섭씨는 보통 사람같은 느낌, 잘 모르겠다. 김지우는... 이 아가씨, 두근두근체인지에서 빅토리아로 나왔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논스톱에서는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여줘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보니 열심히는 하던데... 등장하는 곡에서부터 숨이 차 하면 어쩌라고-_-; 기준씨와 중창 때는 삑사리도 나고, 기준씨 목소리에 눌려서 잘 들리지 않는다. 발음은 나쁘지 않은 편이더군. 사실 셋 다 발음이 명확해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편안하게 들리기는 했다. (송드윅을 보고 나서 엄기준씨가 얼마나 발음을 명확하게 했는지 알게 되고 나서 더 신경쓰며 비교해보는 것도 있고.)

무대는 배경이 계속 같은 곳이라서 특별할 게 없었음. 둘이서 피아노 치며 만나는 장면이 감동적이라더니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오프닝/엔딩 때의 물 뿌리는 효과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건 몇년 전 sing in the rain을 볼 때의 물 뿌리기 효과가 화려하고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리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좌석은 등받이 없는 긴의자만 늘어놓았던 자리에, 좌식등받이 의자를 들여놓아 자리 번호를 매긴 것 같던데, 의자가 바닥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바람에 흔들려서 처음엔 깜짝 놀랐었다. 극장이 거의 꽉 찼는데 앞 두 자리와 옆의 세자리가 비어서 당황. 주변만 빈 자리로 둘러싸인 건 처음이야.-_-;

가장 큰 단점은 음향. 매우매우매우매우 안좋다. -_-;; 게다가 세명이 가까이 접근해서 노래부를 땐 삐이~ 하는 마이크끼리 간섭하는 소리? 같은 게 자꾸 들려서 신경을 분산시킴. 그리고... 그리고 왜 뮤지컬인데 기억나는 멜로디가 없담. -_-; 프로듀서스는 공연 끝나고 나서 절반이상의 노래가 기억에 남았단 말이다. (다 처음들어보는 노래였음에도. 물론 지겨워의 임팩트가 강해서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_-; ) ...그러고 보니 지킬앤 하이드도 머릿속에 남는 노래가 없었고만...

반년만에 상홍오빠를 만나서 함께 관람. (이 아저씨는 공연이 끝나자 마자 내게 물었다. "다 좋은데, 그래서 대체 뭐가 해결됐다는 거야?" -_-;; )

"도대체 여자앤 왜 나온거야?" 라고도 물었는데, 뮤지컬엔 여주인공이 필수인가? 지킬 앤 하이드도 여주인공 별로 필요없지 않나? 벽을 뚫는 남자도 원작에선 여자 비중이 거의 없다고... 여주인공이 없는 뮤지컬은 좀 더 찾아봐야겠다.

사실 원래부터 엄기준씨를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엄드윅을 보고 나서 p양이랑, 미친년 같았어, 라고 투덜거렸으니까. 그 때도 몸매 죽인다고 생각은 했군-_-; ) 건들건들 동현 역은 잘 어울리더라. 그런데 왜 자꾸 드러난 팔에 시선이 가는 거냣-_-;;;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다음 엄기준씨 나오는 날이 언제인지 일정표를 뒤져보고 있다. -_-; 4월에도 출연예정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더 보러 갈까나. 벽을 뚫는 남자는 앞에서 세번째 줄. 기대된다~
Posted by smfet
2006. 2. 25. 00:00

y양이 공연 보러 상경까지 해 주시는 덕분에, p양과 셋이서 보러 갔다.

모노드라마는 처음 보는 건데, 1인극이니까 정말 집중이 잘 되더라.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보게 된다. 원작을 읽었을 때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꽤 달랐지만, 연기가 계속될수록 내가 왜 책 읽을 땐 다른 이미지를 상상했지? 라고 의아해졌을 정도로 집중해서 봤다. (단, 대학로 우리극장은 라이어 이후로 가장 좌석이 불편한 극장이어서, 1시간쯤 지나니 꽤 자세가 힘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명계남씨가 "소프라노 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라고 질문(사실은 독백이겠지만)했을때 옆의 p양이 "돈" 이라고 소근거린 것.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소리내지 않느라고 무진장 노력이 필요했음. 셋이서 쿡쿡대니까 명계남씨가 이쪽을 좀 쳐다보더니, "피아노 반주자입니다" 라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피아노 반주자도 돈으로 고용하면 되지"라고 중얼거림이 새어나와서 또 킥킥...

나오고 나서 생각하니 아쉬웠던 부분인데, 좀 크게 말했으면 배우의 반응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두번째 줄인데다가 바로 우리 앞에서 이야기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텐데. 평소에 공연 중 "참여"해 본 적이 없었더니만 기회가 되어도 아쉽게 흘려보내게 되는군.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꼭 시도해 보고 싶다. :)

"늙은 창녀의 노래"도 서울공연을 다시 하면 꼭 보고 싶군. 극중 창녀의 나이와 같아질때까지 계속 한다고 했으니, 언젠가는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

* 나중에 옮기면서 덧붙임 (2006/12/19)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앞줄에서 킥킥대던게 명계남씨에게는 "소통"이 아니라 "소음"으로 느껴졌겠다, 싶어서 조금 무안하다.
Posted by smfet
2006. 2. 8. 00:00

캐스팅 : 송용태(맥스), 김다현(레오), 최정원(울라), 이희정(로저), 최병광(프란츠), 함승현(카멘)

유난히 추운 날씨엔 뭔가 일이 더 생기는 건 어째서일까. 국립극장에 가본게 하 오랫만이라 (2003년 시카고) 역 앞 파출소에 길을 물으러 들어갔더니, 대뜸
"국립극장요? 오늘 왜 이리 거기 물어보는 사람이 많지?"라고 하신다. 캄캄하고 미끄러운 길을 종종걸음으로 한참 올라가서 도착. (국립극장 지하 매점의 김밥은 맛이 없었지만 샌드위치는 나름대로 먹을만. :) 저녁을 대충 때웠다.)

좌석은 1층 2/3쯤되는 위치. 1층 앞 섹션의 맨 마지막 줄이었다. p양이 국립극장은 무대와의 거리가 멀어서 배우들 얼굴이 잘 안 보인다고 했는데, 양쪽 전광판(외국어 공연일 경우 여기에 번역가사를 적어 보여줌)의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걸로 봐서는 안경이 잘 맞지 않아서 번져보이는 것일수도? 나보다 조금만 더 시력이 좋다면 공연관람에는 별 지장이 없을 듯 하다. 그렇지만 역시 그보다 뒤쪽 자리는 무리겠지.

무대와 객석 첫번째 줄 사이에 오케스트라석이 있고, 세트 자체도 무대 안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멀게 느껴지는 감은 있다. 작은 세트가 아니었는데도 전체적으로 무대가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더라. 극장, 맥스의 사무실, 회계사 사무실은 바퀴달린 세트로 구성이 되어 장면전환이 빠른데다가, 장면전환때마다 불을 끄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부분이 많다. 막 세트도 원근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사용하고, 무엇보다 저 작은 세트들이 모두 문을 여러개 가지고 있어서 배우들의 입장과 퇴장이 매우 자연스럽다.

극중극인 "히틀러의 봄날" 세트는 크고 화려함. 거울을 사용했는데, 지킬앤하이드에서 거울을 사용한 세트를 보고 어머, 신선하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거울이 흔들리는데다가 필요없는 부분까지 비춰줘서 좀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거울이 정말 멋지게 사용된 듯. 무대 벽 전체를 차지하는 거울을 기울이면서 비춰주는데, 무대가 굉장히 화려하고 넓어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사실 시작할 무렵에는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든데다가 오케스트라가 좀 울려서, 음향이 예술의 전당보다 더 안좋네~라고 생각했는데 레오 블룸이 등장하면서 집중도, 음악, 분위기 모두 업!

번안이 잘 되었다고 하더니 과연, "즐겁게이, 예쁘게이"는 멋지더구만~ 배경이 브로드웨이이니만큼,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지식이 있을 수록 더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난다. 아는 게 짧아서 아쉬웠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p양은 헤드윅에서 김다현씨가 별로였다고 했지만, 오늘 공연을 보니 정말, 정말... "눈이 즐겁더군요"
늘씬하고 길고~ 어찌나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던지;;
노래도 잘하고, 발성도 매우 좋던걸요? 대사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도 매우 뚜렷하게 들렸음. 이 분 공연 더 보고 싶어요~
Posted by smfet
2006. 1. 13. 00:00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는 "남자의 옷 이야기". 나이가 들면서 책을 "소유"하겠다는 욕심은 많이 줄어들어서, 샀다가 다른사람에게 빌려줄 때는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결국은 미련을 못 버리고 같은 책을 다시 사거나, 그렇지 않으면 새 책을 사서 주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책이다. (가장 최근에 그랬던 또 하나의 책은 마르셀 에메의 단편집)

남자의 옷 이야기를 읽은 덕분에 남성복(suit)의 재질이나 디자인, 라펠 및 뒤트임, 커프스 같은걸 유심히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걸 아냐"는 질문에 "공부했어요~" 라고 대답하면 대부분 "별걸 다 공부하네..." 하고 웃고 넘어가지만, 정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뭐든지.

이를테면 p양이 영국을 줄기차게 다닐 때는 홍차나 다구에 초보여서, "뭘 사다줄까?" 라고 이야기를 해도 제대로 부탁할 줄 몰랐다가 이제와서 "영국에서 웨지우드가 싸다는데 ㅠ.ㅠ" 라면서 눈물 흘리는 것처럼...^^

금요일 밤에 베토벤 교향곡 1~3을 들으러 갔다. 클래식은 처음이니까, 일단은 가장 싼 만원짜리 표를 끊고서, 나름대로 사전예습을 하느라 mp3도 들어두고, 1~3번 설명도 찾아보고... 사실 내가 베토벤을 무진장 좋아해서 공연을 보러 간 것도 아니고, 세종문화회관이 바로 옆인데다가 정명훈이라고 해서 가 본 거니까 -_-;;

실제로 연주가 시작되고는 당황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지금 나오는 부분의 연주자(악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더라. 원래 악장 사이사이의 쉬는 시간이 저리 긴 건가? 악장 사이의 공백은 왜 있는거지? 사람들 참았던 기침 하라고? -_-; 왜 지휘자는 저리 행동하는거지? 제1, 제2바이올린은 만화-_-에서는 많이 봤는데 실제로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걸... 등등.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
뭐든 공부해야 할 내용이 잔뜩이다. 교향곡 감상, 지휘, ...내가 악기를 연주할 줄 안다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책을 사야지 -_-; 클래식 입문서 좋은거 없나..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