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10. 19:23
* 김관오 옮김, 아르테 펴냄

'프랑스 소설 같다'는 말은 언제부턴가 내게, '뭔 말인지 모를 철학적인 단어가 잔뜩 사용된 데다가 스토리도 공감이 안된다'와 동의어가 되었다. 어쩌다 이리 되어버렸을까? -_-;

책을 빌려주신 w씨는 '광고에 낚였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과연. ^^ 마케팅 담당자 상 받아야 해~!

그러나 덕분에 워낙 기대를 버리고 읽어서인지,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동양(일본) 문화에 대한 지나친 동경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르네의 이야기는 나름 좋았고.

팔로마의 이야기 쪽은... '난 특별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너희들은 다 바보야' 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특유의 잘난체가 영 거슬렸다. (일기 형식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만.) 어릴땐 그런걸 참아줬었는데, 요즘은 애가 그러는 걸 참아주기 힘들더라구. (대표적인 그런 공주 망상병 타입 꼬마 중의 하나는 역시 세라 크루!)

문장마다 넘쳐나는 현학적인 대사들에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 르네와는 친해질 수 있을 듯.

그러나 결말까지 읽고 책을 덮으면서는, "역시 프랑스 소설이군."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

* 번역유감: 솔루쥬/솔로즈 등 한 권 내에서 고유명사를 다르게 표기하지는 말아달란 말이지. -_-; 그리고 주어 없는 문장이 왜이리 많아? (영어나 프랑스어에서 주어 없는 문장이 가능했던 거야? ; ) 번역자 경력을 보니 주로 전공 인문서쪽을 작업했던데... 번역자랑 교정자 좀 와라. 좀 맞자. -_-;;

* 프랑스 소설이 아니어도 "프랑스 소설 같은" 책도 물론 있다.
  : 약지의 표본 - 오가와 요코
* 프랑스 소설이지만 "프랑스 소설 맞아?" 도 물론 있지.
  :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 기욤 뮈소 (미국애가 썼거나, 미국으로 이민간 애가 쓴 줄 알았다. -_-;; )


Posted by smfet
2007. 12. 17. 00:12
* 최필원 옮김, 비채 펴냄
* 모중석 스릴러클럽 004

스릴러 같은거,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 쪽은 좋아하는 편인 듯 하지만. (예전에 로빈 쿡 유행했을 땐 메디컬 스릴러 어쩌구 하는 거 다 읽어댔던 것 같기도 하군 -_-; 그러고 보면 어릴 때는 꽤 단순하게 유행을 따라간 면도 있었단 말야?)

덱스터는 y양의 블로그에서 먼저 보고, 독특한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 보내온 책들 중에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난 전편은 이미 봤으니까" 하고서는 2편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만 보내온 이 이가씨. -_-; 저걸 어쩌나 싶었는데 마침 W씨가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가 있다 하셔서 책을 또 사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 (근데 y양 블로그에서 본 것도 책 리뷰라고 생각했지만 뒤져보니 드라마 리뷰로군. 기억의 왜곡은 이런 쓸데없는 부분에서도 일어난다)

(얼마 전 우리집을 방문한 분은 내가 "서재는 정리 잘 되어 있단 말이야!"라고 우겼더니 이렇게 대꾸하더라. "저게 서재야? 창고지! " -_-; 분명히 내가 다른 사람 주는 책도 많고, 처분한 책도 많은데 어째서 서재는 항상 저 꼴이란 말이냐 -_-;; )

덱스터는 일반적인 주인공들과 다르긴 다르다. 정의의 편에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악의 편인 것도 아니고.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구분하는 단순한 주인공은 이미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게 된지 오래지만, 이 정도로 고민하지도 않으면 뭐... -_-; 못지 않게 단순한 신경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가 남지 않았을 때, 책만 놓고 봤을 때는 글쎄... 이게 왜 스릴러야?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한동안 일본소설을 읽는 데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초반에는 아예 글이 안 읽혀서 당혹스러웠다. 어색한 쉼표, "필요가 부른다" 등의 낯선 글투. 이거 번역자가 누구야? 짜증을 내 봤으나... 영미소설쪽 번역자는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기억을 못하겠어. -_-; 특별히 잘 한 번역이 아니면 아예 기억에 안남으니 원.

겨우 익숙해지고 나니, "그냥 전부 dark Dextor의 감으로 해결하는 거야? 같은 연쇄살인마끼리 통하는 감?" 하는 감상밖에 남은게...... 이게 뭐... -_-;

일상생활 쪽의 덱스터는 나름대로 "적응하려고 애쓰는 - 혹은 적응하는 표현을 하려고 애쓰는- 외계인"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지만 이것도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 Dark 덱스터와 평소 덱스터의 차이가 극명하거나, 자의로 컨트롤 한다든가, 뭔가 고민이 있다든가, 심리적으로 긴박감이 있다든가... 이런게 없이 다 우연이고 직감이다. -_-;

신선한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나름대로 있음. 그러나 글로서의 재미는 별로 없음. 특히 추리나 심리스릴러, 긴박감을 노리고 보기에는 완전 낭패. 드라마 쪽은 안봐서 잘 모르겠으나 y양의 평에 따르면 괜찮았던 모양. 캐릭터 매력에만 의존해서 끌고가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는 보임. 그러나 역시 글로는 그다지 점수를 못 주겠다.

* 시리즈 읽기: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클럽 009)
- 전편과 마찬가지. 피해자만 잔인하게 희생시킨다고 해서 흥미가 더해지는 건 아니다. (시각 효과가 더해지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 피해자 처리에 4~6주 걸렸네 어쩌네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럼 그동안 대소변 처리도 해가면서 (살려두려면 먹이기도 해야 하고 먹으면 배설을 해야 할 테니까) 간병도 했단 말야? -_- 라고 어이없어 한 나하고는 특히나 안 맞는 소설인 듯. -_-;

Posted by smfet
2007. 12. 10. 12:04
* 양억관 옮김, 중앙 Books 펴냄

 주요 단어들: 연예계, 아이돌, 일, 사랑, 상처

 파국의 분위기를 풍기는 프롤로그에서 갑자기 따뜻하고 행복한 유코에게로 포커스가 바뀌면서 글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부분을 읽을 때는 내가 읽고 있는게 와타야 리사가 맞나? 하는 낯설음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전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놀라움을 줄 정도로 글이 많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열여덟이 될 때까지 유코를 따라가는 구성이다. 유코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 딸내미" 정도 될까. (TV에 비친) 유코의 성장을 바라보며 귀여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유코는 "꿈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의 "주다"에 위화감을 느낄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살짝 비치고 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서 행복하다, 어쩌다를 판단하기도 전부터 주위에 휩쓸려서 걸어만 왔던 유코. 그러기에 스스로가 선택한 일탈이 더욱 달콤했겠지만 읽는 내내 어찌나 안타깝던지. 왜 그리 어리숙하게 구는 거니?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게 행복일 리 없잖아. 하고 야단쳐서 되돌려 놓고 싶었다. 정말로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사람을 강하게 붙들어매고 놓아주지 않는 매력이 있는 책. 성장소설인데, 안타깝고 가엾다.

 서평을 찾다 보니 전작에 비해 실망했다는 글들도 꽤 있던데... 난 이정도면 좋다고 생각. 앞으로도 와타야 리사를 계속 읽을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너무나 빠져 읽는 바람에 지하철 역을 지나칠 뻔했다. -_-; 짧은 거리도 아니고 한시간여를 타고 가면서. 보통 서울역/사당/서울대공원 정도에는 정신이 드는 타이밍인데 전혀 몰랐다 ㅠ.ㅠ )

* 와타야 리사 작가 인터뷰: http://blog.naver.com/dreamrisa/110023008600

* 전작과 비교하다: 아쿠타가와 수상작,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유명세를 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섬세한 묘사이긴 하지만 무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느낌 말이야"하고 이야기하면, "그래 그거!" 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뭐라고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는 그거. "발로 차주고 싶은"이 어떤 느낌인 줄도 알고, 어떨 때 그 느낌이 드는지도 알고 있지만 설명해내기는 힘든 그런 느낌. 책 전체적으로도 왠지 잡을 수 없는, 감정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꿈을 주다"에서는 친절해졌잖아? 하고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로 이야기나 감정의 "전달"에 더 익숙해진 듯한 글체가 되었다. 발로 차주고~가 혼자 이야기하는 걸 듣는 기분이라면 꿈을~은 들려줄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면서 쓴 듯한. 덕분에 흡입력이 강하고 감정이입도 쉬운 글이 되었다.
 
* 연예계 이야기를 떠올리다: 연예계 아이돌의 일과 꿈과 사랑과 상처 (만화밖에 생각안나네)
  -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나오는 "페이퍼문 안녕 - 가와하라 유미코" :나이는 비슷하다 해도 유코보다 몇십배는 더 소녀적.
  - 일과 (사랑은 없지만) 상처라면 "캣 스트리트 - 카미오 요코" : 아직 진행중인 작품이지만 ^^

* 글구 연예계 배경인 건 일단 암만 유치해도 재밌게 보는 특성상 -_-; 덕분에 남들보다 후하게 봤을지도??
Posted by smfet
2007. 12. 2. 21:26
* 오유리 옮김, 은행나무 펴냄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


(그런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매년 10권 이상씩 선정하는 것 같던데. -_-; 이걸 수상작이라고 해야 하나...)

개성있는 능력의 4인조 은행 강도들의 이야기.

덴도 신의 "대유괴"에서는 유괴라는 범죄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유괴란 범죄는 본질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어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1. 인질을 유괴하는 일 자체의 어려움
2. 인질 신병을 극비리에 확보하는 장소와 방법의 어려움
3. 몸값을 받는 방법(가족에 연락하는 방법 포함)의 어려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3항인 몸값을 밥는 방법으로 1과 2는 마지막 3을 완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또한 이 3항의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1. 인질을 풀어준 뒤의 안전 확보
2. 팀 분열의 방지
3. 몸값의 사용 방법

이 세 항목도 중요한 문제로, 이들 6개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유괴는 완전범죄가 될 수 있다.
은행강도인 명랑한 갱들도, 은행을 터는 데 대한 원칙이 있다.
"은행 강도의 성공률은 낮다."
이것은 은행을 털자고 제안했을 때부터  나루세가 주장한 말이다.
"100% 검거된다." 나루세의 입을 통해 그 말이 나와 오히려 우스웠다.
"그 일은 절대 실패로 끝나. 해봤자 헛수고야."
"누구나 은행에는 돈이 모여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써 오래 전부터 나름의 대책들은 세워두고 있을 것이다. 단, 심플하게만 하면 돈은 챙길 수 있자."
그때 나루세는 자기들이 말려든 강도 사건을 분석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심플하다는 건 어떤 건데?"
"경보장치가 울리지 않도록 한다, 돈을 담는다, 도망친다. 그게 다다. 그러면 은행도 이 근처 술집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큰 돈을 꼼쳐두고 있는 술집 말이다."

실상은 제목에서처럼 4명 모두가 명랑한 갱인 것은 아니고, ^^; 교노와 구온이 명랑하고, (교노의 아내 쇼코도) 나루세와 유키코는 지나칠만큼 침착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

말투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나름 매끄러운 번역도 합격점.

이사카 고타로는 사신 치바를 읽으면서 그다지였기 때문에 다시 들여다볼 생각을 안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무엇보다 개성있는 주연들이 마음에 드네.
(영화화 되었다고 띠지에 적혀있던데. 국내에도 들어오려나~)

* 4인조 능력이라고 하니, 강풀의 타이밍이 떠올랐다. (여기서 나름 시간능력자는 한 명 뿐이지만. ^^)

* 시리즈 읽기: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시리즈 첫작품인 지구를 돌린다에서는 아무래도 각각의 멤버와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 일상과 습격에서는 친숙한 그들이 다시 나오므로, 주인공들의 친구가 된 기분으로 (제목처럼) 일상을 들여다 보고, 마지막에 큰 사건 하나 해결해 주시고... 스케일도 커졌다. ^^ 그러므로 나중 시리즈를 먼저 읽고 처음 시리즈를 읽으면 조금 지루할 수도.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고등학생 명랑한 무리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가네시로 가즈키의 더 좀비스 시리즈. 하나로는 별 도움 안되는 다양한 능력들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강풀의 타이밍(시간 능력자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 다양한 시간능력들을 볼 수 있음). 나름대로 범죄의 원칙대로 행동하려는 무리들(그러나 명랑한 갱들과는 달리 너무 벅찬 상대를 만나버리는 ^^)을 보고 싶다면 덴도 신의 대유괴.



Posted by smfet
2007. 11. 26. 14:37
* CAST: 박건형(존), 김도현(토마스), 김동호(프랭크), 조진아(메리), 김소향(크리스틴), 김기현(오도넬 신부), 김세우(다니엘), 정의욱(컬리), 권소현(버나뎃)
* 연출 윤정환,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 이란영, 무대 신수이, 조명 정태진, 음향 김기영, 의상 안현주
* 공연시간: 인터미션 15분 포함, 총 2시간 40분

짤막 감상: 근래 본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음! 초대로 봤지만 돈내고 봤어도 안 아까웠을 듯. 안무 킹왕짱!
감상 포인트: 오프닝, 축구 결승전, 감옥 (...그리고 허벅지?)

그야말로 사나이들의 땀!으로 가득차 보이는 포스터. 축구가 소재이긴 한데, 그걸 메인 주제처럼 부각시켜 만든 포스터 덕분에 웨버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던 작품이다. 다행히 초대 기회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관람. (감사 ^^)

Overture 때는 조금 긴장했는데, 첫곡인 The Beautiful Game부터 몰입. 군무! 너무 좋아! 축구를 안무로 표현했다 해서 과연...? 하는 약간 삐딱한 마음이 있었는데 기대보다 멋지잖아. 화려한 군무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그 동안 내 눈에 차는 군무 만나기 정말 힘들었다. -_-; 유치찬란한 군무를 보면서 짜증낸 기억은 많고나...)

여러겹의 벽이 슬라이드처럼 움직이고, 배경막도 몇 번 바뀌면서 꽤 매끄럽고 빠른 무대 전환을 보여준다. 덕분에 무대 전환용 암전이 거의 없고, 배경을 크게 전환할 때에는 중간막을 내리고 앞쪽 무대에서 연기하는 동안 뒷 무대가 움직이기 때문에 극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결승전 장면에서 실제 공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자유도가 떨어질텐데, 하고 생각했는데 (^^) 축구공 모양의 조명으로 이미지를 강조하고 공 없이 안무로만 진행되는데 어색하기는 커녕 너무 좋더라. 갑자기 나타난 골대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타나는 바람에)

스피디하게 진행된 1막에 비해, 2막은 조금 지루한 시작. The Happiest Day부터 The First Time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조금 생뚱맞다 싶을 정도. 이어지는 토마스의 추격신도 1막에서 보여줬던 화려함이 없어서 조금 실망스러우려 했는데, 감옥씬이 상쇄해 주었다.

LG 아트센터 무대의 천정이 꽤 높은데 1막에서는 아래쪽만 쓰길래 의아했는데, 3층까지 꽉 채운 감옥세트를 보고 감탄을. 시카고의 감옥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역시 남배우들이라서인지 훨씬 파워풀한 느낌.

무대 벽 전체를 꽉 채운 감옥과, 붉은 색이 포인트가 되어 주는 조명, 그리고 각 cell에 한명씩 들어가 있는 배우들의 (독무이면서) 군무. 당황하고 거부하다가 어느새 군무에 맞춰서 함께 추고 있는 존.

간만에 안무가 너무 좋았는데, 역시 오리지날 안무 그대로 가져온 걸까나?
자칫 감정을 강요하는 부분이 될 수 있었던 1막의 장례식도 수위 조절을 잘 해서 감정과잉으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 너무 과격해서 삭제한 씬이 있다는데 현재 남아 있는 장면들도 충분히 강하긴 하다. 토마스-존-다니엘의 관계는 그대로 살린 듯. 단지 1막에서 자꾸 암시했던 프랭크-크리스틴이나 토마스-프랭크의 갈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이게 삭제된 부분인지 그렇지 않으면 원작에서도 없었던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래서 프랭크-크리스틴 부분이 조금 극에서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 무대 위에서 훌렁훌렁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많아서 남배우들의 착한 몸매를 감상할 수 있다. 축구 유니폼이 반바지인 덕분에 공연 내내 튼실한 허벅지를 볼 수 있는 건 덤! >.<

* Don't Like You에서 박건형씨가 여러가지 묘기(^^)를 나름대로 보여준다. 무릎으로 계속 공 띄우기, 손가락 끝으로 돌리기 등등. 오~ 연습 열심히 하셨는걸.

* 박건형씨나 김소향씨가 의외로 그닥 노래를 잘하는 것 같지 않다. 노래가 너무 어려운가 OTL. "비바! 더 뷰티풀게임~"은 귀에 착착 감기는데 솔로(특히 여성곡)는 많이 높은 것 같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권소현씨가 의외로 잘 불러서 깜짝.

* 내 앞에서 둘이 붙었다 떨어졌다 자꾸 대가리(머리 아님!)를 움직이던 커플. 한손에 하나씩 머리끝을 잡고 "가만히 있으라니까!" 하고 윽박질러주고 싶었다. 게다가 2막 중간에 일어나서 나갔어 OTL. 암전도 아니고 밝을 때에 -_-; 뭐 사라지니 시야 확 트여서 좋긴 하더라. 일찍 좀 사라져 줄 것이지. 공짜로 왔어도 지킬 건 좀 지킵시다! (설마 돈주고 보러오면서 그딴 짓 하지는 않았겠지;; )
Posted by smfet
2007. 11. 1. 22:53
일년쯤 전이었나?
포항에서 y양이 책을 3상자(-_-) 보낸 적이있다. 설 쯤이었나?

택배를 보냈다는데, 도착했다는 전화는 안오고, 경비실에 맡겨두었다는 연락도 없고...
마침 본가에 내려가 있어서 그 많은 책들이 어디로 실종된 걸까, 걱정했는데,
서울 와 보니 아파트 문 앞에 책 3상자가 그대로. -_-;

끝 집이라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방해는 안되었겠지만,
그리고 빈한해 보이는 낡은 종이박스에 무거운 책들이라 누가 집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아저씨? OTL

사실 얼마 전에도 "짐이 무거운데..." 라고 전화해서 엄청나게 곤란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길래,
"그럼 그냥 문 앞에 두세요"라고 했던 적도 있다.
이번에도 보낸 사람은 y양.

"어떻게 하지? 설마 누가 집어가지는 않겠지?" 하는 걱정에,
"지난번엔 사흘이나 있었어도 괜찮았잖아. -_-" 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y양의 말에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그리고 오늘, 퇴근해 보니 또 현관앞에 상자가 터억. -_-;

적당히 좀 챙겨서 보내라니까요... -.-;;;;

그렇게 도착한, y양이 반납한 책들(...일주일도 안되어서 다 읽고 돌려보낸 책들은 뭐란 말이냐;; 그것들은 가져도 상관없었는데.)말고도 새로 보내온 책들은 이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가씨 정말 고마워요.
고맙긴 한데 한번에 들 수 있을 만큼만 챙기시지...-_-; 포장하다가 몸 상해요~~!!

그래서 현재 거실 탁자에 놓여있는, "읽어야 할 책"들은 대충 이만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부터 from p, from y, from w, 그리고... 가장 오른쪽은 내가 사놓고도 아직까지 못 읽은 책들. -_-;
서재정리를 한 게 얼마 전인데 이미 바닥에 탑이 다시 생기고 있다.
안 읽은 책도 서재에 쑤셔넣으면 잘 꺼내지 않길래 바깥에 정리해봤는데, 이거 높이가 참;;

앗, 푸코의 진자 안 꺼내왔다. y양 탑이 한뼘은 높아질 텐데. -_-

Posted by smfet
2007. 10. 31. 09:52
과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구나.
여전히 독서에 매진중.

0928~1002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 정혜신, 김동관, 한용구, 박노자, 김두식, 김형덕, 정희진, 프라풀 비드와이
1002 가위남 - 슈노 마사유키
1003~1004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코니 윌리스
1005~1006 나폴리 특급 살인 - 랜달 개릿
1006~1010 시간여행자의 아내(1, 2) - 오드리 니페네거
1006 죽어도 잊지 않아 - 노나미 아사
1008~1010 아웃(1, 2) - 기리노 나쓰오
1008~100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1010 친정엄마 - 고혜정
1011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1011~1017 HOW TO READ 셰익스피어 - 니콜러스 로일
1013 구형의 계절 - 온다 리쿠
1014 얼어붙은 송곳니 - 노나미 아사
1014~1116 데이 워치(상, 하) -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1017 11문자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1017 브루투스의 심장 - 히가시노 게이고
1018 괴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1018 독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1020 흑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1020~1021 불안한 동화 - 온다 리쿠
1021 루팡의 소식 - 요코야마 히데오
1022~1025 나이트 워치(상, 하) -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1025 아임 소리 마마 - 기리노 나쓰오
1026~1027 암보스 문도스 - 기리노 나쓰오
1027~1028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 온다 리쿠
1028~1029 미싱 Missing - 혼다 다카요시
1029~1030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날이 싸늘해지면서 바늘이 그리워졌다. 바늘을 잡게 되면 집에서까지 책 읽는 비율은 줄어들 테니, 11월에는 독서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그리고 간단감상들~

*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초반이.. ^^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건 강연자의 탓일까 아니면... 진행의 오정해씨에 대한 호감도 상승

* 시간여행자의 아내: 영어로 읽어서 놓친 부분을 찾기 위해 한글로 다시 읽다. 번역이 마음에 안들어... OTL 30페이지만에 빠져들었던 책, 1권이 지루하다길래 아니 왜? 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한글로 읽어보니 과연 지루하더라. -_-; (2권에서는 훨씬 나아졌지만.) 읽으려면 원서 추천.

* 죽어도 잊지 않아,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의 글. 기분이 안좋아지는 죽어도 잊지 않아와, 나름 하드보일드 여형사가 등장한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던 얼어붙은 송곳니. 끝맺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우리는 사랑일까: 프랑스 소설같아.. OTL

* How To Read 셰익스피어: 생각해 보니 난 셰익스피어를 원전(희곡)으로 읽은 게 하나도 없더라. -_-; 그래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말장난도 참 많다.) 얼마전 어느 분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3권이나 빌려주심-_-;;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이 책으로 되돌아와야 할 듯.

* 불안한 동화: 띠지에 있는 호러라는 소개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어찌 보면 식상한 구상. 이미지가 강한 글.

* 루팡의 소식: 요코야마 히데오의 따뜻한 (...그러니까 인자한 아버지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시선이 종신검시관에서처럼 드러나는 책. 데뷔작을 고쳐서 냈다는데, 매끄럽고 재미있다. 설정도 좋고, 단순한 트릭도 좋다. (너무 뱅뱅꼬지 않아서 좋음.. ^^)

* 미싱: 단편집. 마지막 이야기가 좋았음. 나머지는 보통. 이게 미스터리야? 라고 빌려주신 분이 의문을 제기하길래, 온다 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을 권해드리다.

* 나이트워치: 시리즈 두번째를 먼저 읽어서 그런가? 데이워치가 더 나은 듯.


Posted by smfet
2007. 10. 30. 16:02
애너그램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라서, 읽는 동안 내내 찾았는데 애너그램이 아니었다. 그러면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거야~! 그게 조금 아쉽고... (대체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제목 센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_-; )

초기작 답게 고전적인 트릭, 조금은 크리스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고립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과 복수. 물론 사랑과 우정도 들어있다. ^^;

괴소/독소/흑소 소설과, 브루투스의 심장, 그리고 데뷔작 방과 후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이래서 일본의 국민 작가라는 소리를 듣는군"

게임의 이름은 유괴, 레몬, 붉은 손가락 등을 읽을 때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 그러나 이렇게까지 인기 있을 이유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초기작들은 확실히 좋다.

붉은 손가락에서 노골적으로 교훈을 주려 해서 짜증이 났던 모습이 초기작에서는 그닥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미스테리의 재미에 치중한 만큼, 더 편안하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최근작을 보고 다시 초기작으로 되돌아갔을 경우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는 "과연 잘 나갈 만 하군!"하고 감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11문자 살인사건의 동기가 되는 과거의 일이 조금 신파(혹은 3류 만화) 답다는 것만 무시하자면, 흥미진진하고 추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그러면서도 골치아프게 머리 굴릴 필요는 없는) 재밌는 이야기이다. 장르에 충실한 만큼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해 주고 있다.

* 함께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 브루투스의 심장: 도서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겠다"보다는 진짜 범인과 목적은? 하며 형사와 이중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러고 보면 교차 방식이 가위남과 비슷한가?) 11문자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도입부의 흥미진진함도 훌륭.

- 괴소/독소/흑소 소설: 사회풍자가 섞인 블랙유머 단편집. 흑소소설에서의 문학상 이야기는 본인이야기가 들어간 것 같아 더 웃음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통쾌한 웃음은 아니다. ^^ )

- 방과 후: 데뷔작이며 란포상 수상작. 란포상 수상작은 기본적인 신뢰는 주는 듯 하다. ^^
Posted by smfet
2007. 10. 29. 13:16
* 이은주 옮김, 황금가지 펴냄
* 밀리언셀러 클럽 044

암울한 시선으로, 읽고 나면 우울해진다는 기리노 나쓰오.
이번달엔 이 작가의 책을 3권 연이어 읽었다.

"I'm Sorry, Mama"는 이번에 집어든 책 중 가장 쉽게 읽힌 책.
(글 자체의 완성도로는 아웃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악의로만 똘똘뭉친 주인공과, 이렇다 할 죄도, 반응도, 원망도 없이 당하는 주인공의 주변인물들.
피해자에게 동정이 가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에게조차도 공감할 수 없는 어둡고 칙칙한 사회.

책에 등장하는 현실은 어둡고 우울하며, 인물들도 겉과 속이 다르고, 자기 궁리만 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도 없고, 서로를 비난하고 질투한다.

여기 섞여 들어가, 세상과 다른사람들에 대한 악의를 내뿜고, 눈에 거슬리면 그저 생각없이 없애면서 (불에 태우든, 목을 조르든...) 지내는 주인공 아이코.
그녀의 몇 개월(...몇년도 아닌데 죽은 사람이 대체 몇이야-_-)을 따라가며 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두가 어둡고 음울하고 습하게 느껴진다. 아이코와 마마(실제든 마마와 동일시하는 물건이든)와의 대화조차 애틋하지 않다.

그저 우울한 이야기.
감정이입은 되지 않기 때문에 후유증이 크지는 않다. 게다가 난 읽으면서 쭉, 주인공 아이코는 어느정도 지능이 떨어져서 이리 행동하는거야? 하는 생각이 크게 차지했던 터라. -_-;
생각해 보면, 그만큼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아이코가 지금껏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도 의외이긴 한데. 여기서 범인이 누구냐, 혹은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 "악의로만 뭉친 주인공이 이렇게 있다" 일 뿐이다.

아이코는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부분만 빼면 아이코 같은 사람은 주위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듯.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이름없는 독 - 미야베 미유키
  세상(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악의로만 구성되어 있는 듯한 두 인물이 있다.
  아임 소리 마마의 아이코(愛子 를 쓰는 걸까? 번역본에는 한문이 나와있지 않네.), 그리고 이름없는 독의 겐다 이즈미.
  (공교롭게도 둘 다 여성작가가 쓴 여성이다.)
  겐다 이즈미는 악의를 말로 표현하고, 아이코는 방화 등 행동으로 옮기는 범죄를 저지르는 게 차이지만, 둘 다 죄책감 없이 타인에 대한 악의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작가의 시선 차이인지, 겐다 이즈미에게는 일련의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아이코에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네. 아이코의 시선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책을 읽다: 암보스 문도스, 아웃

암보스 문도스는 단편집이다. 대체로 평이하지만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가 괜찮았음. 어린 여자아이들의 악의, 그리고 나중에 성장해서는 그걸 까맣게 잊을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악의와 단순함.

아웃은 인물들의 내면심리에 더 집중해서 그려져 있다. 결말까지 치닫는 과정은 역시나 암울하지만, 급박한 전개와 인물들의 심리변화 과정은 매우 훌륭함. 나도 함께 쫓아가게 된다. (결말은 말고. -_-; ) 아웃을 읽고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지만, 만약  아임소리 마마나 암보스 문도스를 더 먼저 읽었더라면 그렇게 큰 관심은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잔학기도 궁금하긴 한데 어느 정도 수준일라나... 아웃 정도라면 또 사서 읽어줄 마음이 충분히 있는데 말야.
Posted by smfet
2007. 10. 28. 08:40
* 박정임 옮김, 사람과 책 펴냄
* 마스터피스 시리즈 001

사람과 책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예정) 라인업을 보니 SF 쪽을 중심으로 기획한 듯 하다.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가 포함되어 있네.

그러나,
무슨 생각으로 첫 작품을 이걸로 고른 거지?
온다 리쿠 열풍에 동참하기 위하여?

* 한줄 감상 : 일본의, 일본인의 (쇼와시대) 향수를 위한 책, 그 시절 일본에 대한 오마주.

너무나 일본스러운 감성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내가 느끼는 온다 리쿠의 노스탤지어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이었지만, [로미오...]에서는 그 경험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리움의 나열이다.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서브컬쳐(정확한 의미는 책을 덮고 난 지금도 확실히 실감나지 않지만)를 경험한 쇼와시대(1929~1989)의 각종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나열한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일본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노스탤지어를 주지 못한다. 기본 줄거리는 단순, 그 수많은 말장난의 의미들을 이해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는 책이 아닐까.
책의 뒤쪽에는 무려 25페이지에 달하는 "20세기 서브컬쳐 용어 대사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걸 주석없이 읽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진장 재미있는 책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번역자도 거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 OTL 문체 자체는 매끄럽게 번역되었으나, 작품내 각종 소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덕분에 낄낄대고 웃을 수 있는 책이 일견 지나치게 심각하게 포장된 듯한 기분도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만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스스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 특촬물-특히 괴수물-은 물론, 각종 시대의 유행 영화와 유행어, 유행가, 만화, 격투기 등 스포츠...등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경험의 향유-가 밑받침되어야 하더라.
게다가 하기오 모토를 하기오 마토라고 번역해 놓는 번역자는 대체 -_-;;
아니 닥터 스쿠르를 동물의 의사선생님도 아닌 "수의사 선생님"이라고 할 때도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_-;;;
이 정도 글이면 쇼와시대 일본문화 오타쿠한테 번역을 맡기던가~!!
그랬으면 적어도 두배는 재밌었을 텐데 아쉽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자면, "초코파이 정"이라고 하면 모두가 별 설명 없어도 이해하는,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놓고 쓴 글인 셈이지 않을까.

띠지 광고에는 "20세기 서브컬처에 대한 오마주, 잔혹한 노스탤지어에 대한 향연"이라고 되어있지만, "일본의"라는 수식어가 더 따라붙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탈주"라는 소재 자체가 긴박감 있고 끊임없이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기 때문에 글 자체는 수월하게 잘 읽히지만, 애정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알지도 못할) 향수가 생길 리가 없잖아.

* 사람과 책의 이 기획 시리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싸고 좋은 종이를 내지로 쓰는 바람에, 간만에 느껴지는 손끝의 매끌매끌함에도 깜짝 놀랐고, 덕분에 잔뜩 무거워진 책에도 조금 불만.
들고 다니다가 팔에 근육통이 생긴 듯 하다. -_-;




Posted by smfet
2007. 10. 5. 18:07
* 김수현 옮김, 노블마인 펴냄
* 메피스토 수상작이라. 메피스토가 라이트노블 쪽 아니었던가? 헷갈리기도 하네.

도서추리소설의 형식을 차용해서, 범인의 시선, 그리고 형사들의 시선(이라기보다는 형사들을 관찰하는 3인칭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건의 엽기성이나, 하나 둘씩 풀려나가는 단서, 범인과 형사가 서로 정보를 공개하거나 숨기며 컨트롤하는 두뇌싸움 등이 긴박감을 더해줄 법도 싶으나, 너무 느슨한(혹은 비일상적인) 범인의 시선이 삽입될 때마다 오히려 조금 늘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긴박하고 다급하고 초조할 것만 같은데, 범인의 내면에 들어서면 몽롱한 상태가 되어 어느 한쪽이 비현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 편의상 범인이라고 썼지만, 실상은 범인이 모방범을 잡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가 아니라, 모방범을 잡으려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의 이야기라고 보는 쪽이 옳겠다.

!!중요한 미리니름이 있으니 읽을 사람은 펼쳐보지 말 것


Posted by smfet
2007. 8. 26. 22:29
* 김경인 옮김, 북스토리 펴냄

온다 리쿠의 책을 십여권 연이어 읽으면서, 그가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너도 알잖아'하고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경험해 보지 않는 이야기건만, 내 추억을 끄집어내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 이름만 보고 온다 리쿠의 책을 마구 사들이고 있던 나이지만, 라이온하트의 시놉은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 이거, 그냥 그런 로맨스 아냐? '단 한번을 만나기 위해 평생을 기다렸다'라니, 어쩌면 이리도 뻔한 문구를?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에, 모 동호회의 책분양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그리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책을 전해주신 분의 "온다 리쿠 책 중에 이게 가장 재미없어요"에도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대가 없었던 것이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여기에서만은 노스탤지어의 마법이 발휘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깜빡 잊었어요. 당신은 나를 처음 만난 거죠."에서 떠오르는 건 [시간여행자의 아내]. 집필후기에서 저자는 이 책이 SF 러브스토리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장르와 이분위기라면 [시간여행자의 아내] 쪽을 택하련다. 환생(?)을 거듭하며 일생 단 한번이라는 설정은 라이온하트쪽이 더 애틋하게 들리지만, 더 처절하고 가슴아픈 엇갈림 (엇갈림이 아니라 만남이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서로의 시간이 교차하는 그 순간)은 [시간여행자의 아내] 쪽이 몇 배는 더 안타깝다.

* 온다 리쿠스럽지 않은 문장들이 중간에 섞여 있어, 그 특유의 분위기가 살지 않는 것도 감점요인. 로맨스 장르에 충실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인지, 낯선 번역가(...내가 읽는 일본 소설 번역가는 이제 대부분 친숙한 이름들이더라고-_-)가 온다 리쿠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한 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Posted by smf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