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준 팬카페 단관으로 신청.
당일 입금확인 공지가 올라왔는데 내 이름이 없어서 당황. 운영자에게 문자보내고, 전화하는 등의 삽질을 거치고 나서야 공연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오라버님과 관련된 모종의 삽질이 더 있었으나 생략. -_-; )
대학로 예술마당은 처음 가보는 극장. 방통대를 지나서, 한참 외떨어진 곳에 있더라. 위치를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길을
찾느라고 조금 헤맸다. 여기맞아? 너무 멀리 걷는거 아냐? 하면서. 대세를 따르자!는 기분으로 젊은 아가씨들이 여럿이 모여서
향하는 방향으로 갔더니 있긴 하더군-_- (예매현황을 보면 97%가 여성이던데. 과연~)
극장은 지하 2층. (나는 지하 공간이 어색하다) 로비도 좁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연이라 아직 프로그램이나 OST가 나오지는 않은 듯. (아무도 안 들고 있더라)
로비에서 팬카페 운영자를 만나서 표를 받고, 앉아있을 자리도 부족하고 해서 로비에 놓여있는, 팬들이 보내온 꽃이나 감상.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에게 보내온 팬카페 꽃들이었는데... 오만석씨 꽃은 단을 세워 놓아서 바닥에 놓여있는 다른 분들 꽃보다
낫더라. 띄엄띄엄 대충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플로리스트 과정 좀 들었다고, 어느새 꽃꽂이 품평을 하고 있었다. -_-; 할일도
없고 해서 p양 옆에 두고 꽃 감상이나...
- 오만석씨 껀 꽃은 비싸 보이던데, 너무 촌스럽게 꽃았더라. -_-
(전체적으로 세 분 다 촌스러움이 드러나긴하다) 크고 화려한 장미들을 썼는데, 높이가 들쑥날쑥하다. 나름대로는 베리에이션을
주려고 했나 싶기도 한데, 높이가 높아지는 꽃대 아래쪽을 그냥 텅 비워두면 어쩌냐고-_-; 땜빵자국같아서 좀 꺼림칙.
-
엄기준씨 꽃은 일단 바닥에 놓여있는 점에서 마이너스. 그리고... 작약을 메인으로 썼던데 ..작약이 비싼 꽃이긴 하지만 그만큼
화려함도 있는건데, 너무 작은 작약을 써서 화려함이 감소되었다. 게다가 그나마 그 소심한 작약을 싱싱하지 않은 장미가 마구마구
누르고 있더라. -_- 특히 마지막 꽃 전체에 뿌려진 반짝이가, 싸구려 조화처럼 보이게 하는데 일조한다.
- 오나라씨 꽃은 난 화분. -_-;; 안어울려, 안어울려, 안어울려-_-;; 팬클럽이름이 "장금나라"길래 왠 장금?하고 생각했는데... 대장금 주제곡이 '오나라 오나라~' -_-;;
공연관람은 H열 우측 중앙. 극장이 작아서 그 위치에서도 배우들 얼굴이 다 잘보이긴 한다. 숙이거나 바닥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뭐, 그럭저럭. 의자가 엇갈리게 배치되어 있고, 높이가 높다. -_-; 내 키로는 다리가 달랑달랑 떠있을 수도 있을 정도?
그래서 공연관람에는 별 불편함이 없을 줄 알았으나, 내 앞에 계신 분이 공연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계신 바람에 난감.
-_-; 20%정도의 무대는 포기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지는 않은 덕분에 배우들을 놓치게 되는 경우는 적었으니
뭐.
공연은 조명이 굉장히 귀엽다. 무대의 철책과 팝아트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평을 읽고 갔었는데 그건 그다지였고, 조명을 참 귀엽고 다양하게 써서 무대장치가 없이도 공간을 잘 구성해 내더라.
실제 등장인물은 28명(?), 배우는 3명. 오나라 역의 오나라씨, 엄기준/김종욱 역의 엄기준씨. 그리고 나머지 모든 사람 역의 전병욱씨.
전병욱씨가 오프닝 송으로 "그대가 나의 destiny"를 부르며 시작.
엄기준씨가 등장하는 걸 보고, 내가 이 분을 사비타-벽을 뚫는 남자 연이어서 보고 좋아하게 된 이유가 이거였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무대에 서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되는 그거. 배우라면 그게 당연하겠지만, 유독 엄기준씨의 그런 이미지가 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 의외로 평범한 외모라 더욱 더 변신이 가능한지도~
오나라씨는 아이러브유에서 봤었는데 그다지
주목은 되지 않았던 분. 난 두번째 볼 때의 백주희씨가 더 좋았는데, 이번에 주인공이시라길래 과연 어떨까~ 싶었다. 귀엽고
(헤어스타일도 정말 귀엽더라; ) 연기도 자연스럽고 노래도 잘 부르긴 하는데... 우웅.
오나라씨가 노래 부를
때, 소리가 좀 어색하다? 싶은 부분이 있긴 했는데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는데, 엄기준씨가 노래를 하는데 노래가 안되시더라.
-_-;; (이건 후반에 가면서 점점 나아졌다. 오나라씨가 초반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반면, 엄기준씨는 점점 나아지시더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오나라씨 목소리랑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두분의 중창때는 가사가 꽤 뭉개져서 듣기가
힘든 경우도 종종 발생. 극이나 노래의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이거 배우들 이름값으로 팔아먹으려는 공연 아냐?"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장 연기도, 노래도 좋았고 고생하셨던 분은 전병욱씨!
스토리야 빤한 스토리고 -_-; 뭐라 꼬집어 트집잡을 게 없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많았지 뭐-_-;
(극중)오나라가 엄기준에게 "노래불러봐요" 부분이 있는데... 이때 엄기준이 "지금 이순간~" 하고 한 소절을 부른다. 사실 그
부분이 음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해서, 노래가 아니라 대사처럼 들릴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한데, 엄기준씨가 지킬역을 탐내고 있다는
걸 알고 들으면 그 순간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는 거다. 팬클럽에서 규모가 큰 단관을 진행해서 다들 알고 있는지, 순간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엄기준의 마무리, "제가 조승우씨를 좋아하거든요"... 관객석 폭소.
웃고 있는 우리를 더 웃기게 해 준 관객이 있었으니, p양의 뒤쪽에 앉아있던 커플이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승우가 뭘 어쨌다는 거야?"하며 어리둥절해 하더라 ^^;;
작품을 볼 때마다 사전에 공부해두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니까. -_-;;
굳이 다시 보고 싶지는 않지만, 오만석씨가 하는 걸 보고 싶긴 하다. (클립FD로 예매해뒀음-.-)
* 여전히 이어지는 팬질 잡담
1. 오라버니를 알기 전에 신청한 김종욱 공연이라... 당연히 뒤풀이 비용까지 냈었는데, 저녁에 오라버니랑 만나려고 뒤풀이 비용을 그냥 날렸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오라버니께로 직행-_-;
2.
역시나 (-_-; )다른 분과 함께 계시더라. 20년지기 친구인 김상진 연출이라고. 나중에 연출분께 불어봤다. "우리가 오빠랑
일주일 전에 약속잡고, 계속 확인했는데 항상 더블을 내시더라구요" 연출분의 대답, "제가 낯을 가리는데, 20년동안 당했어요. "
3.
공연어땠냐고 물어서 뭐라뭐라 이야기했는데... 우리 표정이 디게 떨떠름했었나 보다. "만석이가 잘 안나왔다고 하던데" 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객석이 어느정도 되었냐고 하길래... "한줄에 20석이고, 대충 10열이 조금 넘었으니까 200석보다 좀 더
큰 정도"라고 했더니 두 분이서 막, "역시 공대생이라 계산하는 게 달라. 우리는 그냥 많았어, 적었어 하는데.."등등
이야기하시면서 디게 신기해하시더라. =.=
4. 우리는 오빠가 자기 낯을 가린다고 해서 안 믿었는데, (우리랑
만난건...-_-;; ) 친구분이 우리가 만난 지 두 달도 안되었다고 하니까 엄청 신기해 하시더라. "안 지 몇 년은 된 줄
알았어"라던데. 정말 낯을 가리는게 있긴 한가봐? -_- 이날의 코스는 와인->막걸리->맥주